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최고령 과학자가 고령(高齡)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 안락사(조력자살)를 위해 스위스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혀 영미권에서 안락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104세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사진>은 최근 호주 공영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스위스 바젤의 병원에 안락사 예약을 잡아뒀으며, 다음 달 초 현지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질병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새로운 논란거리다. 그는 불과 4년 전에도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2년 전엔 명예상을 받는 등 여전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안락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최근 인터뷰에서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이라며 “너무 오랫동안 살아 지금의 나이에 이른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 삶의 질 악화 이유로 스위스서 안락사 희망
구달이 안락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대학 측이 건강을 이유로 퇴임을 요구한 것이다. 102세 고령인 그가 1시간 3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퇴근하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4~5번 환승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구달은 이를 “고령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고, 대학 측은 결국 그에게 새 사무실을 마련해주겠다며 퇴임 권고를 철회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계기로 생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건강이 더 나빠져 아파트에서 쓰러지기도 하는 등 혼자만의 힘으로 생활하는 것이 버겁다고 느껴지자 지난달 초부터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나이까지 살게 된 걸 매우 후회한다”며 안락사를 희망한다고 밝혀 왔다. 구달은 과거 20년 동안 안락사 지지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에서 활동을 해 온 행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 “안락사 허용해 시민권 누려야” vs “생명 경시 우려”
구달의 ‘솔직한 고백’을 계기로 영미권에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권리를 더 많은 나라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될 경우 생명경시 풍조가 더욱 만연할 것이란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구달은 “죽는다는 게 특별히 슬픈 일은 아니다. 진짜 슬픈 것은 죽고 싶은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조력자살권을 포함한 완전한 형태의 시민권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의료협회는 여전히 조력 자살을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로 보고 구달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마이클 개넌 호주 의료협회 회장은 “의사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훈련받지 않는다”며 “사람을 살리는 훈련과 도덕의식을 주입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질병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새로운 논란거리다. 그는 불과 4년 전에도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2년 전엔 명예상을 받는 등 여전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안락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최근 인터뷰에서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이라며 “너무 오랫동안 살아 지금의 나이에 이른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 삶의 질 악화 이유로 스위스서 안락사 희망
구달이 안락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대학 측이 건강을 이유로 퇴임을 요구한 것이다. 102세 고령인 그가 1시간 3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퇴근하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4~5번 환승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구달은 이를 “고령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고, 대학 측은 결국 그에게 새 사무실을 마련해주겠다며 퇴임 권고를 철회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계기로 생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건강이 더 나빠져 아파트에서 쓰러지기도 하는 등 혼자만의 힘으로 생활하는 것이 버겁다고 느껴지자 지난달 초부터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나이까지 살게 된 걸 매우 후회한다”며 안락사를 희망한다고 밝혀 왔다. 구달은 과거 20년 동안 안락사 지지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에서 활동을 해 온 행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 “안락사 허용해 시민권 누려야” vs “생명 경시 우려”
구달의 ‘솔직한 고백’을 계기로 영미권에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권리를 더 많은 나라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될 경우 생명경시 풍조가 더욱 만연할 것이란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구달은 “죽는다는 게 특별히 슬픈 일은 아니다. 진짜 슬픈 것은 죽고 싶은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조력자살권을 포함한 완전한 형태의 시민권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의료협회는 여전히 조력 자살을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로 보고 구달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마이클 개넌 호주 의료협회 회장은 “의사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훈련받지 않는다”며 “사람을 살리는 훈련과 도덕의식을 주입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달이 속한 안락사 지지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호주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저명한 시민 중 한 명인 그가 존엄한 죽음을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상황은 비극적”이라며 호주 정부에 존엄사 합법화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구달의 여행을 위해 모금 활동도 벌였는데 최근까지 총 1만7000호주달러(약 1372만원)가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달이 안락사 여행에 필요한 금액은 1만5000호주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 일부 국가만 안락사 제한적 허용
안락사는 아직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호주도 빅토리아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내년 6월 발효 예정인 빅토리아주 존엄사법도 기대수명 6개월 미만의 불치병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이 단체는 구달의 여행을 위해 모금 활동도 벌였는데 최근까지 총 1만7000호주달러(약 1372만원)가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달이 안락사 여행에 필요한 금액은 1만5000호주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 일부 국가만 안락사 제한적 허용
안락사는 아직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호주도 빅토리아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내년 6월 발효 예정인 빅토리아주 존엄사법도 기대수명 6개월 미만의 불치병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구달이 안락사를 위해 선택한 스위스는 의사 조력자살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이기적인 동기에 한해서만 처벌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이번 여행이 성사될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는 1942년부터 안락사와 이를 지원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단, 부작용을 막기 위해 스위스 형법은 의사가 처방한 치사약을 반드시 ‘본인이 직접’ 복용하는 것만 허용하고, 의사를 포함한 제삼자가 먹여주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또한 자살을 하려는 이들을 ‘이기적 목적으로’ 돕는 사람은 최대 징역 5년형을 선고받는다.
미국은 1975년 ‘카렌 퀸란 사건’으로 안락사 논쟁이 시작됐다. 당시 21세였던 퀸란은 술과 약물 복용으로 의식을 잃고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는데,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한 부모의 요구를 의사가 거부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퀸란의 부모는 소송을 냈고, 이듬해 뉴저지주 대법원은 퀸란의 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미국 일부 주에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법률이 갖춰졌다. 명칭과 내용은 다르지만 ‘치료·회복할 수 없는 말기 상태로 생명유지장치가 단지 죽음의 순간을 연기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전제다. 뉴멕시코·몬태나·버몬트·오 리건·워싱턴·캘리포니아 등 6개주가 안락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치료 가능성이 있는 정신 질환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 밖에 안락사가 허용된 곳은 룩셈부르크와 캐나다 퀘벡, 콜롬비아 등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자의 뜻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1975년 ‘카렌 퀸란 사건’으로 안락사 논쟁이 시작됐다. 당시 21세였던 퀸란은 술과 약물 복용으로 의식을 잃고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는데,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한 부모의 요구를 의사가 거부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퀸란의 부모는 소송을 냈고, 이듬해 뉴저지주 대법원은 퀸란의 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미국 일부 주에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법률이 갖춰졌다. 명칭과 내용은 다르지만 ‘치료·회복할 수 없는 말기 상태로 생명유지장치가 단지 죽음의 순간을 연기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전제다. 뉴멕시코·몬태나·버몬트·오 리건·워싱턴·캘리포니아 등 6개주가 안락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치료 가능성이 있는 정신 질환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 밖에 안락사가 허용된 곳은 룩셈부르크와 캐나다 퀘벡, 콜롬비아 등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자의 뜻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조선일보 남민우 기자 입력 : 2018.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