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치매는 노인만 앓는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기존에 외우던 전화번호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디지털 치매’가 부쩍 늘어났다. 물론 이것은 치매와 증상이 유사할 뿐이지 치매는 아니다. 젊은 사람 역시 치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28세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뇌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병이 치매다. 뇌의 퇴행 현상은 젊은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 치매는 유전이 아니다?
치매와 관련한 궁금증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치매의 ‘유전성’이다. 치매는 정말 유전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유전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치매의 종류에는 알츠하이머형과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있다. 이 중 알츠하이머형은 유전 요인이 환경 요인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에는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자도 발견됐다. 알츠하이머형은 가장 대표적인 치매 형태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원인이 밝혀졌다는 것은 치료 가능성 역시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리 예방하고 조심하면 치매를 막거나 출 수 있다.
3 건망증은 치매와 연관이 있다?
건망증이 치매와 반드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증상이 치매 초기 증상과 유사할 뿐이다. 그래서 의사들도 치매와 심각한 건망증 사이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심한 경우 정신분열증과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각한 건망증의 발병 요인은 대체로 두 가지. 첫째는 질병으로 인한 것이고, 둘째는 생리적·심리적 요인이다. 첫째 요인인 질병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신체의 노화에 따른 경우가 가장 많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인간의 뇌세포는 서서히 파괴되고 줄어든다. 신체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예전과 같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신체 능력과 학습 능력이 줄어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생리적·심리적 요인은 노화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인정하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억력이 감퇴했거나 건망증이 늘어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오히려 치매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모든 뇌 기능이 둔해지고, 정신적 압박감 역시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걱정할 만큼 그 횟수가 빈번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조기 검진은 스스로 증세를 느끼면 권고 사항, 가족이 이상을 느끼면 필수다.
4 노인 우울증은 치매 때문이다?
흔히 50대 후반부터 60대 반 사이에 나타나는 노인 우울증은 모든 사고 과정과 신체의 움직임을 느리게 한다. 우울증의 증상 역시 치매 증상과 비슷하므로 오진이 많다. 실제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같은 증상을 가진 경우 절반 정도만 진짜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노인이 젊은 사람보다 더 쉽게 우울증에 빠지는 이유는 운동이 부족하고 뇌 신경이 젊은 사람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 또 노년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퇴임 후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한창 일할 때처럼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과 알츠하이머형 치매 조기를 구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행 양식을 살펴보는 것. 우울증은 몇 주 정도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감정 기복이 고르지 않게 진행된다. 반면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훨씬 긴 기간에 조금씩 진행된다. 또 하나는 우울증에 대한 당사자의 반응이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불평하지만,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보통 그것을 부정한다.
5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이 치매 증상을 보이면 절망감에 빠진다. 치료법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현재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실제로 효과를 보이는 치매 예방법과 치료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15% 정도의 치료 가능한 치매는 일찍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약물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증가시켜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경우 치매가 진행된 경우보다 기초 단계의 치매에서 약물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고됐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초기에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평균 1~2년 출 수 있으며, 4명 중 1명 정도는 기억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인다. 치매는 특히 예방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으로 혈관성 치매의 위험 요소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심장 질환 등을 치료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걸 막을 수 있다.
6 술은 치매에 치명적이다?
의학적으로 알코올과 치매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된 것은 아니다. 알코올중독자 중 특정 증후군 때문에 기억력이 나빠지는 병은 있지만 이는 치매와 별개다. 심한 술꾼들은 식사를 제때 챙기지 않아 비타민 결핍으로 치매가 오거나, 나쁜 생활 습관이 반복돼 뇌혈관 질환이 생기는 경우는 있지만 과음과 치매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다는 보고도 있다. 단,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술이 들어가고 깨는 것이 반복되면 뇌세포에 독성이 생긴다.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일반인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나 술이 치매를 일으키는 결정적 원인은 아니지만, 병을 악화시키거나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한다.
7 흡연은 치매를 예방한다?
흡연은 심장에 영향을 주고, 심장이 나빠지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뇌혈관과 뇌세포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흡연이 백해무익이라는 말은 치매에서도 마찬가지.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마련이다. 특히 치매에 관해서는 더욱 세심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단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 오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