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오기 전에 집안에서 치워야 할 것들
수세(守歲)라는 말이 있다. 즉 해를 지킨다는 것이다. 수세란 음력 섣달 그믐날을 말한다, 정확히 이야기를 하자면 섣달 그믐날부터 정월 초하루 사이를 말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계절적인 해가 바뀌는 새해는 동지가 된다. 동지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소띠 해는 설날부터가 된다. 양력 1월 1일이 소띠 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민가에서는 다락이나 마루, 방, 부엌 등에 모두 등잔불을 켜놓는다. 흰 접시에다 실을 여러 겹 꼬아 심지를 만들고, 접시에 기름을 부어 외양간이나 심지어 변소까지 환하게 켜놓으니 마치 대낮 같다. 그리고 밤이 새도록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이는 집안 어느 곳이나 불을 밝혀 어두운 곳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풍습은 집안 곳곳을 밝혀 새해를 밝게 맞이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어릴 적 어른들은 섣달 그믐날이 되면 잠을 자지 말라고 하셨다.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것이다. 아마 나이가 좀 들었다면, 이런 이야기 한마디쯤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섣달그믐이 되기 전 예전에 어르신들은 집안을 정리를 하신다. 새해에 새 기분으로 첫날을 맞이하기 위함이다. 집안 곳곳을 뒤져 지저분한 것들이 있으면 정리를 한다. 그런데 구석구석을 정리를 하시는 어른들이 꼭 빼놓지 않고 치우는 것들이 있다. 바로 머리카락과 묵은 약봉지다.
예전에는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서 팔기도 했다. 아마 동네 골목마다 돌아다니면서 ‘머리카락이나 빠진 금이빨 사요’라는 외침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여자들의 머리카락에 얽힌 설화는 많다.
그 다음은 바로 집안 여기저기를 뒤져서 묵은 약봉지와, 돌아다니는 약을 모두 한 곳에 모은다. 그것을 섣달그믐에 태우는 것이다. 이렇게 묵은 약봉지를 모두 모아서 태우는 것은, 사람이 먹던 약을 해를 넘기게 되면 병도 함께 해를 넘겨 달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모두 태워버리고는 했다. 그믐날 밤에 마당에 불을 놓고 머리카락이나 약봉지를 태울 때는 생대를 잘라 함께 태우기도 했는데, 이는 ‘방포(放砲)’라 하여 대가 터지는 소리에 놀라 집안에 있는 잡귀들을 멀리 쫒아낸다는 것이다.
세월이 변해버린 지금에야 이런 풍습을 지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풍습도 일리가 있다. 머리카락 등이 집안에 있으면 우선 불결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묵은 약을 갖고 있다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약이란 사람이 아파서 먹는 것이니, 그런 것을 태워버려 병을 잊는다는 의미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10일 앞으로 다가온 기축년 새해. 오늘부터 집안 곳곳에 있는 묵은 것들을 정리해,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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