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젊은 수행자가 도력이 높다는 스승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그 젊은 수행자는 이름 난 스승을 찾아다니며 공부하기를 좋아했는데,
그가 찾아간 스승은 웬만해서는 사람들을 잘 만나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 젊은 수행자는 그 스승을 만나기 위해 고집을 피워
결국 스승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왔는가?” 스승이 묻자 젊은 수행자가 답했다.
“스승님 밑에서 공부를 하여 진리를 깨우치고 싶습니다.”
“진리를 깨우치고 싶다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서 더 훌륭한 스승을 찾게나.”
“아닙니다. 저는 꼭 스승님 밑에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스승님이 저를 깨우쳐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깨우치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 어디 남이 깨우쳐 주게 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서 그 답을 찾지 않고 밖에서 아무리 찾아보았자 소용없다네.
그러니 더 이상 나를 피곤하게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게나.”
“저는 절대로 가르침을 배울 때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 것이니 제발 저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거참, 꽤나 귀찮게 구는군. 할 수 없지.
자네는 정말 내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군말 없이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자네에게 책 한 권을 주겠네.
이 책을 잘 읽으면 그 안에 자네가 찾고자 하는 해답이 있다네.”
그 스승은 방구석에 놓여 있던 얇은 책 한 권을 그 젊은 수행자에게 들이 밀었다.
그 책은 수행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소개한 것으로 그 젊은 수행자는
이미 예전에 그 책을 슬쩍 한 번 읽었던 적이 있었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고
자신의 수준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한 번 읽고 어딘지 모르게 쳐 박아 놓은 책이었다.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책인데 별 내용이 없습니다. 왜 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것 봐. 내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군말 없이 한다고 해놓고는 왜 또 딴소린가?
자네는 아직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네. 그만 돌아가게나.”
“스승님, 그 책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밖에는 없습니다. 전에 제가 그 책을 읽어 봤었습니다.
저에게 물어보시면 그 내용에 대해 제가 잘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것 말고 진짜로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하면 뭘 배우려 다녀. 나는 그 이상 더 아는 게 없어.
그리고 자네는 이미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어. 약속을 어긴 거야.
다른 가르침을 준대 해도 자네는 역시 마찬가지 일걸세. 자, 이제 그만 내려가 보게나.”
거듭되는 젊은 수행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스승은 그 젊은이를 쫓아내 버렸다.
그 스승이 젊은이를 쫓아낸 이유는 자비심이 없거나 자신이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냥 스승의 입만 쳐다보고 스승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기대하는 제자에게는
기대와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는 수행자 스스로의 몫이다. 스승은 가는 길을 안내하고 독려할 뿐이다.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
출처 : 법보신문 1058호 [2010년 08월 02일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