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올해의 인물
33년간 한센인 무료 치과치료 강대건씨
희생하면 그게 다 즐거움으로 변해요
그런 기쁨 느끼는 사람들 많아졌으면…교황에게 훈장 받고 올해의 치과인 선정도
- 한센인 무료 치과치료 강대건씨
구세군이 공연하는 캐럴이 거리를 적셨던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날 강대건씨를 다시 찾았다. 신문에 공개된 이후 그를 찾아오는 이가 많아져서인지 6개월 전보다 혈색도 훨씬 좋고 에너지도 넘쳐보였다.
"신문이란 게 대단한 게 아직도 그 신문을 들고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요. 치과 의사로서 본분을 다한 것 이외엔 한 일이 없는데 상까지 주시니 일생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황송하고 고맙죠. 열 번 백 번 천 번을 말해도 모자랄 겁니다."
강씨는 1979년 기공사 봉사 모임과 함께 봉사에 나섰던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한센인 1만5000여명에게 치과 진료 봉사를 펼쳤다. 그는 "유명 인사가 됐다"며 쑥스러워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저한테 와서 악수해요. 신문 봤다며 '고맙다'고 하는데, 아이고 제가 도움 준 일도 하등 없는데 그저 '좋은 일 했다'며 고맙다고 두번 세번 절하고….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데요."
얼마 전 치과의사협회 송년회를 찾았던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런 모임에 가면 전 영감 중 상노인이잖아요. 그래서 잘 안 나가는데 치과의사협회서 주는 '올해의 치과인'에 뽑혔다며 나오라는 거예요. 근데 젊은 친구들이 제 옆에 붙어 기념사진을 찍자는 거예요. 저보고 스타라며. 참말로 당황하고, 아이고, 고마워라. 그럴수록 몸가짐 단정히 하고 반성하고 더 조심하고 살아야죠."
그를 찾는 손님도 늘었다. 그간은 주로 단골들만 상대했는데 보도 이후 일주일에 적어도 대여섯명씩 새 손님이 늘었다. 천주교 신자만 그를 찾는 게 아니라 개신교, 불교 신자까지 종교를 가리지 않았다. 나이대도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물론 그중 일부는 '공짜 틀니'를 바라고 그를 찾기도 했다. "세상에 서울에도 그렇게 가난한 사람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치아가 한두개밖에 없어서 밥에 침을 묻혀 먹는 수준의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닌 거라. 저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공짜는 좀 힘들다고 말하니까 아쉽다며 발길을 돌리는데 그 뒷모습에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는 "(상에서) 도망 다닐수록 상을 더 많이 준다"며 웃었다. 드러내려고 했던 일도 아니고, 자기가 해야 할 임무를 다하기 위해 앞만 보고 갔을 뿐인데, 세상이 자신에게 너무나 많은 걸 줬다고 말했다. "개업 그만둘 때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고생하고 고민하고 희생하면 그게 다 즐거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