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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반도 아열대화] 산업지도 변화.

good해월 2012. 7.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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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아열대화]

 

한반도 아열대화, 산업지도가 달라진다… 제주 한라봉·대구 사과 이제는 옛말

 

 

 

더워도 너무 덥다. 지난 6월 19일 한낮 서울 기온은 33.5도였다. 2000년 33.9도 이후 6월 기온으로는 12년 만에 최고치다. 이쯤 되니 사계절 기후의 한반도가 점점 아열대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위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준다.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고 농수산업, 제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매경이코노미는 한반도 아열대화로 우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질지 예측하고 주요 산업지도 변화를 그려봤다.

 

 

 

[한반도 아열대화]

뜨거운 한반도, 무엇이 달라지나…의류업체 재고 관리에 비상

 

# 올해 충남 대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6월 1일 개장했다. 때 이른 무더위가 지속되자 개장일을 앞당겼다. 이러다 내년에는 5월에 해수욕장을 개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 지난 30년간 대구의 사과 재배면적은 623 ha에서 157ha로 75%나 감소했다. 1980년대만 해도 사과 재배지 하면 누구나 대구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과 재배지가 충청도 지방을 거쳐 강원, 경기 포천 지역까지 북상했다.

 

 

 

 

한반도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6월 낮 기온이 연일 30도를 훌쩍 넘어서면서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뭄도 극심하다. 지난 5월부터 6월 20일까지 50여일 동안 서울의 누적 강우량은 10.6㎜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04년 만에 가장 적다. 서울과 경기 서해안, 충남 서해안은 예년의 10%에 불과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탄소배출 감축을 하지 않을 경우 2050년 우리나라 기온은 3.2도 상승할 전망이다. 지금부터 8년 후인 2020년까지 기온이 최대 1.5도 오르면서 지난 100년간(1911~2010년 1.8도 상승) 속도와 비슷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도 머지않아 보인다. 기상청은 2070년에 백두대간의 일부 고산지대를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2020년 우리나라 전국 경지면적의 17%가 아열대 기후 지역이 될 수 있다.

 

기온이 오르면 우리 경제도 적잖은 피해를 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우리나라 기후 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국 벼 생산량이 2.93% 감소한다.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온이 4도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의 5.6%가 손실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내놓았다.

 

 

2050년 한반도 기온 3.2도 상승

 

 

 

 

산업별로 보면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과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은 남해안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 수온이 높아지면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심교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기상연구실장은 “사과와 배는 기후 변화에 민감해 경남 밀양에서는 더 이상 사과나 배를 심기가 어렵게 됐다. 이런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면 그 빈자리는 아열대 과일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류업체들은 수요 예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고 관리가 쉽지 않게 된다. 건설업도 날씨 변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 업종이다. 생산활동이 주로 바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온, 강수, 바람 등 날씨 변화에 따라 시공 품질이 낮아지고 부실시공이 우려되는 한편 사고 우려도 커진다. 날씨에 민감한 레저산업도 타격을 받고 기후 변화로 재해가 늘면 보험회사 손실도 커질 수 있다. 가정에서도 고온다습한 기후로 질병이 늘어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덩달아 정부 재정 손실을 불러올 우려도 크다.

 

물론 기후 변화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날씨정보를 이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날씨가 ‘최고의 영업사원’이 된 셈이다.

 

삼성에버랜드는 골프장용 자동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자체 종합기상관측시스템을 구축해 골프장 주변 날씨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부킹 취소율을 줄이는 골프장도 많다. LG생활건강은 날씨정보로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줄이고 있다. 한 예로 폭우와 장마로 과일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명절 때 생활용품 선물세트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건설사들도 기상정보를 이용해 공정을 신축성 있게 조절하는 ‘날씨경영’을 도입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기상정보 구입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2000만~3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기상정보를 이용해 추가 보수 공사를 줄이고 인명사고를 예방해 얻는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30억원을 넘는다. 가전·빙과업체에도 호재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빙과류 시장도 비수기가 사라졌다.

 

‘날씨정보가 돈’ 날씨경영 인기

 

지자체도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폭설에 시달리던 전북 고창군은 2008년 전국 최초로 기상관측소를 세웠다. 고창군은 호남 서해안 중간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에는 220㎝ 폭설이 내려 무려 600억원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날씨경영을 돕고 있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올해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해 경영하는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날씨경영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기상 재해,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LG생활건강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서울메트로 등 20여개 기업·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기업, 기관에는 날씨경영, 기상사업화 컨설팅을 지원한다.

 

덩달아 기상산업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1500억원대인 기상·기후산업 매출 규모를 3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전망이다. 기상산업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32억7000만원에서 내년 5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상업계 관계자는 “기상정보는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기상정보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앞으로 기상선진국 못지않게 기상산업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 기상업체들에도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날씨정보를 전문으로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민간 기상정보업체도 10여곳이나 등장했다. 1000곳 넘는 기업들이 비용을 주고 민간 기상업체로부터 날씨정보를 받고 있다. 민간 기상정보업체인 케이웨더 김동식 사장은 “기업들이 날씨에 민감해지면서 날씨금융사업 등 다양한 파생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류업체 C사의 날씨경영 사례

 

겨울 기온 예측했더니 매출 대박

 

의류를 판매하는 C사는 지난 2010년 기상정보 컨설팅업체 A사로부터 날씨 컨설팅을 받았다. 의류업체 특성상 날씨가 의복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눈, 비가 오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고, 이는 곧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기상이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은 없었다.

 

기상정보 컨설팅업체는 날씨가 C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장 수와 매장별 방문객 수, 브랜드별 판매량 등 방대한 정보를 날씨에 따라 다시 정렬했다. 이를 통해 월별 상세 수요를 예측하고 날씨에 따른 매출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기온이 올라갈 때 판매량이 감소하는 옷과 증가하는 옷이 무엇인지 찾아 날씨에 맞춰 잘 팔리는 의류를 디스플레이했다. 또한 특정 날씨에 특정 의류를 구매한 사람이 같이 구매하는 물건들도 찾아서 제시했다. 이를 통해 C사는 연계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컨설팅 결과는 기존 인식과 다른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C사는 평일보다 주말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 비가 오면 매출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 C사에서 가장 유명한 B브랜드의 경우 평일에 비가 20㎜ 이상 오면 매장을 찾는 손님이 15% 감소한 데 비해, 주말에 비슷한 양의 비가 오면 매장을 찾는 손님의 감소 폭이 5%에 불과했다.

 

주간 단기 예보뿐 아니라 연간 예보량 예측도 기업 경영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2010년 당시 C사를 컨설팅한 민간 기상업체는 라니냐가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에서 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이상해류현상이다. 보통 라니냐가 있는 해는 겨울 온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기상업체는 겨울철 의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C사 관계자는 “가을 제품 제작에 투입되는 공정 비중을 줄이고 외투, 패딩 등 겨울철 의복 제품 5종의 생산을 각각 3배씩 늘렸다. 이는 고스란히 판매로 이어졌고, 덕분에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반도 아열대화]

기후 변화에 따라 뜨고 지는 산업…가전·에너지 ‘맑음’, 보험·패션 ‘흐림’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기업 비즈니스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날씨는 소비자들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날씨로 인한 소비패턴 변화로 타격을 받는 업종은 각종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반면 날씨 변화를 기회로 삼아 날씨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혜택을 보는 기업도 있다. 한쪽에서는 지구온난화 논쟁의 무게중심이 과학계에서 산업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업종별 산업지도 변화상을 살펴봤다. 

 

농수산업

 

제주 아열대성 어획물이 40%

 

한반도 아열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는 농업과 수산업을 꼽을 수 있다. 예부터 ‘하늘과의 동업’이라 할 만큼 날씨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농작물의 경우 재배 지역의 북방한계선이 뚜렷이 북상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녹차의 재배지는 전남 보성에서 강원도 고성 지역까지 북상했다. 복숭아 재배지는 경북 경산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올라왔으며 사과 재배지도 대구에서 강원도 영월로 이동했다.

 

과거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한라봉은 이제 전라남도 고흥과 경상남도 거제 일대에서도 재배된다. 경남 거제에서 한라봉을 재배해서 판매하는 청림농원 관계자는 “거제산 한라봉은 구정 전에 직접 수확해 시장에 납품하면서 물류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꼭지 부분이 제주도 한라산을 닮았다는 이유에서 한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한반도 아열대화로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니 한라봉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평이다.

 

심교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기상연구실장은 “작물은 산림과 달리 사람이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봄, 겨울에도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하는 것이 그 예”라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수확한 농작물은 제철에 수확한 것에 비해 수확량과 품질이 저하된다.

온대 과수는 겨울철에 일정 수준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야 이듬해 정상적으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데 겨울이 따뜻해지다 보니 남쪽에서 이 부분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작물 재배지의 북상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수산업도 온도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아열대성 어류들이 잡히는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가 2010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제주 연안 해역인 사계, 옹포, 행원, 신천 등 4개 지역의 자망어업 어획물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아열대성 어류가 전체 어류의 40%를 차지했다. 지난 2006년 조사 당시 아열대성 어류 출현율이 19%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제주 주변 해역에서 아열대성 어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제주 연안에서 과거에는 잘 잡히지 않았던 대표적 아열대성 어종인 쥐돔이 최근 대량으로 잡혔다. 꽃돔, 꺼끌복, 보라문어 등 다른 아열대성 어류들의 출현빈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남해안에서만 잡히던 고등어, 갈치, 방어, 자리돔 등의 어종도 점점 고위도 지역에서 잡히고 있다. 특히 독도 해역까지 분포역이 북상한 자리돔은 이 지역에서 산란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달라진 환경에 완전히 적응을 했다는 방증이다.

 

아열대화로 인해 한류성 어종은 급감했다. 명태가 대표적인 예. 포항 앞바다에 주로 분포하던 명태는 분포역의 마지노선이 강릉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명태의 새끼인 노가리의 남획과 동해의 수온 상승으로 이제 동해에서는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명태는 원산만이 주 산란장인데 동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류성 어종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바뀌자 노가리의 생존율이 낮아지면서 개체 수가 감소했다.

수협 바다마트 신내점 관계자는 “명태가 안 들어오기 시작한 지 벌써 수년째다. 수입으로 대체하려고 해도 수산물은 수입산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거의 못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동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어부들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찮다. 강수경 박사는 “일반적으로 수심이 얕은 지역에 사는 부어류보다는 참조기, 넙치 등 바닥에 사는 저서어류의 가격이 더 비싸다. 그런데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온도에 더 민감한 저서어류가 감소해 어민들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냉방비 줄이려 단열성능 향상 힘써

 

건설업계는 한반도 아열대화로 인한 냉방비 상승을 막기 위해 아파트 단지의 단열성능 향상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롯데건설은 지난 2009년 ‘이중개폐창호’를 개발했다. 이중개폐창호는 기존 시스템창호와 달리 안쪽과 바깥쪽 창호를 분리해 개폐할 수 있어 열 손실이 적고 단열성능이 기존 창호보다 20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발코니 확장 시 이중창호 대신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연간 약 30%, 105.6㎡ 아파트 가구 기준으로 연간 50만원 정도의 냉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건설 측의 설명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8년 뚝섬에 건설한 ‘한숲 e-편한세상’ 아파트에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을 적용했다. 지열 냉난방시스템이란 태양에너지를 흡수한 지표면의 토양이나 수분에 축적된 열을 지열 교환기를 이용해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대림산업 측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파트 구입자에게 냉방 시설이 상당히 중요해졌다”며 “초기 설치비는 많이 들지만 자가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스스로 충당하므로 유지관리비가 50%가량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날씨정보를 활용한 공정 관리로 건축비용을 절감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외 공사 현장에 기상정보를 제공해 작업 불능 일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작업이 불가능한 날짜를 미리 파악하면 공사 중단이나 복구에 따른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로 각광

 

 

 

대체에너지 업계도 날씨 변화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온실효과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업종은 규제가 심해진다. 석탄, 석유를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업, 자동차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청정 에너지원 관련 업종은 이산화탄소 배출 업종이 줄어드는 만큼 수혜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태양광, 풍력,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업체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상승한다.

 

SK그룹은 에너지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GS그룹 역시 에너지 전문 중간지주회사인 GS에너지를 설립해 기존 GS칼텍스에서 추진하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모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물 부족 현상이 증가하면서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가진 기업들도 수혜업체로 부각되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식수화하는 기술이 각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 병충해,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관련 의약품 업종도 호황을 맞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열대성 질병이 기승을 부리는 현상은 비록 인류에게 불행한 일이지만,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노바티스 등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에는 유리하다. 온난화가 곤충과 식물 서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기온 상승 영향으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인 소형차, 2차전지, 스마트그리드 등 산업이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면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화학, SK에너지, 두산중공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션·의류업

 

가을·겨울 매출 낮아 마진 줄어들까 울상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 변화는 의류업계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일반적으로 봄, 여름보다 가을, 겨울 매출 비중이 훨씬 큰 의류업계 특성상 아열대 기후가 지속되면 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의류업체들은 생산체계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각각의 옷을 생산하는 체제였지만, 최근에는 주간 단위로 소량 생산하는 체제다.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가늠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졌다. 여성복 중에서 대표적인 간절기 상품으로 꼽히던 트렌치코트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

 

반면 한여름에도 활용할 수 있는 품목은 인기가 높아졌다. 여러 기후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도 인기다. 방수, 투습 등의 기능을 갖춘 데다 패션성까지 겸비한 아웃도어는 요즘 패션업계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양문형 FnC코오롱 차장은 “봄에만 입을 수 있는 트렌치코트 대신, 늦봄부터 여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소매를 접는 롤업 스타일 점퍼의 인기가 높아 생산물량을 늘렸다”고 전했다. 아웃도어의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선 “아웃도어 소재인 고어텍스가 기후 변화에 맞춰 습도를 제어하고 체온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SPA는 한 의류 브랜드가 약 1개월 안에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패스트 패션’을 말한다. 김동식 케이웨더 사장은 “SPA 브랜드가 부쩍 인기를 얻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변덕스러운 날씨”라며 “규모가 작은 패션업체가 날씨 예측을 잘못할 경우 재고 부담으로 폐업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패션업에서 날씨 예측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

 

이상기후에 지급보험금 증가

 

보험산업의 경우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이상기온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에 가입한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보험업협회(ABI)는 지구온난화 해결 원칙을 성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중서부 집중호우로 6만여가구와 기업체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하자 영국 보험업계는 약 30억파운드(5조4000억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지급한 바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보험업계가 지급한 보험료는 무려 450억달러(51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후 변화 추세에 맞춰 AIA, 아비바, 악사, 뮌헨리, 스위스리 등 해외 보험사들은 탄소배출 경감을 유도하기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나 녹색산업 관련 보험, 탄소배출권 연계보험 등이다. 탄소배출을 경감하는 보험 계약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자동차보험을 주행거리와 연동해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보험금을 추가 제공하는 보험 상품을 꼽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는 보험료 할인이나 약관대출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경제산업성이 직접 나서 지구환경보험 출시를 유도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상황을 억제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손실을 보전해주는 보험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아직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상품 출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특이한 경우가 메리츠화재 정도다. 메리츠화재는 눈 3㎝ 이상, 비 30㎜ 이상이 오면 위험기상 예보를 문자로 제공하는 SMS 서비스를 도입해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사고율을 10%가량 줄일 수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객사를 유도하는 것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라며 “국내 보험사들도 더 많은 탄소배출 경감 상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가전업

 

에어컨은 ‘4계절 필수용품’

 

가전업계는 에어컨 홍보 포인트를 ‘4계절 필수용품’으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여름에만 에어컨을 사용했다면, 한반도가 아열대화되면서 최근 에어컨이 일 년 열두 달 내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출시하고 있는 에어컨에 공기청정기능과 제습기능을 추가해 환절기, 장마철에도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는 덥고 습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냉방과 더불어 제습기능이 에어컨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LG전자가 출시한 휘센 미니는 에어컨에 착탈이 가능한 이동식 미니 에어컨이다. 청정제균기능과 청정제습기능이 있어 별도 제습기와 제균기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에어컨도 공기청정, 가습, 제습기능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하우젠 스마트에어컨은 일반 에어컨보다 최대 5배 수준의 청정 능력을 내장했고, 공기제균기능을 탑재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세균, 곰팡이 등을 제거할 수 있다.

 

최희정 LG전자 과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비교적 추운 러시아와 북부 유럽 지역에서는 에어컨이 거의 판매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러시아 모스크바, 프랑스 북부 지역 에어컨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한반도 역시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예전에는 에어컨이 6월 말부터 많이 팔렸지만, 지금은 5월 초부터 성수기다. 올해 5월 공장 가동률은 100%를 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저업

 

알래스카 여행 패키지 상품 등장

 

 

 

여행업계 역시 지구 온난화가 반갑다. 여름이 길어져 피서를 가는 바캉스족들이 늘어난 데다 예전에는 너무 추워서 여행하기 힘들었던 곳도 이제는 여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알래스카 여행 패키지 상품을 새로 론칭했다. 성수기인 5~9월 동안 전세기와 크루즈선을 통해 알래스카를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알래스카 지역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빙하에 눌려 있던 지각이 드러나 골프장이 건설되는 등 가용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전세기를 통한 알래스카 여행 모객 인원을 지난해 1620석에서 올해 1960석으로 21%가량 늘렸다. 운항 횟수도 6회에서 7회로 1회 증가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그동안 서늘한 지방 여행은 일본 홋카이도 지역까지만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홋카이도가 쓰나미 피해를 입으면서 대안으로 알래스카 여행이 부상했다. 지난해 알래스카 여행 상품을 론칭한 결과 반응이 좋아서 모객 인원을 확대했다. 올해도 모객이 잘되고 있어 내년에는 여행객을 더 많이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음료업

 

빙과류 불티나게 팔려

 

여름철이 대표적 성수기로 꼽혔던 빙과류 시장도 이제 비수기가 없는 업종으로 꼽힌다. 평년 기온이 올라가고 겨울 날씨가 비교적 따뜻해져 겨울철 빙과제품 판매량은 4계절 내내 증가 추세다. 더위가 길어지면서 성수기도 늘어났다. 해태제과 측은 “보통 5~6월 정도가 되면 7~8월 여름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물량을 확보하는데, 더위가 길어지면서 성수기 역시 길어졌다”고 말한다. 빙그레 관계자도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6월 현재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계절에 따른 제품 선호도가 약해진 점도 한반도의 아열대화 때문에 나타난 변화다. 과거에는 계절에 따라 소비자들 제품 선호도가 확연히 달랐다. 이 때문에 빙과업체들은 계절별로 인기가 많은 상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한반도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빙과류 인기가 상승하자 이런 트렌드도 사라지는 추세다. 빙그레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유지방이 함유된 아이스크림이, 여름철에는 얼음 함유량이 높은 하드류가 많이 판매되는데 이런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두 가지 종류 모두 계절과 상관없이 수요가 늘어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민간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 김동식 사장

 

날씨 관련 보험 상품 인기 끌 것

 

Q. 기상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뭔가.

 

A. 날씨는 전체 산업의 70~80%와 연관이 있는데, 해마다 날씨 패턴이 80~90%가량 달라진다. 과거에는 강수에 의한 피해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낙뢰, 꽃가루, 폭염 등 새로운 재해 유형으로 인한 피해액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위험 헤지를 위한 금융·보험 상품들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6월 중 기온이 25도를 넘는 날짜가 며칠 이상이면 얼마를 지급하고, 결혼식이나 신혼여행 때 온도가 몇 도 이상이면 얼마를 지급하는 식의 보험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반면 피해액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를 보상해야 할 보험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Q. 기후 변화는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가.

 

A. 예를 들어 여름철 무더위가 지속될 경우 에어컨, 선풍기, 아이스크림, 음료, 맥주 등의 매출이 증가한다. 반면 장마가 길어지면 제습기, 우산, 비옷, 레인부츠, 살충제의 매출이 늘어난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끼친다.

 

Q. 민간 기상정보는 어떤 기업이 주로 이용하고 비용은 어느 정도 드는가.

 

A. 서비스 종류에 따라 몇 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기업들이 날씨로 인한 위험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상 컨설팅의 경우 비용이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기상정보를 구입하는 기업들은 인터넷 포털업체뿐 아니라 건설, 유통, 레저, 에너지산업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CEO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이용한다. 거의 전 업종에 관련된 컨설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 100명의 출신 전공이 각기 다양하다. 기상학을 전공한 직원이 30%, 경영학 전공이 30%이고 나머지는 에너지, 패션, 건설 등 전문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이다.

 

Q. 개인들이 활용하는 방법도 있나.

 

A. 스마트폰에서 날씨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도 늘어나 현재까지 300만명 이상이 내려받았다. 앱을 내려받지 않고 이용할 수도 있다. 특정 단말기에는 서비스가 내장된 ‘위젯’ 형태로도 날씨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요금은 무료다. 습도가 높은 날 특정 기업의 제품 이미지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적용해 수익을 얻고 있다.

 

[문희철·노승욱·임혜린 기자 / 일러스트 : 김민지]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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