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독특한 남편의 종교
문 :
남편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어떤 보살님에게서 명상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붓으로 쓴 이상한 글씨 등 보기에도 어지러운 그림이 벽에 붙어 있습니다. 불안합니다.
답 :
두 사람이 길을 가다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어, 저 귀신 봐라.”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어디?” 라고 하니 “저기 앉아 있잖아”라고 답했습니다. “야, 거기 아무것도 없잖아” 하니 “저것도 안 보이냐. 하얀 옷 입고 있잖아”하며 둘이 다툽니다. 해결할 길이 있겠습니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귀신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귀신을 봤다는 사람에게 헛것을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 사람은 자신이 분명히 봤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해도 굽히지 않습니다. ‘내가 굉장한 사람이구나, 귀신도 보는 사람이다’며 아상이 더 세집니다.
이런 걸 보고 ‘모두 다 네 생각’이라고 가르친 분이 부처님이에요. 부처님은 이걸 일체유심조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너의 생각일 뿐이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실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의 생각을 내려놓게 하는 게 불법입니다. 실재의 모습을 보라고 가르치는 게 불법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교는 남이 못 보는 걸 보거나 남이 못 듣는 걸 들으면, 굉장한 가피, 은사, 은총으로 받아들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믿는다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교 안에서 “관세음보살을 봤다, 예수님을 봤다, 모하메드를 봤다, 마리아를 봤다”고 하면 종교적 체험이라 합니다. 반면 “동자신을 봤다, 산신을 봤다”고 하면 미신이라고 하지요. 이것은 제도종교의 자기주장일 뿐입니다. 본질은 다 똑같습니다.
남편하고 아무리 논쟁해도 지금은 소용없어요. 본인은 무슨 소리인가를 듣고 있고 뭔가 보고 있고 뭔가 느끼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아니라고 하면 해결이 나지 않습니다. 부처님 상을 방에 모셔놓고 절을 하나, 종이에다 이상한 그림을 그려놓고 절을 하나, 금칠을 해놓고 절을 하나, 빨간 도장을 찍어놓고 절을 하나 다 자기 취미고 자기 취향이고 자기 색깔이라고 받아들이세요. 머리를 기른 사람한테 가서 공부를 하든, 머리 깎은 사람한테 가서 공부를 하든 그냥 놔두세요. 승복을 입으면 도가 있는 것 같고 사복을 입으면 도가 없는 것 같이 여기는 것도 다 우리의 관념입니다. 이 관념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에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 도리에서는 그 모두가 다 마음의 작용에 불과합니다. 무엇을 믿든 하나의 믿음입니다. 사이비다 뭐다 말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보다 더 천한 걸 가지고 더 고상하게 포장해서 똑같은 일을 하는 곳도 너무 많습니다.
다르마, 법, 진리라고 하는 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작용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법을 이해하면 ‘우리 남편이 지금 이런 심리, 이런 믿음에 젖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요. 상대적이라는 걸 이해하고 바라보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가 나지 않으면 자신에게 이익이에요. 그러니 궁극적으로 남편에게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도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고 인정하고 당분간 더 두고 보세요. 설령 지금 사이비라 한들 어떡하겠어요.
이런 것은 워낙 진위를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에 속합니다.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틀렸다는 생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사람이 지치게 됩니다. 지치지 않는 방법은 남편의 종교를 인정하면 됩니다.
이걸 정법이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보지 마세요. 이런 게 보통 종교입니다.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은 종교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진리는 종교를 초월합니다.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걸 인정하시고 남편은 독특한 종교를 하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 법보신문 970호 [2008년 10월 21일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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