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입력시간 : 2012.05.29 02:37:40]
박사·임원 출신도 "月 100만원 받는 일자리 없나요?"
■ 노인백수 43만명… 청년백수의 절반
몸은 아직 청춘인데 노후 준비 안돼 불안
그나마 있는 구직자리는 경비·배달 등 단순직뿐
대한민국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절실한 과제다. 학력과 경력이 화려한 노인들도 급속한 고령화와 취약한 사회안전망 탓에 일을 하지 않으면 노후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28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매점에 노인 일자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주영기자
올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60세 이상 실버 사원 2,000명 모집에는 60~80대 노인 1만8,977명이 몰렸다. 하루 5시간씩 임대아파트 단지를 돌며 입주자 상담, 시설점검 등을 해주고 월 60만원을 받는 8개월짜리 임시직인데도 합격자들의 이력은 화려했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4명 중 1명 꼴인 538명, 대학원 이상도 40명이나 됐다. 절반 이상(1,006명)은 공인중개사, 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증 보유자였고 2개 이상 가진 사람도 376명이나 됐다.
앞서 2월 초 56~60세의 시니어 사원 400명을 채용한 롯데마트에도 2,670명이 지원했다. 계산대 업무나 인터넷 주문상품을 정리하는 단순 직종이었지만 역시 석ㆍ박사 소지자 70명, 대기업 간부ㆍ은행 지점장급 이상 경력자 400명이 몰렸다. "몸은 아직 청춘인데 노후 대비가 불안하니 임금이 적더라도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변이었다.
청년백수에 이어 '노인백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복지가 취약한 가운데 고령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양과 질 모두 빈약하기 때문이다. 전체 노인가구의 절반이 빈곤층인 상황에서 절박한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 헤매는 노인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60세 이상 노인백수는 43만명에 달한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하는 공식 실업자에 구직단념자, 65세 미만 취업무관심자를 더한 수치로, 15~29세 청년백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60세 이상 계층의 체감실업률(12.9%)은 공식실업률(2.7%)의 5배에 가까울 정도로 통계와 현실의 격차도 크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통계(2008년)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501만명 가운데 351만명이 미취업 상태며, 이 중 무려 116만명이 구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인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서울시 고령자취업훈련센터의 교육 과목만 봐도 경비ㆍ주차, 배달, 설문조사 등 단순직종이 전부다. 석ㆍ박사나 임원 출신의 '고(高) 스펙' 노인도 오로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팀이 구직 현장에서 만난 노인 103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생계유지'를 위해 구직에 나섰고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 120만원 가량의 월급을 원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심한 경쟁과 연령차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는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인백수 문제는 최소 한 세대 동안은 견뎌내야 할 심각한 국가적 과제"라며 "저임금을 보충할 복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장시간ㆍ고능률 근무가 불가능한 '노인노동'의 특성을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인력관리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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