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에 입학한 정민석군이 말하는 ‘실전 공부법’ “오답노트와 끈질긴 질문이 최고의
공부법이에요”
올해 3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에 입학한 정민석(19세)군에게 대학생이 된 후 가장 달라진 점을 물으니
“운동을 맘껏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즐겼는데 고3이 되면서 딱 끊었기 때문. 친구들이 유니폼까지 만들어서 축구를 즐기자
그 유니폼을 사서 입지는 못하고 벽에 걸어둔 적도 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제일 먼저 든 동아리도 축구동아리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하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어릴 때도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 잡지를 많이 읽긴 했지만 특별히 공부에
매달린 적은 없어요.”
민석군의 어머니 김미선씨도 직장생활을 했던 터라 특별히 아들의 공부를 챙겨주지 못했다. 간식으로 과일을 늘
준비하는 것과 책을 많이 사주는 정도였다고. 만화로 된 역사책이나 과학책을 전집으로 사준 게 과학과 국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성적이 떨어진 충격으로 공부에
매진 그가 긴장을 하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낀 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다. 쉬엄쉬엄 공부해도 유지되던
성적이 1학년 1학기가 끝나면서 떨어지는 바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원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 2개월 동안
학원에 다녀본 적이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한다는 건 머리에 정보가 입력이 되어야
가능하잖아요. 그 과정을 돕는 게 예습과 복습이고요. 학원을 다니게 되면 입력을 기다리는 정보는 많은데, 예습과 복습을 할 시간은 줄어서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민석군 역시 혼자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기도 했다. 특히 공부시간의 배분이 자유롭기 때문에 한
과목에 집중하면 다른 과목의 성적이 떨어지는 불균형 현상을 많이 경험했다. 고1 때 성적이 떨어진 수학에 집중하자 언어와 외국어 영역이
부족해졌고, 언어와 외국어 영역을 챙기고 나니 탐구영역이 부실해진 걸 느끼기도 했다.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면 김씨는 학원에 다녀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그때마다 민석군은 공부하는 흐름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수학 성적이 떨어지면서 몇 달 간 과외를 해본
경험은 한 번 있다. 과외를 해준 사람은 사촌형으로 그 역시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받지 않고 서울대에 합격한 케이스. 과목별로 접근하는 방법과
공부에 임하는 자세까지 사촌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혼자서 공부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요. 우선 학교 수업에 집중하게
돼요. 수업시간에 졸면 그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없으니까요. 과한 운동이나 식곤증 때문에 졸려도 꾹 참고 수업을 듣다 보면 자연히 밤에 푹 자게
되어 신체리듬도 정상적으로 흘러요. 조용한 밤에 공부하는 수험생이 많잖아요. 하지만 고3 때만이라도 수능을 보는 시간대에 맞춰 신체리듬을
준비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수능 6개월 전부터는 수능 시간대에 맞춰서 과목별 공부를 했어요. 오전 8시 반부터 10시
10분까지는 언어영역 공부를 하는 식이지요. 영역별로 쓰는 뇌가 다를 거라는 생각에 생체리듬을 고려해보았을 뿐, 사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어요.(웃음)”
정민석군은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혼자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 3가지 공부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모든 과목의 개념 정리부터 하는 것이다. 점수 따기에 연연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문제집부터 풀기 급급한데 이렇게 해서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설사 올랐다고 하더라도 기존 문제집의 문제 유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 마주치게 되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서는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
“참고서들의 개념 정리는 전 학기 수능 유형을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어려운 것 위주로 서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서 공부하면서 스스로 개념 파악을 하는 데에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죠. 교과서와 참고서를 동시에 본다면 서로의 단점을 커버해주니까 개념 파악과 실전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어요.”
교과서를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습목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학습목표는 그 단원 내의 핵심 내용인데다, 수능 문제 역시 이 학습목표를 기반으로 하여 출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로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 혼자서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모르는 문제를 선생님에게 질문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정민석군은 교무실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 학생으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명했을 정도. 고3 때의 담임인 인천
세일고등학교 이억진 교사도 민석군의 집요한 질문에는 두 손을 들었다고. 다른 과목에 비해 언어영역의 점수가 낮았던 민석군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교무실에 찾아가 어휘를 비롯한 질문을 던졌다. 결국 수능에서 언어영역 만점을 받았다.
선생님이 귀찮아할 때까지 질문을 해라 “질문은 문제의 해법을 가장 빨리 아는
방법이기에 많이 할수록 좋아요. 선생님들은 절대로 질문받는 걸 싫어하지 않으시니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서 단점을
보완해야지요.”
질문을 통해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은 문법이나 어휘. 혼자서 꼼꼼히 체크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선생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세 번째는 오답노트를 만드는
일이다. 오답노트는 복습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민석군의 경우 오답노트의 작성 방법도 체계화되어 있다. 문제를
오려서 붙인 후 틀린 이유를 적고 올바른 개념을 정리하는 순서다. 지문이 길고 문제가 다양한 언어영역은 실전이 다가올수록 오답노트를 만들 시간이
없어서 틀린 문제를 모아두었다 보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개념 정리가 중요한 수리영역과 탐구영역은 끝까지 오답노트를 통해 확실하게
정리해두었다.
오답노트를 볼 수 있을까 물었더니 곤란해 하는 표정이다. 후배들에게 다 주었기 때문이다. 민석군은 후배들을 위해 각
영역별 공부법을 A4 용지 7장으로 정리해서 나눠주기도 했다. 자신 역시 사촌형과 선생님 등 많은 이의 도움으로 합격한 것이기에 그 도움을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어머니 김미선씨가 한마디 거든다.
“언젠가 아이 책상을 정리해주는 데 노트에 이렇게
적어뒀더라고요. ‘오늘 친구가 하는 질문을 마지막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대답하자’라고요. 친구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질문을 하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도와주다 보면 자신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걸 느꼈다고 해요.”
‘배워서 남 주자’가 목표라는 정민석군.
혼자 공부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바로 따뜻한 목표 덕분이 아닐까.
▶ 서울대 불문과에 다니는 황혜진양이 말하는 ‘시간 절약 공부법’ “집중력을
높이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게 포인트죠’”
지금 황혜진(20세)양은 파리에서 4개월째 어학연수
중이다. 불문과 3학년 1학기를 휴학 중인 그녀는 어느 때보다 프랑스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다음 학기에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시험을 합격해놓은 상태라 프랑스어 실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돈을 모아서 왔기 때문에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고. 대학에 진학한 후 어학연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과외를 비롯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all A를 받을
정도로 높은 학점을 유지한 비결은 집중력이다. 고등학교 때 다양한 과외활동을 하면서도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도 집중력
덕분이었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시간들이 떠올라
아깝거든요. 늘 문제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제가 가진 시간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려 있죠.”
예습보다 복습을 해야 시간을 아낀다 그녀가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보는 것.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지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며 공부했다.
공부 외에 다른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 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라 친구들처럼 문제집을 많이 풀지는 못했다. 하지만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은 자기만족에 그치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하나의 문제집을 풀어도 모르는 것 하나 없이 넘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혜진양의
생각이다.
“오답노트는 주로 모의고사에서 틀린 문제들을 모아 만들어요. 저는 문제집의 문제들도 틀린 게 있으면 오답노트를 만들며
확실히 공부했어요. 맞은 문제라도 보기를 전부 다시 읽고 모르는 보기가 있다면 꼭 짚고 넘어갔고요. 문제를 많이 풀 시간이 없다 보니 문제집
선택도 잘 해야만 해요.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면서 심화문제가 많은 게 좋은데 저는 EBS 교재를 많이 봤어요.”
고등학교
공부는 범위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전에 배운 걸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새로 배운 범위만 공부해도 된다는 뜻이다.
알고 있었던 걸 잊어버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예습보다도 복습이 중요하다. 황혜진양이 꼽는 가장 효과적인 복습 방법은 오답노트.
그녀는 문제만 오려서 붙이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에 대해 설명을 다 적어놓았다. 오답노트가 꼭 필요한 과목으로는 영어문법과 수학, 사회를
꼽는다.
그녀의 경우 언어영역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워낙 책을 좋아해 늘 좋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언어영역 공부를 하려면 비문학과 문학을 구분해서 다양한 독서를
해야 한다고들 해요. 하지만 언어는 어디나 통하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끝까지 파고들면 다른 영역도 함께 발전합니다. 저는 고3 때도
2주에 책 서너 권을 읽었지만 다 소설책이었어요. 억지로 사회과학서나 신문을 잡고 있어도 좋아하지 않으면 능률이 오르지
않거든요.”
언어영역의 경우 공부를 안 해도 점수가 확보되는 편이었지만, 수학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혼자서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을 벌자’는 생각에 과외를 받았다. 자신 없는 단원을 선택해 4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생에게 과외를 받은 것. 모르는 문제를
모아두었다가 선생님이 오면 한꺼번에 물어보는 방법으로 집중적으로 진행했더니 다른 과목과 비슷한 점수대로 금방 올랐다.
오답노트와
독서, 한 차례의 집중적인 과외로 공부시간을 줄인 후 남는 시간은 관심 있는 과외활동에 쏟았다. 밴드부에서 키보드 주자로 활동하며 청소년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지방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 조준경씨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성적이 떨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황혜진양은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스스로 일을 찾아서 만들어내는 편이었다. 학교의 심사위원단이 되어서 후배들에게 학교 홍보활동도 했고,
해태제과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은 결국 대학에 합격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활동이 오히려 공부에 도움 가장 많이 시간을 쏟은 과외활동은
작문이었는데 언어영역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공부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틈틈이 청소년 백일장에 이메일로 공모를
하기도 했고,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 고3 여름방학에는 하룻밤을 꼬박 새워 시나리오를 완성해 영화사에 보냈다. 놀랍게도 영화사 쪽에서
후반부를 고치자고 권유해왔지만, 수험생의 신분인 만큼 거절했다고.
그녀가 열심히 공부를 한 데에는 알게 모르게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롤 모델로 삼아왔다고 한다. 영어를 잘 하면서도 늘 영어 방송을 보며
감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은 딸에게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심어준 셈이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공부에 집중하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 언어 공부를 좋아해서 외고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학원에서 입학시험 모의고사를 치렀다. 시험을 친 600명 중에 480등이 나오자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공부에 매진한 것. 결국 집에서 가까운 외고에 합격했지만 1학년 때만 해도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서울대에 합격하기까지
꾸준히 성적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계획과 실천 덕분이라고 한다.
“1, 2학년 때는 하루 3시간 정도, 3학년에 올라와서는
6시간 정도 혼자서 공부를 했어요.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해서 2년치를 한꺼번에 세우기도 하고, 매달, 매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지켰어요.
페이스 조절을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분량보다는 시간을 지키며 공부했죠. 공부는 리듬을 지키면서 해야 같은 양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황혜진양이 공부를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바로 긍정적인 사고다. 외고에 입학하고서 그녀는 자신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특히 기억력이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대신 나는 이해력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다. 덕분에 암기력이 떨어져 비교적 약했던 사회 과목도 외운 범위 안에서 추론해서 푸는 ‘자신만의 해결법’을 찾게
되었다고.
“저는 사실 아이큐가 별로 높지 않아요. 제가 남들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을 워낙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늘 믿는다는 점이에요. 믿기만 해도 세상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3년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변함없이
믿었다는 황혜진양. 처음에는 외고에도 겨우 합격했던 그녀가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에 합격하기까지 꾸준히 성적이 오른 데에는 ‘스스로를 믿어주는
자기 신뢰’가
한몫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