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에게 낯 뜨거운 어른이 되다
오늘 참 낯 뜨거운 날이다. 찬 바람이 이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 낮이 아니라 낯(얼굴)을 말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잠시 포행을 하는데, 왠 아이 둘이서 비닐 봉투를 들고 무엇인가를 줍고 다닌다. 곁으로 가서 보니 길가에 떨어진 담배꽁초며 쓰레기들을 줍고 있다. 왜 그걸 줍느냐고 했더니,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는 듯 쳐다본다.
"누가 쓰레기를 줏으라고 했니"
"아뇨, 쓰레기가 바람에 날려서요. 보기 흉하잖아요"
"너희들 어느 학교 다니니"
"중앙초등학교요(속초에 있는)"
"몇 학년이니"
"저는 6학년이고요. 동생은 3학년인데요"
"어디 사는데"
대답이 없다.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에 조금은 불안�나 보다. 더 이상 묻지를 않고 멀리서 바라다만 보았다. 가끔은 여학생들도 영랑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여러 명이 모여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야, 봉사활동 인가보다 생각을 하지만, 형제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니.
한 30분 정도 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두 아이가 손을 잡고 간다. 형의 손에는 동생의 쓰레기 봉투까지 들려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둘이서 연신 웃어가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순간 생각을 해 본다. 과연 나는 쓰레기에 대한 글만 올릴 줄 알았지, 한 번이라도 쓰레기를 치워 본 적이 있었는지.
그런 적은 없었다. 매번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고 난리만 쳤다. 담배꽁초를 길에다가 함부로 버린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나 정작 그 버리고 간 쓰레기를 한 번도 치운적은 없다. 아니 널린 쓰레기를 한 곳에 모은 적도 없다. 그저 쓰레기를 버리고 간 것에 대한, 불평만 늘어 놓았을 뿐이다.
유난히 쓰레기에 민감한 곳. 동해안이 지자체들은 여름이 지나면 쓰레기와 전쟁을 한다. 피서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 쓰레기 때문에 덩달아 나도 핀잔을 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들고 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저 아이들보다도 못한 행동이었다. 말로만 하는 쓰레기 타령은 누군인들 하지 못할까?
그러나 저 아이들처럼 난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했다. 그저 불평만 늘어 놓았을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어린아이도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했던가? 오늘 난 저 두 어린 형제들에게서 부끄러움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를 반성한다. 내가 무엇이 그리 잘났다고 매번 남의 비평만을 늘어 놓고 있는 것인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소인 같은 생각일 것이다. 세상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면 달라지는 것을. 참 마음 하나 추스리지 못하고, 좁디 좁게 살았다는 생각이다. 그 아이들이 오늘 나에게는 참 커다란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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