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역할 AP 단가 20% 올려… 애플, 삼성 외에는 대안 없어 인상안 수용한 듯
삼성이 장기 고객인 애플에 대한 AP 납품 단가를 이렇게 파격적으로 올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 간 대립 구도가 이번 가격 인상으로 더 격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회사의 협상에 정통한 전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11일 "최근 삼성이 애플에 큰 폭의 AP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며 "애플이 처음엔 난색을 표했으나 대체 발주처를 찾지 못해 결국 삼성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20% 정도 인상된 새로운 단가는 최근 두 회사 간 거래에 이미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그동안 두 회사 간 납품 여부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메모리반도체나 디스플레이(화면)와 달리, 애플이 삼성 외에는 구입할 곳이 없는 대안 부재(不在)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양측 간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애플의 요구 수준에 맞는 AP는 삼성전자만 만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P를 전량 삼성에서 사가고 있으며, 그 수량이 지난해 1억3000만개를 넘어 올해는 2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애플은 2014년까지 AP 장기 공급 계약을 맺어둔 상태로 일정 기간마다 형식적으로 가격 협상을 하기는 했으나, 특별한 원가 인상 요인이 없는 한 단가는 거의 그대로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AP 가격 인상이 애플과의 소송 갈등 이외에, 애플이 삼성에 대한 AP 구입을 줄이려는 시도에 대한 반격의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명령해석·연산·제어 등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해주는 최고 핵심 부품(반도체).
애플 '특허전쟁' 화해 모드로 바뀌나
'HTC와 특허분쟁 종료' 외신 보도 논조 분석 |
2012.11.12. 월 11:16 입력 |
[김익현기자] "파괴해버리겠다(I’m going to destroy Android)."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선보였을 때 스티브 잡스가 보였던 첫 반응입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에 나오는 얘기죠.
그 책에 따르면 잡스는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400억달러를 다 써서라도 (구글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특히 잡스는 한 때 애플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던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큰 도둑놈(Grand theft)’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잡스의 이 같은 공언은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전쟁에 그대로 적용됐죠. 2010년 3월 구글 폰을 처음 만든 HTC를 제소하면서 본격 시작된 특허전쟁에서 애플은 '로열티'보다는 '시장 퇴출' 쪽에 좀 더 무게가 쏠리는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 시간) 전격 발표된 애플과 HTC 간의 '종전 선언'이 관심을 끄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허 전쟁에 임하는 애플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외신들은 애플과 HTC 간의 이번 합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주요 외신 보도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볼까요?
1. 스트레이트
당연한 얘기지만 외신들은 HTC와 애플 간의 이번 협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공식 발표된 건 향후 10년 간 주요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스한다는 정도입니다. 현재 두 회사가 갖고 있는 특허 뿐 아니라 앞으로 취득할 특허까지 전부 크로스라이선스하기로 했다네요.
테크크런치, 와이어드,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그 소식을 사이트 주요 기사로 올렸습니다. 보너스로 애플 공식 보도자료도 함께 링크했습니다.
2.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HTC와 애플이 어떤 조건으로 합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건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들은 HTC가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네요. 그런데 제 생각으론, 그건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 조건에 어떻게 계약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백기를 들었다'고 표현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아스테크니카 기사를 한번 볼까요? 아스테크니카는 HTC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했던 계약과 같은 수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HTC는 MS에 안드로이드 기기 한 대당 5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테크니카는 이번 계약이 삼성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네요. 그 부분은 아예 원문 그대로 옮겨다 놓겠습니다.
"Ending its litigation against HTC isn't necessarily a sign Apple is ready to end its much larger crusade against Samsung. That company is the leading US smartphone seller and a major rival. But Apple has the edge in court right now, and it is likely to push that advantage. Apple is also sparring with Google-owned Motorola over patents."
3. 왜 화해했나
HTC와 애플은 왜 화해를 했을까요? 실제로 두 회사는 최근까지도 한 치 양보 없는 특허 전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난 8월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에 완패했을 때도 HTC 회장은 "애플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입니다.
아스테크니카가 몇 가지 분석을 했네요. 우선 애플 입장에선 삼성과의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다른 소송에서도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HTC는 애플이 온 정열을 쏟아서 상대할만한 대상이 아니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하네요. 애플 입장에선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대상은 HTC가 아니라 구글이나 삼성이란 겁니다.
HTC 입장은 더 절박합니다. 계속 소송 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애플에 로열티를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네요. 적절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4. 애플 태도 누그러진 건가?
이번 협상이 진짜로 관심을 끄는 건 다른 부분입니다. 팀 쿡 체제로 바뀐 이후 특허 전쟁에 대한 애플의 태도가 누그러졌느냐는 점이 더 궁금한 부분입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해 엄청난 악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사항전' 자세로 임했을 정도이니까요.
올싱스디지털을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이런 부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테크크런치는 HTC가 다소 애플과 계속 소송을 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로열티 조건 역시 HTC 쪽에 유리한 건 아닐 것 같다는 겁니다.
반면 애플 역시 그 동안 '퇴치 대상'으로 생각했던 안드로이드 업체를 경쟁자 중 하나로 간주했다고 보고 있네요. 특허 분쟁에 대한 인식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삼성과의 소송도 협상의 여지가 좀 더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테크크런치의 입장입니다. 그 부분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This settlement with HTC is essentially a sign that Apple considers it a competitor neutralized, and that’s far from the case with Samsung."
올싱스디지털, 가디언, 리드라이트 역시 비슷한 논조입니다. 포스테이턴츠는 좀 더 꼼꼼하게 분석해주고 있습니다. 단 포스페이턴츠는 다른 언론사 기사를 읽는 것보다는 조금 어렵습니다. 대중적인 글쓰기와 전문가 글쓰기의 차이 때문일 겁니다.
5. 삼성엔 도리어 악재?
삼성엔 오히려 악재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컴퓨터로 그룹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앤셀 할리버튼(Ansel Halliburton)이란 사람이 기고한 글입니다.
한 마디로 애플이 HTC와 화해한 것은 동맹군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전법이란 겁니다. 그런 다음 안드로이드 진영과 결사 항전을 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게 할리버튼 변호사의 분석입니다. 이 기사의 논점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건 아래 문장입니다.
"The HTC deal is bad news for Samsung, and even worse news for Google."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시겠죠? 삼성엔 나쁜 뉴스, 구글은 훨씬 더 나쁜 뉴스. 할리버튼은 또 삼성이 애플과 MS에 로열티를 지불하고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란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6. 안드로이드 진영과 체결한 15번째 합의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과 체결한 15번째 화해 선언이라고 하네요. 링크한 기사에는 그 동안 애플이 체결한 화해 협상들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선보였을 때 스티브 잡스가 보였던 첫 반응입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에 나오는 얘기죠.
그 책에 따르면 잡스는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400억달러를 다 써서라도 (구글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특히 잡스는 한 때 애플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던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큰 도둑놈(Grand theft)’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잡스의 이 같은 공언은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전쟁에 그대로 적용됐죠. 2010년 3월 구글 폰을 처음 만든 HTC를 제소하면서 본격 시작된 특허전쟁에서 애플은 '로열티'보다는 '시장 퇴출' 쪽에 좀 더 무게가 쏠리는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 시간) 전격 발표된 애플과 HTC 간의 '종전 선언'이 관심을 끄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허 전쟁에 임하는 애플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외신들은 애플과 HTC 간의 이번 합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주요 외신 보도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볼까요?
1. 스트레이트
당연한 얘기지만 외신들은 HTC와 애플 간의 이번 협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공식 발표된 건 향후 10년 간 주요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스한다는 정도입니다. 현재 두 회사가 갖고 있는 특허 뿐 아니라 앞으로 취득할 특허까지 전부 크로스라이선스하기로 했다네요.
테크크런치, 와이어드,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그 소식을 사이트 주요 기사로 올렸습니다. 보너스로 애플 공식 보도자료도 함께 링크했습니다.
2.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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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와 애플이 어떤 조건으로 합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건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들은 HTC가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네요. 그런데 제 생각으론, 그건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 조건에 어떻게 계약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백기를 들었다'고 표현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아스테크니카 기사를 한번 볼까요? 아스테크니카는 HTC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했던 계약과 같은 수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HTC는 MS에 안드로이드 기기 한 대당 5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테크니카는 이번 계약이 삼성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네요. 그 부분은 아예 원문 그대로 옮겨다 놓겠습니다.
"Ending its litigation against HTC isn't necessarily a sign Apple is ready to end its much larger crusade against Samsung. That company is the leading US smartphone seller and a major rival. But Apple has the edge in court right now, and it is likely to push that advantage. Apple is also sparring with Google-owned Motorola over patents."
3. 왜 화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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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와 애플은 왜 화해를 했을까요? 실제로 두 회사는 최근까지도 한 치 양보 없는 특허 전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난 8월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에 완패했을 때도 HTC 회장은 "애플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입니다.
아스테크니카가 몇 가지 분석을 했네요. 우선 애플 입장에선 삼성과의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다른 소송에서도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HTC는 애플이 온 정열을 쏟아서 상대할만한 대상이 아니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하네요. 애플 입장에선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대상은 HTC가 아니라 구글이나 삼성이란 겁니다.
HTC 입장은 더 절박합니다. 계속 소송 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애플에 로열티를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네요. 적절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4. 애플 태도 누그러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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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이 진짜로 관심을 끄는 건 다른 부분입니다. 팀 쿡 체제로 바뀐 이후 특허 전쟁에 대한 애플의 태도가 누그러졌느냐는 점이 더 궁금한 부분입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해 엄청난 악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사항전' 자세로 임했을 정도이니까요.
올싱스디지털을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이런 부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테크크런치는 HTC가 다소 애플과 계속 소송을 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로열티 조건 역시 HTC 쪽에 유리한 건 아닐 것 같다는 겁니다.
반면 애플 역시 그 동안 '퇴치 대상'으로 생각했던 안드로이드 업체를 경쟁자 중 하나로 간주했다고 보고 있네요. 특허 분쟁에 대한 인식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삼성과의 소송도 협상의 여지가 좀 더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테크크런치의 입장입니다. 그 부분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This settlement with HTC is essentially a sign that Apple considers it a competitor neutralized, and that’s far from the case with Samsung."
올싱스디지털, 가디언, 리드라이트 역시 비슷한 논조입니다. 포스테이턴츠는 좀 더 꼼꼼하게 분석해주고 있습니다. 단 포스페이턴츠는 다른 언론사 기사를 읽는 것보다는 조금 어렵습니다. 대중적인 글쓰기와 전문가 글쓰기의 차이 때문일 겁니다.
5. 삼성엔 도리어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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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 오히려 악재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컴퓨터로 그룹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앤셀 할리버튼(Ansel Halliburton)이란 사람이 기고한 글입니다.
한 마디로 애플이 HTC와 화해한 것은 동맹군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전법이란 겁니다. 그런 다음 안드로이드 진영과 결사 항전을 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게 할리버튼 변호사의 분석입니다. 이 기사의 논점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건 아래 문장입니다.
"The HTC deal is bad news for Samsung, and even worse news for Google."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시겠죠? 삼성엔 나쁜 뉴스, 구글은 훨씬 더 나쁜 뉴스. 할리버튼은 또 삼성이 애플과 MS에 로열티를 지불하고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란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6. 안드로이드 진영과 체결한 15번째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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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과 체결한 15번째 화해 선언이라고 하네요. 링크한 기사에는 그 동안 애플이 체결한 화해 협상들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