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렸다. 버스 회사에 연락해 봤지만, 없다고 했다. 나는 지갑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일말의 기대감도 버렸다. 그런데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한 고등학생이 버스에서 습득한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
마침 지방 출장 중이라 아내가 파출소에 대신 갔다. 아내는 각종 카드와 신분증, 사진, 그리고 현금도 그대로 있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아내는 파출소에서 나와 지갑을 주운 학생의 학교로 곧장 찾아갔다.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그 학생의 반 전체에 빵과 음료수를 선물했다. 그리고 그 학생에게는 지갑에 있던 5만원을 고스란히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내가 돈까지 줄 필요가 있었냐고 하니 아내는 “지갑을 잃어버린 순간, 그 돈은 이미 당신 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솔직히 나는 지갑이 돌아온 건 기쁘지만, 돌아오지 않는 5만원은 좀 아까웠다.
그래서 지방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내로부터 지갑을 건네받으며 "진짜 5만원을 줬냐?"고 또 물었다. 그랬더니 아내는 내게 "그게 아깝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조금 아깝다"고 속마음 그대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의 다음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학생도 하루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 경찰서에 찾아가 지갑을 맡긴 거다. 5만원은 그 대견함에 대한 대가다. 그 학생이 앞으로 또 유사한 일을 겪으면 어떡하겠냐? 그 학생은 이번 경험으로 선행에 대한 확신을 가질 거다”
아내는 학교까지 찾아가 반 전체에 간식거리를 사준 이유도 설명했다. 그 아이의 행동이 알려지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교감 선생님까지 만나 그 학생을 칭찬했다.
내가 눈앞의 돈에 연연했다면, 아내는 더 멀리까지 내다본 것이었다. 아내는 작은 행동이 모여 세상이 바뀐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수양이 부족한 나는 아직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 학생처럼 현금이 들어간 지갑을 돌려줄지, 그리고 아내처럼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할지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행동인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 좋은 생각 11월호 배우근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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