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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위해 써달라” 전재산 기부한 두 할머니

good해월 2020. 12. 19. 08:29

“학생위해 써달라” 전재산 기부한 두 할머니

전채은 기자 입력 2020-12-19 03:00수정 2020-12-19 03:00

송혜민 할머니, 서울대에 4억
“먼저 간 남편-아들 모교사랑 받들어”
故 홍정희 할머니 신탁기부 7억
“가정형편탓 못배운게 恨이었다”

서울대에 수억원의 재산을 기부한 송혜민 할머니(왼쪽 사진)와 고 홍정희 할머니의 생전모습. 서울대 제공

 

할머니 두 분이 평생 모은 재산 수억 원을 서울대에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서울대에 따르면 송혜민 할머니(78)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과 남편을 기리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4억4000만 원을 기부했다. 송 할머니의 외아들 도원석 씨는 1991년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했으며 남편도 상과대학 동문이다.

아들 도 씨는 서울대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나 경영학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2004년 돌연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2015년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자 송 할머니는 생전 남편의 뜻에 따라 유산을 서울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송 할머니는 “화학공학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기리며 평소 아들이 사랑했던 서울대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돼 뜻깊은 일이 될 거 같다”며 “남편이 남긴 재산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아들의 이름으로 부자(父子)의 모교에 기부할 수 있어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는 ‘도원석 장학기금’을 조성해 학부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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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87세를 일기로 별세한 홍정희 할머니는 신탁 기부를 통해 7억 원을 서울대에 기부했다.

 

홍 할머니는 재일 교포 사업가와 결혼해 일본에서 거주하다 남편이 사망한 후 2019년 한국에 돌아왔다. 홍 할머니는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원에 머물면서 요양원 측에 사망 후 재산을 서울대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정 형편 탓에 배움이 짧았던 것이 홍 할머니에겐 평생의 한이었다고 한다.

요양원 원장은 홍 할머니가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활용해 서울대에 기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살아 있는 동안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하다 위탁자 사후 계약대로 재산을 상속·배분하는 제도다. 홍 할머니는 이 계약을 맺으며 “젊은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장학기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홍 할머니가 올해 2월 사망하자 신탁 계약에 따라 유산 7억 원은 서울대발전기금에 기부됐다. 서울대는 할머니의 이름을 딴 ‘홍정희 장학기금’을 조성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