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무 큰 孝세대차..부모 "자주 봐야" 자녀 "용돈으로"
양연호,박재영 입력 2017.05.02. 17:52 댓글 8개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그 후에는 부모 봉양을 나 몰라라 해서 결국 '효도계약서'까지 쓰는 게 세간의 화제였다. 효도계약이란 부모가 재산을 증여하는 대가로 자녀가 효도 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문서로 공증까지 받아두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요즈음은 효도계약서 작성이 워낙 흔해서 별다른 뉴스 거리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고도 구체적인 봉양 조건을 놓고 부모와 자식 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효(孝)'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인식 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분석한다. 부모들은 '자녀의 정기적 방문' '가족행사 참여' 등 전통적인 혈연·정서적 의미에서 '효도'를 바라본다. 반면 자녀 세대는 '용돈, 비상시 목돈 등 부양료 지급' 등을 우선순위로 꼽아 경제·물질적 지원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효도계약과 불효자 방지 법안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태도'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가 자주 찾아오거나 안부 전화를 하는 등의 '정서적 지지'를 가장 원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병간호나 경제적 지원을 최고의 '효'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효도계약 조건을 △신체·물리적 도움 △정서적 지지 △부모 간병 △경제적 부양 △규범적 의무 등 5가지 항목으로 압축한 뒤 각각에 대한 요구도를 4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부모 세대는 정서적 지지(3.14점)를, 자녀 세대는 부모 간병(3.29점)을 각각 '효도' 항목 1순위로 꼽았다.
특히 경제적 부양에 대해 자녀 세대는 3.16점을 부여하며 부모 간병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부모 세대는 가장 낮은 점수(2.56점)를 주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오히려 부모 세대는 '규범적 의무' 항목에서 2.99점으로 자녀 세대(2.77점)보다 더 높은 요구를 보였다. 규범적 의무란 집안의 대소사에 참석해 자식 된 도리를 다하고 명절에 부모님 찾아 뵙기, 조부모 제사 및 묘소 관리, 형제·친척 간 우애 있게 지내기 등과 같은 전통적 규범에 충실한 것을 의미한다.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핵가족 시대에도 여전히 '가족주의'에 기초한 전통적 의미의 효와 부양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반면 성인 자녀 세대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기능적이고 조건적인 부양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증여 분쟁 전문가인 방효석 변호사(법무법인 우일)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부모 봉양은 언젠가부터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명절 때나 찾아 뵈면 된다고 생각하는 자식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현재 부모 세대는 자녀들의 정기 방문의 가치를 월 1000만원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효에 대한 인식 차이로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을 해 준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하는 가족 간 부양료 청구 소송이 총 107건 접수됐다. 2012년 86건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부모와 자식 세대 간 갈등이 계속 늘어나자 국회에서는 속칭 효도법(불효자방지법)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유에 '학대'와 '부당한 대우' 등이 추가됐다. 또 증여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도 1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부모에 대한 범죄 행위 등에만 증여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해제권 행사 기간도 6개월에 그친다.
자녀 세대가 효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단순히 물질만능주의로 해석해서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숨 가쁜 직장생활과 고달픈 육아 등으로 부모가 원하는 '효'의 실천이 쉽지 않을뿐더러 개념도 명확하지 않은 현실에서 사실상의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부모와 자식 간에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영 변호사는 "아무리 법으로 효도와 부양 의무를 규정하더라도 효도의 총량을 수치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며 "다른 법적 분쟁 해결과 마찬가지로 역시 당사자 간의 평상시 대화를 통해 인식의 차를 좁혀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연호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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