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냥 주고 산 아버지
옛날 저 북촌 마을에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단둘이 사는 내외가 있었지. 세상에는 늙으신 부모님 모시는 걸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이 사람들은 평생 부모님 모시고 살아 보는 게 소원이야.
하루는 남편이 장에 갔더니 장꾼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닌단 말이야.
"자네도 소문 들었나? 돈 천 냥에 아버지를 판다지."
"응, 살다 보니 별일도 다 보겠네. 아무리 세상이 야박하기로 아버지를 어떻게 팔아?"
듣고 보니 하도 이상해서 그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 보았어.
"방금 들으니 아버지를 파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우리가 실없는 소리를 하겠소. 저기 방도 붙어 있으니 가서 보오."
사람들이 가리치는 곳에 가 보니, 과연 돈 천 냥에 아버지를 판다는 방이 붙어 있거든.
'허, 그것 참. 나 같은 사람은 아버지가 없어서 아쉬워하는데, 어떤 사람은 아버지를 팔아 버리겠다니. 세상 참 고르지 않군.'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어. 아내도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듣고 있더니, 갑자기 무릎을 탁 치네.
"여보. 좋은 수가 있어요. 우리가 그 아버지를 사서 모십시다."
아들도 그러고 싶지만 돈 천 냥이 어디 있어야지.
"우리한테는 열 냥 돈도 없는데 어떻게 산단 말이오."
"돈이야 꾸어 쓰면 되지만, 그 아버지를 우리가 사지 않으면 얼마나 고생하시겠어요. 아버지를 팔아 치우려는 아들하고 같이 사는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듣고 보니 옳은 말이라 남편도 그러자고 했지. 그 날부터 둘이서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녔어.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천 냥이나 되는 돈을 선뜻 꾸어 주는 사람이 없어. 어떤 사람은 돈이 있어도 코방귀를 뀌면서 안 빌려 주고, 이러니 할 수 있나. 몇날 며칠을 돌아다니다가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 밑에 못 보던 오막살이가 한 채있더래. 저런 집에 웬 돈이 있을까 하면서도 속는 셈치고 들어가 봤지. 가 보니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물레질을 하고 있겠지.
"할머니, 혹시 돈 천 냥이 있으면 좀 꾸어 주십시오."
천 냥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이냐고, 늙은이를 놀리느냐고 야단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야.
"천 냥은 뭣에 쓰려고 그러우?"
그래서 사실대로 다 말해 줬지. 아버지를 판다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가 사서 모시려는데 돈이 없어서 그런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이 할머니가,
"아버지를 사면 어떻게 모시려우?"하고 묻겠지.
"저희 내외는 돈이 없으니 크게 호강시켜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성을 다하면 마음이야 편하게 해 드리지 못하겠습니까."
그랬더니 할머니가 돈 천 냥을 선뜻 내주더래. 가서 아버지를 사다가 잘 모시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돈을 받아 가지고 나왔어. 그 길로 아버지를 판다는 집을 물어 물어 찾아갔지. 아버지를 팔아먹을 지경이면 틀림없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는군. 제법 갖출 건 갖추고 사는 집이더란 말이야.
'보아하니 형편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데 무엇이 아쉬워서 아버지를 다 팔려고 한담.'
이렇게 생각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을 찾았지. 험상궂은 망나니가 나오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점잖은 노인이 나오더래.
"무슨 일로 오셨소?"
"아버지를 판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만, 집을 잘못 찾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찾아 오셨소. 그래 돈은 가지고 왔소?"
점잖은 노인이 그렇게 나오니 더 기가 막히지. 아무려나 돈을 주고 얼른 불쌍한 아버지를 모시고 가려고 돈을 내놓았어. 그랬더니, 노인은 아버지를 내줄 생각은 않고,
"그래, 젊은이들은 아무 쓰잘 데 없는 늙은이를 사서 뭐하려고 그러시오?"
하고 묻겠지. 아버지를 팔아먹는 주제에 별 것을 다 묻는다 싶었지만,
"우리 내외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외롭게 살아서 평생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소원이었답니다. 비록 남의 부모님이라도 정성을 다해 모시려고 합니다."
했지. 그랬더니 노인이 무릎을 탁 치면서,
"이제야 소원을 풀었구나. 이제야 자식을 얻었어."
하고 두 내외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네. 웬일인가 하고 눈을 뚱그렇게 뜨고 있으니 노인이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줘.
"사실은 내가 바로 팔려 갈 아버지라네. 내게는 자식놈도 없다네. 그 방도 내가 거짓으로 써서 붙인 게지. 내 늘그막에 하늘이 도왔는지 산삼 세 뿌리를 얻어 큰 돈을 벌었는데, 그 돈으로 나 혼자 호강하며 살면 무얼 하겠나. 양아들을 얻어 외롭지 않게 살고 싶었지. 사실대로 알리면 돈에 탐을 내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런 헛소문을 낸 거라네. 이제 바라던 아들을 얻었으니 소원을 풀었어."
이렇게 해서 두 내외는 바라던 아버지를 얻고, 노인은 바라던 아들과 며느리를 얻었다는 이야기야. 참, 돈 천 냥을 꾸어 준 할머니도 함께 모셔다가 살았다지. 오래오래 살아서 어저께까지 살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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