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도끼 만행·KAL기 폭파·서해교전… 오늘 협정체결 56주년
북한 김영춘(차수) 인민무력부장은 26일 정전협정 체결 56주년(27일)을 하루 앞두고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6·25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제국주의와의 대결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미·일의) 반(反)공화국 제재 소동과 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한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1953년 정전협정 서명 직후부터 올해 6월까지 북한이 위반한 정전협정 중요 사례만 262건으로 집계됐다.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 무력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한 것은 북한"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동시에 북한은 1954년부터 주한 미군(美軍) 철수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체결' 공세를 벌이며 '정전협정 불능화'를 시도하고 있다. 평화협정을 맺자며 미국에 양자 협상을 제의한 것은 1979년 7월(외무성 대변인 성명)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의 중요 위반 사례 262건 중 육상 위반은 115건이다. ▲국군 초소 수류탄 투척(1962.11) ▲판문점 도끼 만행(1976.8) ▲남침용 땅굴 4개(1974~90년) ▲대성동 주민 납치(1997.10)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해상 위반은 125건으로 ▲어선·어민 납치(80년대 말까지) ▲강릉 잠수함 침투(1996.9) ▲여수 반잠수정 침투(1998.12) ▲2차례 서해교전 (1999·2002년) 등이 꼽힌다. 두 차례의 여객기 납치(1958·1969년)와 KAL 858기 폭파(1987년) 등이 포함된 공중 위반 사건도 22건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중요 위반 사례는 60년대가 82건으로 가장 많았고 70년대(32건)와 80년대(21건)에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90년대 42건에 이어 2000년대 72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북한은 휴전 다음해인 1954년 6월 제네바 정치회의에서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한 이후 줄기차게 "평화협정을 맺자"고 요구하고 있다. 정전협정을 무력화·무효화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해 온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의 대상과 내용은 국제 정세 등에 따라 미북 평화협정(1974~83년), 남·북·미 3자 회담(1984 ~90년), 미북 평화협정(1991~99년), 미북 불가침 조약(2002~03년), 한반도 평화체제 및 종전선언(2005~07년) 등으로 달라졌다. 그러나 "주한 미군 철수" 요구가 빠진 적은 없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80년대 초까지 북한은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남한을 무력 침공하겠다는 의도가 강했지만, 80년대 후반 공산권이 몰락한 뒤에는 남한 주도의 통일을 막고 체제를 지키기 위해 평화협정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정전협정 무력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1991년 유엔군사령부가 한국군 황원탁 소장을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수석대표로 임명하자 이를 문제 삼으며 군정위에서 전면 철수하면서부터다. 이후 북한은 군정위 대신 판문점대표부(1994.5)를 설치했고 평화협정 때까지 정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미북 군사 공동기구 운영'(1996.2)을 제의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은 200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정전협정을 지키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표만 5차례 했다"고 했다.
오바마 "한국전(7월 27일) 휴전일에
조기(弔旗) 달아라"
입력 : 2009.07.27 03:06 / 수정 : 2009.07.27 03:17
'한국전 용사 휴전일'로 지정 오늘 미(美)전역 성조기 조기(弔旗)게양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은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이 성조기를 조기(弔旗) 게양토록 24일 지시했다. 이에 따라, 1953년 7월 27일 6·25 전쟁이 휴전된 이래 처음으로 27일 미 연방정부가 휴전일과 관련된 공식 행사를 개최하며 미국 전역에 조기 게양된 성조기가 휘날리게 됐다.
백악관 포고(布告)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휴전 협정이 체결되고 56년이 흐른 뒤에도, 미국인들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미국인이 고귀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표시하는 적절한 행사와 활동으로 27일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미국인들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 (6·25 전쟁 휴전에) 관심이 있는 단체와 조직, 개인들이 27일 성조기를 조기로 달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 ▲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AFP
미국에서 성조기가 조기 게양되는 것은 현충일과 대법원 판사 사망, 연방 상·하의원 사망 등이나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 이번 조치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한편, 미 하원이 6·25 전쟁 휴전일에 성조기를 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상원도 24일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포고문은 의회의 법안 통과와는 별도로, 미 의회에서 법안이 백악관으로 이송(移送)되기 전에 이뤄졌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6·25 전쟁 휴전일을 기념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던 6·25 전쟁이 본격적으로 재평가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 하원이 6·25 전쟁 휴전일에 성조기를 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상원도 24일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포고문은 의회의 법안 통과와는 별도로, 미 의회에서 법안이 백악관으로 이송(移送)되기 전에 이뤄졌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6·25 전쟁 휴전일을 기념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던 6·25 전쟁이 본격적으로 재평가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 휴전일 조기(弔旗)'
큰 역할 한나 김씨
"하원(下院)의원 435명 사무실 모두 방문해 설득
법안 지지 요청하러 클린턴 장관도 만나"
"미군이 6·25 전쟁에서 5만명 넘게 전사했는데, 미국인 중에는 아직도 남한과 북한을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요. 또 6·25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정전(停戰) 상태라는 걸 아는 미국인들도 거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해 성조기를 조기(弔旗) 게양토록 하고 미 의회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이 통과된 배경에는 재미교포 한나 김(Kim)의 역할이 컸다.
김씨는 6·25 전쟁의 의미를 미국인들이 깨닫게 하고 미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단체 '리멤버 7·27'을 만들어 지난 1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활동했다. 미 평화봉사단 본부, 평화연구소(USIP)에서 활동하면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백악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리멤버 7·27' 회원들과 함께 하원의원 435명 사무실을 모두 방문해, 관련 법안의 지지를 요청했다.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이 지난 2001년 상원의원 시절 유사한 법안을 냈던 것을 기억하고, 직접 클린턴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남북한의 통일을 말하기 전에, 자유를 지키려고 희생했던 이들을 먼저 기억해 줘야 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56년 뒤에 미국에서 늦게나마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인정하는 조치들이 추가로 발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섯살 때 미국에 이민, 캘리포니아주에서 고교를 마치고 서울대에서 학부 과정을 이수한 김씨는 "한국에 머물면서 6·25 전쟁의 의미와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6일(현지시각) 링컨기념관 앞에서 오후 6시25분에 휴전일 기념행사를 열고, 7시27분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켜서 '잊혀진 영웅'들을 기릴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해 성조기를 조기(弔旗) 게양토록 하고 미 의회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이 통과된 배경에는 재미교포 한나 김(Kim)의 역할이 컸다.
- ▲ 재미교포 한나 김(Kim)./이하원 기자 May2@chosun.com
"남북한의 통일을 말하기 전에, 자유를 지키려고 희생했던 이들을 먼저 기억해 줘야 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56년 뒤에 미국에서 늦게나마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인정하는 조치들이 추가로 발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섯살 때 미국에 이민, 캘리포니아주에서 고교를 마치고 서울대에서 학부 과정을 이수한 김씨는 "한국에 머물면서 6·25 전쟁의 의미와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6일(현지시각) 링컨기념관 앞에서 오후 6시25분에 휴전일 기념행사를 열고, 7시27분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켜서 '잊혀진 영웅'들을 기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