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대표 백선엽 소장은 회담 내내 인민군 대표들을 쏘아보며 기 싸움만 벌였다. 유엔군 수석대표만 발언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민군 대표 이상조 소장이 갑자기 백 소장에게 메모지를 꺼내 보였다. '상가(喪家)의 개만도 못한 미 제국주의자들의 노예'라며 백 소장의 침묵을 야유하는 메모였다. 이후 158차례 회담이 거듭된 끝에 양측은 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당시 유엔군 수석대표 클라크 사령관은 "항복을 받지 못한 첫 미군사령관이 됐다"고 자조했다.
▶미국 상·하원이 7월 27일을 6·25 참전용사를 기리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성조기를 조기(弔旗)로 다는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을 통과시켰다. 그간 조기로 다는 기념일은 현충일이 유일했다. 아울러 6·25 휴전기념일은 미국 관공서 등에서 법적으로 국기를 공식 게양하는 19번째 기념일이 된다. 6·25전쟁에서 미군 5만4000여명이 전사하고 8000여명이 실종됐지만 2차대전과 베트남전에 끼여 미국에선 '잊혀진 전쟁'으로 불려 왔다.
▶이 법 제정에 앞장선 이는 27세의 한인 1·5세 여성 한나 김이다. 서울대로 유학을 왔던 그는 미국평화연구소에서 한국전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6·25에 관심을 뒀다고 한다. 민간단체 '리멤버 727'을 이끌고 하원의원들의 방을 돌며 법안 지지 서명을 받아냈다.
▶우리는 "전쟁의 참화를 잊지 말자"며 6·25 발발일을 기념해왔지만 휴전일은 통일을 이루지 못한 치욕적인 날이라며 외면했다. 6·25 참전용사로 휴전기념일 법안을 발의한 찰스 랭겔 하원의원은 "한국전쟁에서 자유를 지키려 애썼던 참전용사와 실종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휴전을 며칠 앞둔 철원·화천 인근 금성지구 전투에서만 실종된 수천 국군포로가 돌아오지 못했고 500명쯤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휴전일, 국군포로를 북에 방치하고 있는 우리가 새삼 부끄러운 날이다.
입력 : 2009.05.29 02:53 / 수정 : 2009.05.29 07:24
서해 NLL 등 도발 가능성…
한(韓)·미(美), 정찰위성·정찰기 활동 늘려
북(北), 서해에선 미사일 안 쏴…
조업중인 중(中)어선 '사고 가능성' 우려한듯
'대북(對北)감시 강화'
한미 연합사령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8일 오전 7시15분 부로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 ON·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등급 격상했다.
그러나 방어준비태세(전투준비태세)를 의미하는 '데프콘'(DEFCON)은 현재와 같은 4단계 수준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북한 미사일, 전투기, 전차, 함정, 병력의 이동, 교신내용 등을 분석해볼 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져 워치콘은 격상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남북 충돌이 임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돼 데프콘은 격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김태영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합의로 이뤄졌다.
- ▲ 해군, 북(北)도발 대비 훈련 28일 서해 연평도 근처의 해군 2함대 전진기지(오른쪽)에서 해군이 경비정을 동원한 해상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한미연합사는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워치콘 2단계는 북한의 도발위협이 심각한 상황으로, 한·미 양국은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의 활동을 2배 가까이 늘리고 정보분석 요원도 증강하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한다. 워치콘을 2단계로 높인 것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06년 10월15일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1980년대 이후 워치콘 격상은 5번째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지만 서해 NLL(북방한계선)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DMZ(비무장지대) 등에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박성우 공보실장은 "북한이 핵실험 이후 수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판문점대표부가 서해 5개 섬의 선박 안전항해를 위협하는 등 최근 북한동향을 평가할 때 좀 더 동향을 세밀히 감시할 필요성이 있어 워치콘을 격상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당국은 워치콘 격상 조치에 따라 우선 오산기지에서 매일 출동하는 U-2S 정찰기의 비행횟수를 늘렸다.
U-2S 정찰기는 20㎞ 고공에서 9시간 정도 비행하면서 DMZ 북쪽으로 최대 330㎞ 떨어진 목표물을 감시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상공을 하루 한 차례 이상 통과하면서 15㎝ 크기 물체도 식별하는 KH-12 정찰위성의 한반도 감시 횟수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도 금강(영상 정찰기)·백두(통신감청) 정찰기와 RF-4C 정찰기의 활동을 강화했다. 이밖에 DMZ 인근에 산재한 통신·신호정보 수집장비, 대북 감시 레이더망 등도 투입됐다. 이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한국전투작전정보본부(KCOIC)와 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으로 곧바로 전달돼 전문 요원들이 분석,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 한국군 작전사급 예하부대에 즉각 통보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1982년 2월부터 1개월여간 IL-28 폭격기를 전진배치하고 훈련했을 때와 1996년 4월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등 정전협정 체제 무력화를 기도했을 때, 1999년 6월15일 1차 연평해전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각각 워치콘 2를 발령했었다.
동해상에서 25~26일 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서해상에도 25~27일 항해금지구역이 선포돼 있었지만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군 소식통은 "서해상에 중국 어선 등 많은 어선이 조업하고 있어 미사일이 떨어질 수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발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활동을 추적하는 정보감시 태세. 5단계로 구분돼 있으며 숫자가 적을수록 강도가 커진다. 우리 군은 92년10월 북한이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이후 평상 수준인 '워치콘 4'에서 '워치콘 3'로 격상해 유지해왔다.
데프콘(DEFCON·Defense Readiness Condition)
방어준비 태세를 의미하며 각종 전투준비 태세를 포함한다. 5단계로 구분돼 있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데프콘 4'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데프콘3와 데프콘2로 격상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