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 해마다 사람은 왜 달라지는가? 당나라 때 시인 유희이가 읊은 시의 한 토막이다. 해마다 피는 꽃이 물론 같은 꽃일 수는 없다. 피었다 지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꽃이 아닌가? 사람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모
든 인간은 어느 나이가 되면서 부터 늙기 시작해서 옛날의 모습을 알 아보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옛날 노래에 열흘 동안이나 피어 있는 꽃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별로 아름답지 않은 꽃들은 오래 피어 있을지도 모른다. 꽃 중에 정말 백일 동안 피어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백일홍’이라는 이름의 꽃이 있는 것을 보면 오래오래 피는 꽃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래 피는 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것 같다. 일 년 열두 달 365일 피어있는 꽃은 오로지 조화뿐이다. 그러나 조화가 필요 해서 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조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꽃은 피었다 반드시 시들어야 하고 사람은 젊었다가 반드시 늙어가야 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많이 늘어나서 이젠 80세도 그렇게 드물지 않다. 90을 넘긴 사람들도 많고 100세가 다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사람은 꽃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만은 늙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산다. 보기에 아름답다는 말은 아니다. 누구의 얼굴에나 주름살은 보기 좋지 않다.
그러나 그 많은 주름진 얼굴에도 노인의 두 눈에는 총명한 기색이 감돌 수 있다. 내면의 생활이 어떠냐에 따라서 우리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 이다. 오래 살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그런 일은 다 하늘에 맡기고 편 안한 마음으로 정직하고 선량하게 살면 눈빛만은 그대로 변치 않고 빛날 것이다. 김동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