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둑 쌓아 설탕물 빼내는 개미의 ‘집단 지성’
등록 :2020-10-13 14:57수정 :2020-10-13 15:30
[애니멀피플]
모래로 사이펀 만들어 익사 줄이고 손쉽게 설탕물 확보
그릇 속 설탕물을 끄집어내기 위해 검은붉개미가 그릇 안과 가장자리, 밖에 모래를 쌓은 모습. 사이펀 구실을 해 그릇 안의 설탕물 절반이 5분 안에 밖으로 스며 나왔다. 아이밍 저우, 장천 박사 제공
사람 말고도 도구를 쓰는 동물은 침팬지, 까마귀, 문어, 개미 등 많다. 그러나 고체가 아닌 다루기 까다로운 액체 먹이를 얻는 데 도구를 쓰는 동물은 훨씬 적다.침팬지는 깊은 구멍 속 꿀을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이용해 찍어 먹고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부리가 닿지 않는 용기 속 먹이가 떠오르도록 돌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인다.고도의 사회적 동물인 개미 일부도 흙이나 부스러기를 액체 먹이에 담가 스며들게 한 뒤 옮기는 방법을 쓴다. 나아가 어떤 개미는 모래로 낮은 곳의 액체를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사이펀을 만들어 용기 속 액체 먹이를 확보한다는 새로운 도구 사용 사례가 밝혀졌다.
검은불개미떼가 물어온 모래가 설탕물이 든 그릇 안팎에 쌓여 설탕물이 밖으로 스며 나오도록 했다. 아이밍 저우, 장천 박사 제공
아이밍 저우 중국 화정농업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기능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검은불개미가 비인간 동물계에서 처음 보는 방식으로 그릇에 든 설탕물을 빼낸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저우 교수는 “이 개미가 모래로 구조물을 만들어 용기 안 설탕물을 효율적으로 끄집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런 놀라운 도구 제조 기술로 개미가 물에 빠져 죽는 위험을 줄이고 설탕물을 모으기 편한 넓은 공간을 만든다”고 말했다.검은불개미는 남미 원산으로 우리나라에 침입해 널리 알려진 붉은불개미와 속이 같은 길이 2∼3㎜의 작은 개미이다. 이 개미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주요 먹이는 식물의 꽃꿀과 진딧물 꽁무니에서 분비하는 감로이다.그러나 워낙 몸집이 작다 보니 액체 먹이를 먹으려다 빠져 헤어나오지 못해 익사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미의 몸은 물을 밀쳐내는 성질의 키틴질로 덮여있다.
남미 원산의 검은불개미. 북미에 침입종으로 퍼졌다. 켄 차일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개미가 익사 위험의 크기에 따라 설탕물을 섭취하는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실의 다양한 조건에서 알아봤다. 그릇에 담긴 15% 농도의 설탕물에서 개미는 물의 표면장력과 소수성 키틴 껍질에 힘입어 물에 뜬 상태로 설탕물을 흡수했다.그러나 연구자들이 설탕물에 합성세제 성분을 여러 가지 농도로 풀어 표면장력을 차츰 낮추자 개미의 대응도 달라졌다. 멋모르고 설탕물에 뛰어든 개미가 잇달아 익사했다.합성세제의 농도가 0.05%에 이르고 익사 개미가 늘어나자 개미 무리는 주변의 모래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릇 안쪽에 모래 알갱이를 떨어뜨리더니 1시간 반쯤 지나간 뒤에는 그릇 바깥에 더 많은 모래더미가 쌓였다.그릇 안에 쌓인 모래에 스며든 설탕물은 그릇 가장자리의 모래를 거쳐 모래 밖에 쌓인 모래더미로 퍼져나갔다. 사이펀과 닮은 이런 모래 통로가 용기마다 1∼2개 생겼다.
5분 안에 그릇의 설탕물 가운데 절반이 그릇 밖으로 스며 나왔다. 개미들은 설탕물에 촉촉하게 적셔진 모래 알갱이를 물고 갔다. 개미의 90%가 익사 위험이 없는 그릇 밖에서 운반 작업을 했다. 전체적으로 개미의 무게는 8% 늘어 상당량의 설탕물을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연구자들은 “검은불개미가 생태적 난관에 새롭고 놀라운 적응 능력을 보였다”고 논문에 적었다. 저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검은불개미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다른 종들도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인용 논문: Functional Ecology, DOI: 10.1111/1365-2435.13671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65569.html?_fr=mt3#csidx045b93815853397b6ad650da7080d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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