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야마가타대-아이비엠 항공사진 분석
1개는 딥러닝 인공지능 추론으로 찾아내
천문현상과 관련한 종교의식 일환인 듯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남쪽으로 약 400km 거리에 있는 동태평양 해안지대의 나스카 평원에 가면 오늘날 세계 고고학의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를 만나볼 수 있다. 널따란 평원에 새겨져 있는 대형 땅그림(geoglyphs, 지상화)이다. 무려 45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평원에 땅을 파헤친 자국이 만들어낸 문양들이 즐비하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이 땅그림들은 이 지역에 거주하던 나스카인들이 기원전 500년~서기 500년 사이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기기묘묘한 기하학적 도형,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연상시키는 그림 등은 최대 길이가 수킬로미터나 돼 항공 촬영을 통해서만 그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야마가타대 연구진과 아이비엠이 최근 이 지역에서 143개의 땅그림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가운데 1개는 기존 사진 분석으로 찾아내지 못한 것을 아이비엠의 딥러닝 인공지능을 이용해 찾아냈다. 인공지능을 앞세워 땅그림을 발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6~2018년에 촬영한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새로 확인한 땅그림에는 사람, 뱀, 새 등이 포함돼 있다. 야마가타대 연구진은 기원전 100년에서 서기 3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인공지능이 이번에 찾아낸 땅그림은 막대기를 들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다. 인공지능이 항공 사진을 분석해 형상을 추론한 뒤, 이를 토대로 현지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땅그림을 확인했다.
나스카인들이 거대한 땅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추측만 무성할 뿐 확실한 이유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웹사이트에 따르면 천문 현상과 관련한 종교의식의 일환이었을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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