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보은행복

[스크랩] 송년·신년 모임서 화제 오른 `각서` - 효도계약서

good해월 2016. 1. 7. 08:47

"엄마 친구 아들은 효도계약서 썼다는데…"

- 작성방법 문의 부쩍 늘어
변호사 등이 상담해주는 은행, 계약서 공증 법률사무소도 등장

- 세부 내용은 제각각
한 달에 1회 이상 함께 식사… 부모 동의없이 형제집으로 못보내

"아들아, 내 친구들은 다 썼다더라."

성탄절 연휴를 맞은 지난달 26일. 집을 찾은 아들 내외와 저녁을 하던 이모(62)씨는 며느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아들에게 '효도계약서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 운을 뗐다. 아들은 잠깐 당황한 표정으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선 자리를 피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아들이 결혼할 때 서울 강북에 5억원짜리 아파트 1채를 마련해줬다. 이씨가 작년 연말 송년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들은 효도계약서를 썼는지부터 물었다고 한다. 이씨는 "부모·자식 간에 계약서까지 써야 하나 싶었는데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보니 계약서를 받아둘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가족 모임에서 자식들과 효도계약서를 쓰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대법원이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50·60대의 송년·신년 모임에서 화제가 되면서, 이미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준 부모들까지 효도계약서를 쓰자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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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거나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봉양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각서(覺書)를 말한다. 민법상 자식에게 조건 없이 증여한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돌려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섣불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줬다가 나중에 홀대받거나 버림받을 것을 우려한 부모들이 안전장치로 효도계약서 쓰기에 나선 것이다.

자산 관리 상담을 해주는 시중은행 지점에 효도계약서 작성 방법을 문의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중산층이 주로 찾는 지점에서 변호사나 자산관리 전문가 등이 효도계약서 작성을 상담해 주는 은행도 생겨났다. KEB하나은행 소속 방효석 변호사는 "작년 초까지는 효도계약서를 쓰라고 권해도 '부모·자식 간에 무슨 계약서를 쓰느냐'며 안 하겠다는 고객이 많았는데, 최근엔 한 달에 3~4명이 효도계약서 초안 작성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효도계약서 공증(公證) 업무를 주로 해주는 법률사무소도 등장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효도계약서 공증 광고를 낸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효도계약서 공증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와 광고를 내게 됐다"며 "증여 재산의 규모에 따라 공증 한 건당 10만~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식을 상대로 내는 부양 비용 청구 소송은 2005년 151건에서 지난해 262건으로 늘었다.

효도계약서의 기본 골격은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것이다. 다만 각서에 들어가는 '효도'의 세부 내용은 제각각이다. 김모(64)씨는 지난달 말 결혼한 아들에게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1채를 물려주기로 하고 '한 달에 50만원씩 용돈을 지급하고, 이를 어기면 증여받은 아파트를 반환한다'는 내용의 효도계약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딸에게 신혼집 전세금으로 2억원을 보태주고 효도계약서를 썼다는 박모(58)씨는 딸·사위와 '한 달에 1회 이상 함께 식사할 것'이란 조건을 달았다. 유모(여·56)씨는 최근 큰아들과 효도계약서를 쓰면서 '부모 동의 없이 형제 집으로 보내지 말 것'이란 문구를 명시하기도 했다. 유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큰오빠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도 다른 형제들 집을 전전한 것을 보고 효도계약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고 했다.

일부 부모는 변호사에게 효도계약서 작성을 의뢰하면서 '부모에게 세 번 이상 대들면 재산을 반환한다' '며느리가 입에 맞는 음식을 차려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법인 강호의 장진영 변호사는 "법적으로 해석이 모호한 조건을 단 계약은 법적 다툼이 벌어졌을 때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최윤아 기자   입력 : 2016.01.05


출처 : 해암의 일상
글쓴이 : 해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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