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까닭
문 :
수행자들을 포함해서, 인간이 반드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답 :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깨달으면 행복해집니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깨닫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관념의 속박으로부터, 무지로부터 벗어나시면 언제든 행복해지고 자유롭게 됩니다. 그런데 괴로운 것이 더 좋고 속박이 더 좋으면 그냥 살아도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됩니다.
제 경우에는 수행자로서 사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머리가 좀 덜 복잡하지 만약 박사라도 되었으면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을 겁니다. 또 제가 시골에서 자란 경험 때문에 제3세계를 어디를 돌아다녀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길도 나쁜데 차도 낡아서 먼지 구덩이 속으로 다녀야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장시간이라도 비행기 여행은 힘들 게 없어요. 비행기 안에서는 실컷 잘 수도 있고 공항에서 하루 지낸다 해도 좋은 시설에서 지내니 불편할 게 없어요. 비행기에서 주는 식사는 완전히 1등급이에요. 그러니 그렇게 돌아다녀도 불편한 거 하나 없지요.
또, 젊었을 때 경찰에 잡혀가서 고문도 좀 당하고, 절에서 대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욕먹으며 이단아 취급을 많이 받아봐서, 이젠 어지간한 왕따에 대해서는 면역이 생겨서 까딱도 안 해요. 옛날에는 화도 나고 그랬는데 요즘은 어지간한 것은 웃어넘길 수가 있어요. 뭐 가끔은 화날 때도 있지만요. 돌이켜보면 겪을 때는 참 역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다 행운이에요. 갖가지 고난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보고 사람들이 “스님,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세요?”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비교해 보지요. 여러분은 먹고사는 일상 생활하는 데 쓰는 시간을 빼면 다른 데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나요. 여러분들은 옷 살 때마다 많은 시간 들여서 사지요. 게다가 세탁해야지, 아침마다 이거 입을까 저가 입을까 골라야지, 이렇게 옷에다 쓰는 시간만 얼마예요.
음식도 그렇고 자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게 하나도 없잖아요. 입은 옷 그대로 입고 자고, 입은 옷 그대로 입고 외출하고, 입은 옷 그대로 입고 일하잖아요. 음식도 주는 대로 먹고 잠도 아무데서나 자니까, 실제로 제가 세상에 투여하는 시간은 여러분들보다 열 배가 넘을 겁니다. 제 나이 이제 쉰다섯인데, 인생의 경험으로 치면, 여러분과 비교해 저는 한 삼백 살은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 머리가 좋은 줄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머리가 굉장히 나쁩니다. 사람 얼굴도 잘 못 알아보고 숫자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배운 것도 없어요. 그러나 저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시험을 치른다거나 자격 같은 걸 따려고 공부하기보다는 실제적인 공부를 합니다. 북한에 사람이 굶어 죽는다고 해서 도우러 갔는데, 사람들이 식량을 다 군대로 보낸다고 하기에 왜 그러는가 연구하게 됐어요. 그렇게 연구를 하다 보니 지금은 전문가들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되었어요. 불교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부처님의 말씀에 대해서 감복도 하지만 그게 다 저한테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말 그런지 실천해 봐요. 마음이 진짜 그렇게 작동하는지, 두려움이 없다는데 정말 두려움의 실체가 뭔지, 제 자신에게 체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점검을 먼저 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을 때까지 노예 노릇만 합니다. 이 종교 저 종교, 이 스님 저 스님, 이 절 저 절 , 이 종파 저 종파 팔려 다니면서 여기 왔다가 저기 갔다가 늘 고삐에 묶인 소가 사람이 당기는 대로 다니듯이 살다가 죽어요. 깨달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예요. 깨달아서 자유롭고 행복해질 것인지 깨닫지 않고 그냥 괴롭게 살겠는지,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출처 : 법보신문 943호 [2008년 03월 31일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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