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행복

<조선일보>'IT 노하우' 한국에 길을 묻다

good해월 2007. 10. 26. 13:40
 
IT 노하우’ 한국에 길을 묻다
'코벌라이제이션' 세계를 이끈다
<4·끝>세계에 수출되는 한국형 IT 모델
글로벌 기업들도 첨단 전산시스템 배워 가
와이브로 등 IT기술 세계 표준으로 우뚝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7.10.25 23:09 / 수정 : 2007.10.25 23:10

“한국 시중은행의 전산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영국 본사에서도 한국의 IT 노하우를 배워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부임한 SC제일은행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은 한국 기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며 그중 은행의 IT 인프라를 첫손에 꼽았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 본사와 글로벌 계열사 직원들은 2005년부터 한국을 수시로 방문, SC제일은행의 전산 시스템을 꼼꼼하게 배워 가고 있다. 정윤영 SC제일은행 상무는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3~4일 만에 이뤄지는 현장을 보면 다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된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IT 분야에서는 코리안 스탠더드를 글로벌 표준으로 도입하는 데 앞다퉈 나서고 있다. IT 코벌라이제이션의 현장이다.

◆글로벌 기업이 배워 가는 한국 IT 인프라

삼성전자의 IT 인프라 중 ‘글로벌공급관리(SCM) 시스템’은 세계 최고 전자 브랜드인 일본 소니(Sony)마저 탐을 낸다. 제품이 팔려 나가는 양에 따라 공장의 생산량과 부품의 주문량 등이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된다. 삼성전자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부품 공급 시간을 단축해 혁신적인 원가 절감을 이뤄 냈다.

소니는 아직 이처럼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원가 절감에서 삼성전자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소니는 자사의 IT 인프라 구축을 맡은 일본 NEC에 “삼성전자 수준의 SCM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 NEC 직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네 번에 걸쳐 삼성전자를 방문해 한 수 배우고 갔다는 후문이다.
▲ SC제일은행 대주주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 경영진이 지난해 3월 서울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점을 방문, SC제일은행의 앞선 IT 인프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C제일은행 제공

◆정부 행정 IT도 세계를 선도

정부 행정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특허 신청의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특허청의 ‘특허넷’(LG CNS 구축)은 유럽·일본·싱가포르 등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배워 가면서 세계지적재산권기구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행정 혁신사례(world best reference)’로 선정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복잡한 서류 뭉치 없이 안방에서 편리하게 특허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은 한국이 세계 최초”라며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정 혁신 분야에서도 한국 표준이 세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은 세계적 주식 투자가인 워런 버핏(Buffett)이 “단연 세계 최고”라고 칭찬한, 인터넷 상장기업 정보 시스템이다. 상장기업들의 재무제표와 유가증권신고서 등 각종 공시 정보 전문을 한국어는 물론 영어로도 제공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은 미국과 캐나다가 한발 앞서 시작했지만, 서비스의 편리성 면에서는 한국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는 우리가 세계 최초다.

금감원 공시감독국 최한목 팀장은 “미국의 경우 인터넷이 아니라 전용 단말기(터미널)를 이용해야 하고 실시간 공시 정보를 보려면 회원으로 가입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서 “한국은 PC만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해 공짜로 실시간 공시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표준이 곧 국제 표준

IT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선보인 기술 표준이 그대로 국제 표준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 19일 열린 스위스 세계전기통신연합 총회에서 국제 통신 기술 표준의 하나로 채택된 ‘모바일 와이맥스(Mobile WIMAX)’는 우리나라에서 ‘와이브로(WiBRO)’라고 부르는 국산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또 독일과 중국 등 10여 개국에 진출한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기술도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국제적 표준이 되어 가는 사례다.

세계 반도체·컴퓨터 산업의 국제 표준을 논의하는 JEDEC(세계 반도체기술 표준기구)의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표준이 세계적 표준으로 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의 밑거름이 됐다. 예를 들어 전화걸기(SEND) 버튼이 문자판의 위쪽에 위치하는 휴대전화의 숫자판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지난 1993년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세계적 표준이 됐다. 또 폴더·슬라이드 등 휴대전화 자체의 디자인 면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 기술이 세계적 표준이 되면 한국 기업과 인재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경쟁 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방식을 모방하면서 코벌라이제이션 현상을 부추기게 된다. 설정선 정보통신부 정책본부장은 “한국의 IT 기술이나 인프라 환경이 글로벌스탠더드로 정착될수록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코벌라이제이션(Kobal ization=Korea+glob alization)

한국형 경영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이나 과정을 뜻한다. 선진국을 추종하는 모델을 뛰어넘어 한국식 성공 모델을 갖고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자는 새로운 전략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