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시험에 떨어질까 초조합니다
문 :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공부를 하면 초조할 때가 많습니다. 시험이라는 것이 내가 합격하려면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하는 구조인데요. 공부할 때 어떤 마음을 내어 공부하는 것이 부처님 법에 맞는 것일까요. 또 부처님의 제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시험 결과를 받아들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답 :
시험 치는 사람은 누구나 합격하고 싶어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해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부처님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가르쳤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에요. 그러니 시험 공부하는 사람이 합격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한 명 뽑는 시험에 열 명이 응시한다면 열 명 다 합격하고 싶겠지만 다 합격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합격하고 싶어도 실력이 부족하면 합격이 안 되는 거예요. 합격이 안 되었다고 괴로워 할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합격하고 싶으면 다시 준비를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합격하고 싶기는 하지만 저 사람이 나보다 실력이 났거나, 경쟁하기 매우 어려운 사람이라면 합격돼도 좋다는 이런 마음을 내면 좋지요. 이런 부처님 마음이라면 경쟁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중생 마음이니까 경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부처님 법을 따르는 사람은 부당하게 경쟁해서는 안 됩니다. 공부는 안 하면서 ‘부처님, 저 합격시켜 주세요.’ 하는 이런 마음이 부당한 것이지요. 내가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합격한 거라면 합격을 기뻐하면서, ‘부처님, 감사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어 부처님의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됩니다.
수행자는 결과를 가지고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인연과보이기 때문입니다. 합격을 하지 못했으면 성적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공부를 더 해서 합격할 생각을 해야지, 괴로워만 해서는 안 되지요. 괴로워하는 것은 공부를 잘 하는 방법도 아니고 행복해지는 방법도 아니잖아요.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중생으로서 당연한 거예요. 사람이 내는 일반적인 마음입니다. 그러나 불자라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안됐다고 괴로워해서는 안 됩니다. 꼭 가야 하면 다시 공부를 해야지요. 그런데 또 합격이 안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내 능력이 안 되는데도 계속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욕심이고 쓸데없는 노력이죠. 그러니까 자기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는 게 효율적이냐 하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해요.
원하면 노력하세요. 최선을 다 하세요.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면 좋고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때로는 화장실 가는 것도 누고 싶을 때 못 가는 경우가 있어요. 음식 먹고 소화되는 것, 이것도 내 맘대로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이 세상에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이것저것 다 괴로워하면 못 살아요.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정상입니다. 안 되면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 다시 하면 되지요. 다시 못 할 형편이면 부족한 대로 그냥 넘어가면 돼요. 실수했으면 고치면 됩니다. 고치지도 못할 형편이면 손해를 감수하면 됩니다. 잘못했으면 뉘우치고 용서를 빌면 됩니다. 그럴 형편이 못 되면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욕 좀 들어야지요.
과보를 받기 싫으면 인연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인연을 지어 버렸으면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시면 언제나 편안할 것입니다.
출처 : 법보신문 906호 [2007년 06월 27일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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