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보은행복

[스크랩] 멀리 가는 향기

good해월 2018. 3. 15. 08:07
멀리 가는 향기

평소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편안하게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아왔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났습니다. 
며느리에게도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마치 딸처럼 잘 대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혼자인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늘 무엇인가 바빴습니다. 
처음에는 며느리도 그러려니 했지만 
저녁 무렵에 들어오는 시어머니의 
표정을 보면 무척 피곤해 하면서도 
늘 입가엔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날은 혼자서 훌쩍거리면 
조용히 우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며느리는 
필시 시어머니가 로멘스 그레이 
즉 연애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다가 용돈도 부족해 하시곤 해서 
잠깐씩 부업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사귀는 할아버지가 있을 거라고 
여긴 며느리는 어느 날 이 문제를 
진지하게 아들인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남편은 한참이나 천정을 쳐다
보더니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아파트에 초인종이 울리는 일이란 
경비 아저씨나 택배, 등기 우편물을 
전하는 우체부 아저씨가 전부였는데 
작은 인터폰 화면에 비친 얼굴은 
어떤 나이 많은 할머니의
 얼굴이었습니다.
순간 '아니 아파트에 왜 잡상인인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도대체 
경비아저씨는 뭐하고 계시지' 하며 
신경질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할머니가 
아주 미안해하며 감사하다며 
꼭 어머니에게 전해 달라며 
까만 봉지를 건네고는 갔습니다.
까만 봉지 안에는 밀감 몇 개와 
사탕 몇 개 그리고 작은 우유가 
한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도대체 이게 뭐지?’하며 
내팽개치듯 까만 봉지를 
식탁에 내 던져 놓았습니다.
저녁에 시어머니가 들어오시자 
며느리는 할머니가 다녀간 일을 
이야기하고 까만 봉지를 내 밀었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어머머 아이고 
이를 어째 아이고 이를 어째 그 할머니가 ... 
그 할머니에게 이것도 소중한 건데' 
하시며 말을 잇질 못했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이 까만 
봉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서 시장 
지물포에서 비닐을 사다 산동네 
쪽방촌 독거노인 할머니집 창문을 
비닐로 한기를 막는 작업을 하고 
연탄도 몇 백 장 
쌓아주고 왔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보답으로 
이걸 보냈다고 했습니다.
며느리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간 시어머니를 너무나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별어별 좋지 않은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자신도 시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향기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사람도 꽃처럼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천리향이란 별로 이뻐지도 않는 
철쭉처럼 생긴 보통의 꽃에서 
피는 꽃입니다. 하지만 이 꽃향기는
 천리를 간다고 합니다. 
꽃은 자신의 향기를 사방으로 
퍼뜨려 멀리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그 향기를 가슴에 품도록 해서 
후대에 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시어머니의 향기를 
며느리가 품고 또 꽃을 피워내면 
자손 대대로 멀리 멀리 계속해서 
향기가 전해 질 겁니다.
-'가슴으로 읽는 따뜻한 이야기' 중-
출처 : 행복한 집 갓바위
글쓴이 : 갓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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