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에세이 ▒
☞080510 군포- 애기똥풀꽃 노란 모양새가 어린 아기..햇병아리를 연상합니다.
"말 걸어줘서 고마워요."
며칠 전 경남 진주 자그마한 빌(주거공간 겸 오피스텔)을 방문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진주까지 고속도로..국도..지방도.. 강변도로..긴 터널...강을 가로 지르는 큰 다리 등 장장 5시간을 달리는 동안 내 눈에는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이 꽃잔치 초록잔치 농부들 바쁜 일손, 쭉 뻗은 도로 등... 축복의 땅, 복받은 땅, 희망의 땅, 생동감의 땅이었습니다.
☞080511 성주- 아카시아꽃 향기가 세상을 달콤하게 달굽니다.
담장 위에 핀 빨간 장미꽃은 햇살을 받아 그 요염함이 더하고 하얀 사발 총총히 엎어 놓은 듯 불도화(일명:사발꽃)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일까 순백의 고결함으로 찌든 세상을 정화합니다. 바람결에 진향기 품어내는 아카시아꽃은 어찌나 소담스럽게 피었는지 내 가슴 가득 꿀단지 샘(泉)이 고입니다. 연보라 등나무꽃 주렁주렁.. 봉황(鳳凰)이 깃든다는 오동나무에도 보라빛 꽃들이 눈 부시게 만개하여 이를 바라보는 재미에 장시간 운전에도 피곤함을 모릅니다.
☞080511 진주- 막 피어나기 전의 불도화가 묘한 칼라로 분위기를 잡습니다.
똑같은 세상이라도 부처가 보면 부처님 세상이요, 예수님이 바라 보면 천국이요 범부 중생이 바라보면 힘들고 고통스런 세상이라나... 그래서 일체유심조요, 작은 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가득 들어 있다고 말들 하데요.
진주 빌에서 업무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 오는데... 에레베이터 앞에서 한 노파를 만났습니다.
윤기없는 흰 머리칼, 군데 군데 검버섯이 피고 걸음 걸이는 아주 느리게 핏기 없는 얼굴..빛을 잃은 눈동자..
☞060507 북한산- 북한산 정상 백운대에 핀 진달래에서 삶의 의미를 새겨 봅니다.
난 습관적으로 덥썩 머리 숙여 인사했지요. "안녕하세요?"
그 노파.. "네, 누구신가요?
"3층에 볼 일이 있어서 다녀 오는 길입니다. 어디 다녀 오세요?"
"그냥 심심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요. 집에 있어도 외롭고 심심하고, 나와서 다녀봐도 힘만들지 누가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으니 더 쓸쓸해요. 늙으면 죽어야지..."
"그러세요? 그러면 할머니가 먼저 웃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안부 물어 보세요. 자꾸 반복하시다 보면 화답도 오고 젊은 새댁들과 친숙해 지면 외롭지 않으실겁니다."
☞0605014 포항오어사- 윤기 자르르~ 담쟁이 잎새가 푸르게 살라 속삭입니다.
"오늘 말 걸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랫만에 말을 주고 받으니 참 좋네요. 복 많이 받으실겁니다."
"네에. 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시는 할머니 축 쳐지고 왜소한 뒷모습.. 이 십년 후, 어쩌면 나의 자화상 아닐까.
무릇 좋은 사회란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청소년의 푸른 꿈을 높이 높이 펼 수 있고 중장년층의 에너지가 충천하며 노인이 공경받는 사회일 저.
080513 월천 이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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