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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독교와 불교·원불교, 천주교를 함께 아우르는 길이 있다.

good해월 2011. 1. 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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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1.13 07:00

전북 순례길

기독교와 불교·원불교, 천주교를 함께 아우르는 길이 있다. '아름다운 순례길'이다. 길은 짧지 않다. 전주를 기점으로 전북을 돌아 순회하는 240km, 9박10일 코스다. 그러나 2009년 가을 첫선을 보인 이 길을 1년간 2만여 명이 걸었다.

아름다운 순례길이 전북에 있는 이유를 한국순례문화연구원 조선 상임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천주교 첫 신부의 자취와 박해의 흔적이 남은 곳이 여기다. 원불교가 창시된 곳도 여기다. 불교 미륵신앙의 메카도 여기다. 다른 어디가 4대 종교를 아우를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 굳게 먹지 않는 이상 이 길을 걸어 돌긴 어렵다. 해서 순례문화연구원과 함께 1박2일이면 차로 돌 수 있는 두 코스를 골랐다. 하나는 김제 모악산 일대요, 다른 하나는 익산완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길이다. 겨울 한복판, 길은 정갈하고 목적지는 경건하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대체로 전라북도 내에 있으나 딱 한 번, 충청도로 넘어설 때가 있다.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가 지나는 마을, 충남 논산 강경읍 채운리 골뜸에서다. 이 작은 마을에는 해질녘 두드러진 음영 속에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옛 채운동 감리교회가 있다.
4대 종교가 한눈에 보이는 길― 금산사~금산교회~금평저수지~원평마을~수류성당

어머니란 이름은 시원(始原)이자 근원의 힘이다. 엄뫼, 모악산(母岳山)은 그 이름을 닮은 미륵의 땅이다. 해발 793m로 높지 않되 드넓은 호남 평야에서 홀로 우뚝하다. 모악산은 이 지역 신앙의 근거지 역할을 해왔다. 그 출발지가 금산사다.

금산사에 들어서면 너른 마당 한편으로 비켜선 미륵전이 장대한 규모로 서 있다. 국내 유일한 3층 규모 법당이다. 법당 내로 들어서면 3층을 하나로 터 까마득히 높은 공간에 미륵불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볼 수 없기에 미륵불은 늘 불현듯, 한눈에 살필 수 없는 크기로 미륵전에 드는 이를 맞는다.

미륵은 미래불(未來佛)이다. 그가 도래할 시간은 석가모니가 입멸하고 56억7000만년이 지난 뒤다. 그때, 세 번에 걸친 설법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濟度)한다 했다. 통일신라시대 진표율사가 이곳을 미륵신앙 대가람으로 일으키고 1400년 가까운 시간, 미래를 향한 기원이 여기 차곡차곡 쌓여갔다.

금산사에서 돌아 나와 산길 타고 고도를 낮추면 이내 금평저수지다. 모악산을 비롯해 호남을 흐르는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일대에 미륵을 꿈꾸거나 기다렸던 이들의 자취가 흥건하다. '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는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을 내세웠던 조선시대 혁명가 정여립의 집터가 여기 있다. 증산교를 만든 강일순 혹은 강증산이 사람들을 치료했던 동곡약방과 그가 묻힌 증산법종교 본부도 여기 있다. 모두 평등한 세상을 꿈꾸던 인물들이다.

금산사와 금평저수지 사이 금산교회도 평등의 상징이다. 1909년 교회 장로를 선출하는 선거에 한 만석꾼과 마부가 출마했다. 투표 결과는 마부의 승리. 신분제가 엄연한 시대였지만, 주인이 결과에 승복했고 교회는 평화롭게 새 장로를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교회는 1905년 전주 이씨 집안의 재실을 해체해 지었다. 100년이 넘었으나 기둥 하나 서까래 하나 상하지 않았다. 완연한 기와집인데, 교회 앞 목재로 쌓아 올린 탑 위 십자가가 어색하지 않다.

금평저수지를 지나며 종교의 자취는 마을 속으로 스며든다. 원평마을 앞 한 지점에서 한국순례문화연구원 조선 상임이사가 말했다. "원불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4대 종교 관련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원평장터 기념비에서 화율리로 이어지는 논길에 섰다. 원평교당과 원평성당이 나란히 서 있고, 그 뒤로 동국대 사범대 부속 금산고등학교와 원평교회가 서 있다. 네 건물 모두 4대 종교를 각기 상징하는 건물들이다. 더욱이 이들을 한눈에 굽어보는 이 자리는 1893년 동학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한 교조신원운동 당시 호남의 집회 장소였다.

모악산에서 한껏 멀어졌던 길은 반대편으로 돌아 다시 모악산에 가까워진다. 화율리로 가는 길이다. 여기, 수류성당이 있다. 김제문화대전이 "한국뿐 아니라 동양권에서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한 곳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 기록한 성당이다.

영화 '보리울의 여름'의 배경이 됐던 언덕 위 화율초등학교에 서면 복작거림 대신 정적을 품은 화율리가 한눈에 보인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면 크림색 외벽이 단아한 수류성당이다. 100년도 전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이 지었다. 지금 성당건물은 6·25 때 불타버린 것을 다시 세웠다. 건물 자체의 풍취는 떨어져도, 그 앞에 가지 벌린 고목(古木)이 긴 세월을 웅변한다.

국내 유일한 3층 규모의 김제 금산사 미륵전(위)과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금산교회.
과거를 기리는 길― 나바위성당~채운동 교회~여산숲정이성지~천호성지~미륵사지

모악산 일대 순례길을 어머니의 이름으로 시작했다면 이 순례길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의 이름은 김대건. 국내 첫 천주교 신부(神父)이자 25세에 생을 잃은 젊디젊은 아버지다.

그의 흔적은 익산 나바위성당에서 짙게 묻어난다. 나바위는 익산 화산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천주교에서는 이곳이 성지다. 성당은 1907년 서울 명동성당 설계자 프와넬 신부가 설계하고 중국인이 목수일을 맡아 완공됐다.

나바위성당은 뒤편으로 나바위 정상 망금정을 끼고 있다. 거기서 멀리 굽이치는 금강이 내려다보인다. 스물네 살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1845년 10월 12일 오후 8시쯤 닻을 내린 곳이 '금강 황산포 나바위 언저리'라고 했다. 해서 여기 앳된 얼굴에 갓을 쓴 김대건 신부 순교비가 있다. 그는 귀국 후 1년이 채 안 된 1846년 9월 16일 사교를 전포했다는 죄로 처형됐다.

완공 후 두 차례 개조를 거친 나바위성당은 한옥과 서양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다. 성당 앞 계단을 오르면 고딕식 벽돌건물이 사람을 맞는다. 옆으로 돌면 전통 기와지붕을 얹은 회랑이 드러난다. 기와와 기와 사이 팔각 채광창과 창호지를 덧댄 유리창 역시 한옥 분위기를 살린다.

나바위성당에서 시작된 길은 역사의 흔적들로 이어진다. 익산 여산 숲정이성지와 완주 천호성지, 익산 미륵사지 모두 흔적으로 과거를 기린다. 이들을 찾기에 앞서 찾아야 할 곳이 있다.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마을, 논산 강경 채운리 골뜸마을이다.

나지막한 구릉 위에 불타버린 옛 채운동 감리교회가 마을을 굽어본다. 1970년에 세워졌다가 2009년 불이 났다. 높이 솟은 십자가를 둘러싼 12개의 작은 십자가 중 일부만 남았고 흰 벽은 불에 그을렸다. 일천한 역사지만, 이 순례길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교회다. 일몰 무렵 하늘이 빨갛게 물들 때 교회의 음영이 두드러지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골뜸마을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논산-천안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여산 숲정이성지와 천호성지가 있다. 두 성지는 역사를 공유한다. 대원군의 쇄국 정책과 천주교 말살 정책으로 박해가 시작된 지 2년 뒤인 1868년, 이 일대 신자 중 25명이 처형됐다. 처형된 장소 중 하나가 여산 숲정이고 이들이 묻힌 곳이 천호성지다.

'숲정이'라는 이름은 한때 이곳이 숲이었음을 보여주나 지금은 논밭 한가운데 기념비만 서 있다. 여산 성지보다 고요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천호성지다. 천호산 깊숙한 기슭에 자리 잡은 이곳 공기는 맑다. 눈 밟는 소리 외에 정적을 흔드는 건 바람과 새소리뿐이다. 성인 묘역으로 계단을 오르면 십자가가 다가온다. 새하얀 십자가의 색깔이 순간 반짝인다. 어둑한 부활성당 안에서도 그 빛이 또렷하다. 저절로 경건해진다.

여정의 끝은 익산 미륵사지다. 미륵사는 백제 최대 규모의 가람이다. 긴 세월로 절은 없고 터와 당간지주만 남았다. 제일 오래되고 높은 석탑, 미륵사지 석탑은 지난 1998년부터 해체·보수 작업에 들어갔으니 오는 2014년까지 볼 수 없다.


여행수첩

전주한옥마을을 기점으로 김제 모악산 일대를 돌고 하룻밤을 잔 뒤 익산·완주 일대를 도는 편을 추천한다.

①전주한옥마을까지는 호남고속도로 익산분기점에서 익산포항고속도로 합류→완주분기점에서 전주광양고속도로 합류→동전주IC로 나와 전주 방향으로 직진하다 시청 방면으로 좌회전→2㎞쯤 가면 전주한옥마을이다.

②김제 모악산 코스는 금산사~금산교회~금평저수지~원평마을~수류성당이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간다면 풍남문 교차로에서 좌회전해 팔달로 합류→5㎞쯤 직진해 전주농협공판장삼거리에서 금산사 방면으로 좌회전→이후 표지판을 따르면 금산사. 금산사→금산교회→금평저수지는 모악로를 타고 직진하면 연달아 나온다. 계속 직진하면 금산고교와 원평교당·성당이 보인다. 여기가 원평마을이다. 또 직진하다 쌍용교 앞에서 좌회전, 7㎞쯤 가면 수류성당.

③익산·완주 일대는 나바위성당~채운동 교회~여산숲정이성지~천호성지~미륵사지 순. 전주한옥마을에서 간다면 올 때와 반대로 전주광양·익산포항·호남·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연무IC로 나와 강경 방면으로 직진→산양사거리에서 좌회전→화산교차로에서 나바위성지 방면으로 가면 된다. 다시 돌아나와 23번 국도를 타고 강경 방면으로 가다 799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1.5㎞쯤 앞에서 골뜸길로 접어들면 왼편으로 현재 사용 중인 채운동 교회, 맞은편 구릉 위에 불탄 옛 교회. 여기서 직진, 799번 지방도를 타고 11㎞쯤 가면 여산교차로다. 좌회전하면 여산숲정이성지 표지판. 여산성지에서 나와 바로 우회전해 직진하면 호산삼거리에서 천호성지 표지판. 역시 같은 호산삼거리에서 전주 방면으로 가다 1번 국도 합류→동고도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나와 722번 지방도를 타고 직진하면 익산 미륵사지.

전주한옥마을에 호텔·한옥 체험시설이 많다.
전주코아리베라호텔: (063)232-7000, www.core-riviera.co.kr
전주한옥생활체험관: (063)287-6300, www.jjhanok.com
승광재: (063)284-2323, www.royalcity.or.kr
전주 별식 전주비빔밥과 한정식도 한옥마을 인근에서 맛볼 수 있다. 비빔밥은 가족회관(063-284-2283· www.jeonjubibimbap.com), 한정식은 백번집(063-286-0100· www.100foodhouse.com)이 유명하다.

한국순례문화연구원: (063)232-5000, www.sunryegil.org
금산사: (063)548-4441, www.geumsansa.org
나바위성당: (063)861-8182, www.nabawi.or.kr
천호성지: (063)262-1014, www.cheonhos.org
익산 미륵사지: (063)290-6799, www.mireuksaj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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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eseto love world
글쓴이 : 於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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