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위기를 통해 현명해졌다 [2009/07월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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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선 · KD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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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나라에 파급되면서 시작된 경기침체는 이제 서서히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년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않을까 기대된다. 물론 선진국들의 부채문제가 모두 해결돼야만 안심할 수 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그동안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풀렸던 돈을 어떻게 다시 거두어들일 것인가, 그리고 급격한 재정지출 증가로 늘어난 정부부채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개도국에서 시작된 데 반해 이번 경제위기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경제위기란 것이 후진국에서만 발생한다고 믿었다가 큰 코를 다친 셈이다. 그러면서 그 책임을 다시 개도국에 돌리고 있다. 중국과 같은 개도국들은 환율을 조작해 수출을 늘렸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선진국에 투자함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돈이 넘쳐났다. 그 결과 부실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개도국 측에서는 선진국들의 방만한 통화정책과 과도한 소비성향, 그리고 나약한 금융감독이 보다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든 본질에 있어 이번 위기가 주는 시사점은 지난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기업부문 또는 가계부문의 부채가 너무 늘어나면 거시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선진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을 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했다. 1960년대에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제조업 부분의 부채비율(부채/자본)은 100~200% 수준에서 300~400%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융부문에서도 구조조정이 추진돼 금융기관의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금융감독체계도 선진화됐다. 최근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초가 훨씬 튼튼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되돌아볼 때, 앞으로 정부가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기업부문과 가계부문에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부문에 있어서는 중소기업부문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大馬不死(too big to fail)의 믿음이 사라지면서 대기업부문은 이제 국가경제에 별 부담을 주지 않고 있으나, 중소기업부문에서는 최근 몇 년간 부채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집중돼야 한다. 중소기업 부채증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은행들의 몸집불리기 경쟁, 벤처캐피탈과 같은 혁신금융(innovation financing) 시장의 미비,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정부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대출에 대한 금융 감독의 강화, 혁신금융시장의 육성, 정부지원의 정비 및 축소, 파산제도의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정책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꿀 필요도 있다. 중소기업을 항상 ‘경제적 약자’로만 여기고 정부가 나서서 직접 도와주어야 할 부문으로 생각한다면 이들의 경쟁력은 절대로 향상될 수 없다. 정부지원은 창업초기의 중소기업에 국한돼야 하며, 나머지 중소기업은 철저히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기업은 성공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빨리 퇴출돼 중소기업부문 전체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가계부문에 있어서는 주택대출 증가를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물론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여러 가지 규제는 풀어야 한다. 특히 지난 정부가 도입한 제도 가운데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은 되돌려야 한다. 그러나 금융 측면에서는 오히려 LTV나 DTI와 같은 통제수단들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 전체의 부채증가를 적절히 통제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위기가 낳는 고통은 구체적으로 실업증가와 소득감소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약 40%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 역시 약 40%에 불과하다. 반면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 비율이 60~90%에 달한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안정을 제공하는 일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비정규직 및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또 직업알선 및 교육훈련 서비스 체계를 정비하고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때에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관들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위기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모르지만, 위기는 또 발생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新자유주의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또 그 처방을 케인즈 경제학의 부활, 또는 정부개입의 확대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다시 무역장벽을 높이고 민간기업을 국유화하며 전방위적으로 기업활동 규제를 강화하는 나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금융부문에서만 정부개입이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이념적 접근보다는 현실적 접근이 훨씬 유용하다. 이념은 생각을 고착시킬 뿐이지만 현실적 접근은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해준다. 앞으로 위기는 또 발생할 것이나, 이번 위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더 현명해졌다. 앞으로도 현실적인 접근을 취하는 이상 우리는 더 현명해질 것이다. |
출처 : 커뮤니케이션하는 그리스도인 쎄이영
글쓴이 : 쎄이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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