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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본질서 파괴원인?결과 모두 ‘나의 것’ / 혜운스님

good해월 2009. 11. 9. 10:59

 
기본질서 파괴원인•결과 모두 ‘나의 것’ / 혜운스님(대구 여여선원장)
세상 사람들은 빠르고 편하게만 살려고 합니다.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부터 먼저 챙기다 보니 기본과 질서가 너무도 파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온갖 협잡이 난무하는 정치권 소식과 과소비 풍조, 부모를 상해하는 패륜 범죄 소식 등이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듭니다. 이 모든 게 기본과 질서가 파괴되면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가 혼란에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가족 구성원들이 가정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화목이 깨지고, 스님들이 승가에서 청규(淸規)를 지키지 않으면 혜안(慧眼)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팔만사천의 법문들은 모두 세상 만물의 돌아가는 기본질서를 말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큰 혼란이 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더욱이 공동체 속에서 공업(共業)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공동체는 더 이상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이 기초질서라는 문제는 작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공중도덕과 같은 생활의 작은 부분에서 나타나지만 크게는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 나아가 현대문명의 무분별한 자연환경 파괴는 결국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겠습니까. 바로 우리자신인 것입니다. 내가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고, 피해를 입은 다른 사람들이 또다시 기본과 질서를 지키지 않게 되어 그 해악은 결국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인연법입니다. 인연법이라고 해서 거창한 무엇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인연법에 대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고 설하셨습니다. 인연법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연관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일체의 존재와 미물에 이르기까지, 세계와 중생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에 소속돼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람이 병약자에게 혜택을 주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기본 순리이자 질서인 것입니다. 여기 집 한 채가 있습니다. 이 집의 기둥, 서까래, 기와 등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서로 떨어져 있다면 이것을 집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을 때야만 비로소 집으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본이요 질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가 최근 들어서는 망각되어지고 파괴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개발논리에 의해 자연이 피폐되고 파괴되는 모습들, 자기 입장만을 내세우고 공의를 무시해 정쟁에 휘말린 우리 정치권, 수많은 실직자와 거리에 내몰린 노인들, 오직 출세지향의 교육만을 받아 지혜를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 이 모든 현상들은 기본질서를 망각해서 발생하는 결과물인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질서가 파괴되는 근본에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편안 하려는 마음, 무엇이든 다른 사람보다 쉽게 이루려는 욕망, 근본이치를 따르지 않고 옳지 않은 샛길을 택하려는 잔꾀가 바로 세상질서의 파괴를 가져오고, 또 역으로 우리가 파괴된 질서로 인해 고통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적어도 부처님 법을 믿고 따르는 불자라면 이런 것을 잊고 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만, 절에 참배하러 와서 오로지 자신과 가족을 위한 기복적인 기도를 하는 신도님이 많습니다. 정작 중요한 참 자기를 찾는 일은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젊은 신도들은 옳은 말, 바른 말 하는 것을 듣기 싫어합니다. 다 아는 내용인데 왜 잔소리하느냐는 식으로 돌아앉기 일쑤지요. 그러나 바른 것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고 편한 대로 살려고 한다면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답, 그건 실재로 우리 자신이 이미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천이 따르지 못한 것이 문제지요. 기본 질서의 파괴로 인해 고통받고 신음하면서도 자기 자신부터 참회하고 그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요. 불자라면 기본과 질서의 파괴는 곧 나로부터 기인한 것이요, 그것은 욕심 즉 집착하는 습(習)에서 비롯한 것임을 잘 보아 바른 견해를 가지고 마음자리를 밝게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이 평소 정견(正見)을 갖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눈이 사물의 겉만 볼 줄 알고 내면의 세계를 자세히 살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라는 아집에 사로잡혀 나와 남은 다르다는 편견과 독단에 빠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편견과 독단은 마치 이상한 색이 들어있는 안경과 같아서 그런 안경으론 사물이 제대로 보일 리 없는 것이지요. 혜명(慧明)을 갖고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색안경 즉 아상(我相)을 버려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 승가도 이런 문제에 있어서 예외가 아닙니다. 잘못된 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우리 승가도 요즘은 너무나 세속화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님이 되려면 한 10년 동안 나무도 하고, 공양주도 하면서 스님들 뒷바라지를 충실히 해야 겨우 사미계를 받을 수 있었어요. 비구계를 받더라도 참선과 수행을 게을리 하면 은사 스님의 호된 호통을 듣는 게 비일비재했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너무 쉽게 스님이 될 수 있어요. 또, 젊은 스님들이 선방에서 수행하기 보다는 행정승이 되려 무던히도 애씁니다. 수행자가 수행을 뒤로한다면 이것은 절 밥을 축내는 밥도둑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승가에서는 대중들의 공의를 모으는 고유의 대중공사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승가에 세속의 선거라는 제도를 들여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에서 선거라는 제도의 장점도 많지요. 하지만 이로 인한 병폐도 상당하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상대방의 약점을 찾고, 유권자를 기만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아 결국 선거가 끝난 후에도 그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지요.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요사이 많은 사찰에서 시끄러운 문제가 여럿 생기곤 합니다. 우리 승가가 이렇게 계속 세속화된다면 결국 망하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승가는 승가다울 때 비로소 삼보의 하나로서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도 질서라는 것에 함의됩니다. 승가에서 고유하게 유지돼 왔던 대중공사를 지키지 않고 섣불리 세속의 선거를 들여옴으로써 선거가 가지고 있는 유해한 것들도 함께 가지고 온 것이지요. 선거를 통한 종권쟁탈의 이전투구는 깨달음으로 가는 공부와는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신심명>의 첫구절을 보면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다.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해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와 같을진대 어찌 남을 헐뜯고 비방하겠습니까. 이젠 절 집안 풍토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나이 들고 힘없는 스님들은 절안에 있지도 못해요. 북한 동포를 돕고 실직자와 고아들을 돌보는 것도 좋지만 절 집안의 어른들을 먼저 존중해야 그 집안이 잘됩니다. 평생을 수행에만 정진해온 종단의 노스님들이 숙식이 어려워 이곳 저곳을 떠돈다면 그 어찌 자비문중이라 하겠습니까. <초발심자경문>에 보면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른 법을 배우고 알게 되더라도 지혜를 얻으려 노력하지 않고 어리석게 배우게 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훌륭한 스승과 벗을 가까이 해서 바른 견해를 가지고 바른 생각을 하며, 바른 말을 하고, 바른 실천을 쌓아나가 부질없는 집착과 욕심을 버려 고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삶의 기본과 질서를 바로 보고 진리에 따라 바르게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되면 우리의 괴로움이 사라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출처 : 모두 미래의 부처님 이십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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