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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 

good해월 2008. 8. 25. 13:15

Editor Column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

기사입력 2008-08-22 06:09 |최종수정2008-08-22 06:42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의학박사인 오브리드 그레이는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 중에 1000살의 수명을 누릴 사람이 60명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21세기 무드셀라(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969살까지 산 것으로 기록돼 있음)가 나오는 것이다.

1000살까지는 아니더라도 120살 이상 살 수 있는 시대는 조만간 도래한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이때가 되면 배터리를 갈 듯 장기(臟器)를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노화는 생존을 위한 진지한 노력의 결과이며 주어진 삶 속에서 꽉 채우며 살다 죽는 게 장수’라며 인위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쨌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년퇴직을 해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무서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수는 소망이요, 기쁨이요, 도전인 셈이다.

장수가 도전인 까닭은 왜일까.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며 오래 살 것 인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삶의 태도나 철학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오래 사는 것에만 집착하는 건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서 결코 소망스럽지 않다.

얼마 전 소설가 이청준씨가‘당신들의 천국’으로 떠났다. 암 투병 중이던 지난해 11월 이청준은 마지막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발표하면서 “부끄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석양녘 장 보따리 거두는 심정으로 책을 꾸몄습니다. 소설을 더 욕심 낼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보니까 부끄럽습니다. 제목에 대해 부끄럽고, 이웃에 대해서도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편만 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로 마지막 소설집을 내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청준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랜디 포사 교수가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그는 마지막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종양이 퍼진 CT 사진을 보여주면서 “저도 이 상황이 역겹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우울하진 않습니다. 동정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곧 죽을 테지만 그 누구보다도 체력은 튼튼하다”며 팔굽혀펴기를 해 보였다.

병마와 싸웠던 또 한 사람이 있다. 암 수술을 받은 뒤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이해인 수녀다. 그는 “2주 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보는 저 하늘, 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퇴원을 앞두고 병상에서 팬 카페 ‘민들레 영토’에 글을 올렸다.

사랑의 관심과 기도에 깊이 감사 드리면서

잠시 작별인사 드립니다.

이별은 기도의 출발

이별은 만남의 시작…

사막을 걷다 보면

오아시스도 만날 희망이 있겠지요?

민들레 솜털 같은 희망을

온 누리에 전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안. 녕. 히!


이청준, 랜디 포사, 이해인. 두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한 사람은 “다시 보는 저 하늘이 더욱 새롭다”며 감사의 삶을 살고 있다. 삶에 대한 집착은 없었지만 애착은 있었다는 것, 이것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다.

장수는 도전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하루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 이청준이 마지막 소설을 쓰듯이, 랜디 포사가 죽음을 앞두고 팔굽혀펴기를 하듯이, 이해인 수녀가 새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보듯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계절이 또 바뀌고 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간절함으로 맞이하자.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담으면서….

강 혁 편집국장(kh@ermedia.net)

출처 : 한반도 시나리오
글쓴이 : 빛의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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