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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선쟁점 일문일답]<1> 재정 현황 및 복지재정 확대 방안~<10> 김종인 경제 민주화의 실체

good해월 2012. 10. 7. 20:24
 

하우스푸어와 무주택서민이 상생하려면…

[대선쟁점 일문일답]<1> 재정 현황 및 복지재정 확대 방안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7-25 오전 11:00:55

 
12월에 대선이 치러집니다. 경제 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주요 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는 <대선쟁점 일문일답> 시리즈를 낼 계획입니다. 그 첫 번째는 대한민국 재정 현황과 복지재정 확대 방안입니다.

1. 올해 우리나라 중앙정부 재정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서 설명해 주세요.
⇨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311조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중앙정부 재정규모는 325조원(본예산 기준) 정도 됩니다. GDP 대비 비율은 24.8%입니다.

2. 올해 우리나라 지방정부 재정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역시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서 설명해 주세요.
⇨ 올해 우리나라 지방정부 재정규모는 151조원(본예산 기준) 정도 됩니다. 국내총생산(GDP)이 1311조원이므로 GDP 대비 비율은 11.5%입니다.

3. 그럼 우리나라 중앙정부-지방정부 재정규모는 GDP 대비 36.3%인가요? (중앙정부 24.8%, 지방정부 11.5%)
⇨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앙정부 예산 중 많은 부분이 지방정부로 내려가 지방정부 예산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4. 중앙정부 예산 중 어느 정도가 지방정부로 내려가나요?
⇨ 올해의 경우 중앙정부 예산 중 33조원이 지방교부세란 이름으로 지방정부로 내려가고, 34조원이 국고보조금이란 이름으로 지방정부로 내려갑니다. 또 38조원이 교육재정교부금이란 이름으로 지방교육청에 내려갑니다. 세 가지를 모두 합치면 105조원입니다. GDP 대비 8%가 내려가는 겁니다.

5.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448조원(2012)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데 이것은 GDP 대비 32.8% 규모라 합니다. IMF에 따르면 선진 34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평균 73.6%입니다.
- 일본(235.8) 미국(106.6)
- 남유럽 : 그리스(153.2) 포르투갈(112.4) 스페인(79.0) 이탈리아(123.4)
- 북유럽 : 스웨덴(35.5) 핀란드(51.6) 덴마크(51.3) 노르웨이(49.6)

6.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어느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있나요?
⇨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단기적으로는 위험한 수준이 아닙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위협하는 요인은 많습니다. 특히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급락하고 복지수요가 폭증할 경우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7. 공기업 부채는 정부 부채에 포함되나요?
⇨ 공기업 부채를 정부 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으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부정적입니다. 공기업은 국가, 지자체와 다른 법인격을 가진 주체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립채산제 하에서는 공기업이 많은 수익을 남겨도 원칙상 국고로 회수되는 경우는 없습니다(정부가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기는 함). 원칙적으로 국가가 공기업 부채를 대신 갚아주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부채와 공기업 부채는 병행 관리하되, 엄격하게 감시-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8. 정부가 공기업에 지원하는 지원금은 어느 정도 되나요? (※ 정부 지원금 = 출연금 + 출자금 + 보조금)
⇨ 2012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은 모두 288개입니다.
⇨ 2011년 결산기준 정부지원금은 22조 6396억원
- 시장형 공기업 14개 중 3개에 8605억원
- 준시장형 공기업 14개 중 7개에 2조 4217억원
-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17개 중 6개에 6635억원
-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66개 중 55개에 12조 8252억원
- 기타 공공기관 177개 중 133개에 5조 8687억원

9. 시장형 공기업의 개념은 무엇이며, 정부지원을 받은 시장형 공기업은 어디인가요?
⇨ 공기업이란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이고, 자체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공공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입니다. 이 중 시장형 공기업이란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총 수입액 중 자체수입액이 85% 이상인 공기업(14개)입니다.
- 2011년 시장형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8605억원
* 지원금 받은 기관(3개) : 한국석유공사(8358억원), 한국공항공사(210억원), 인천항만공사(37억원)
* 지원금 못 받은 기관(11개) : 한국전력과 6개 자회사, 인천국제공항, 한국가스공사, 부산항만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10. 준시장형 공기업의 개념은 무엇이며, 정부지원을 받은 준시장형 공기업은 어디인가요?
⇨ 준시장형 공기업이란 공기업 중 시장형 공기업이 아닌 공기업(14개)입니다.
- 2011년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2조 4217억원
* 지원금 받은 기관(7개) : 도로공사(8975억원), LH공사(9244억원), 수자원공사(2517억원), 석탄공사(875억원), 광물자원공사(2344억원), 철도공사(123억원), 제주자유도시개발(138억원) ※ 철도시설공단(3조 5136억원)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11.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의 개념은 무엇이며, 정부지원을 받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은 어디인가요?
⇨ 준정부기관이란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이고,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기관(83개)입니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란 법률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거나, 기금의 관리를 위탁받은 준정부기관(17개)입니다.
- 2011년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6635억원
* 지원금 받은 기관(6개) : 근로복지공단(3657억원), 방사선폐기물관리공단(1842억원), 방송통신전파진흥원(800억원), 언론진흥재단(4억원), 국민연금공단(215억원),체육진흥공단(117억원)

12.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개념은 무엇이며, 정부지원을 받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어디인가요?
⇨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 아닌 준정부기관(66개)입니다.
- 2011년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12조 8252억원
* 지원금 받은 기관(55개) : 건강보험공단(4조 4599억원), 철도시설공단(3조 5136억원),한국장학재단(7136억원), 보훈의료공단(5746억원), 산업인력공단(4853억원), IT산업진흥원(3225억원),한국콘텐츠진흥원(2088억원) 등등

13. 기타 공공기관의 개념은 무엇이며, 정부지원을 받은 기타 공공기관은 어디인가요?
⇨ 기타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이 아닌 공공기관(177개)입니다.
- 2011년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5조 8687억원
* 지원금 받은 기관(133개) : 한국수출입은행(1조 1000억원), 한국국제협력단(4898억원), 한국폴리텍(2306억원), 대한체육회(1728억원), 과학기술원(1525억원) 등등

14. 공공기관 부채는 어느 정도 늘어나고 있나요?
⇨ 2007년과 2011년 사이 공공기관 부채는 247조원에서 496조원으로 2배 증가했습니다.
* 시장형 공기업 : 60조원 ⇒ 172조원(190% 증가)
* 준시장형 공기업 : 97조원 ⇒ 189조원(95% 증가)
* 기금관리형 준정부조직 : 57조원 ⇒ 82조원(44% 증가)
* 위탁집행형 준정부조직 : 27조원 ⇒ 43조원(59% 증가)
* 기타 공공기관 : 7조원 ⇒ 10조원(46% 증가)

15. MB정부 부자감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 기획재정부가 2011년도 국정감사에서 국회기획재정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감소효과는 연간 21.3조원(2012)입니다.
* 소득세 9.4조원, 법인세 4.7조원, 종부세 2.3조원, 기타 4.9조원 / 자료상 합계액은 21.3조원이나 일시적 감세분을 제외하면 20조원 내외

16. 부자감세가 소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 소비 부문에서 부자감세는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으로부터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으로 부를 강제로 이전시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저해합니다.
* 하위 20% 계층의 평균 소비성향(=소비지출/소득)은 100% 이상 / 상위 10% 계층의 평균 소비성향은 60~70%

17. 부자감세가 투자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 기업이 늘어난 소득 중에서 어느 정도를 투자했느냐는 나타내는 지표로 한계투자성향(투자 증가분/ 기업소득 증가분)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1990년대 이전 우리나라 한계투자성향은 0.9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0.3으로 떨어집니다. 한계투자성향 0.3에서는 감세로 인한 투자확대효과가 복지확대로 인한 내수활성화효과보다 훨씬 낮아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저해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18. 세계적인 대부호들의 부자감세에 대한 시각은 어떠합니까?
□ 워렌 버핏
* 감세론자들은 감세하면 소비가 늘어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 감세론자들은 세금이 많으면 투자가 위축된다고 했으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 감세한 이후 일자리 증가율이 감세 이전보다 훨씬 낮았다.

□ 조지 소로스
* 부자들이 이기심 때문에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 재정건전성을 바라는 애국적 백만장자모임(미국)
*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오류로 드러난 공급경제학을 근거로 감세를 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19. 성장-복지 선순환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 주세요.
⇨ 세계적인 대부호들이 부자감세에 반대하고 부자증세에 찬성하는 것은 그 외의 다른 위기 돌파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공황 때는 정부가 빚을 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재정위기에 처한 각국 정부가 빚을 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천문학적인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부유층과 대기업들의 부담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154조원(2011)

20. 성장-복지 선순환정책을 확대하기 위한 재정조달 전략은 어떤 것이어야 합니까?
⇨ 세목별로 OECD평균과의 격차를 고려하여 세수확보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GDP 대비 세목별 조세부담률(2009)
- 소득세 : 한국 3.6%, OECD 8.7%
- 법인세(2007) : 한국 4.0%, OECD 3.8%
- 법인세(2009) : 한국 3.7%, OECD 2.8%
- 사회보장세(고용자 외) : 한국 3.2%, OECD 3.8%
- 사회보장세(고용자) : 한국 2.6%, OECD 5.4%
- 자산과세 : 한국 3.0%, OECD 1.8%
- 소비세 : 한국 8.2%, OECD 10.7%
※ 사회보장세 = 사회보험

21. 성장-복지 선순환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세수를 늘려야 할 세목은 어떤 것입니까?
⇨ 소득세는 선진국의 41% 수준, 법인세와 자산과세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 사회보장세(고용자 외)는 선진국의 84% 수준, 사회보장세(고용자)는 선진국의 48% 수준, 소비세는 선진국의 77% 수준입니다. 따라서 성장-복지 선순환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세수를 늘려야 할 세목은 소득세와 사회보장세(고용자)입니다.

22. 소득세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1)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률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입니다(소득세 부담률 : 한국 3.6%, OECD 8.7%).
(2) 고소득자(상위 20%)의 소득세 실효세율(조세부담액/소득액)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입니다(미국의 실효세율은 14.1%, 한국은 5.9%).

23.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안과 그에 따른 세수 효과에 대해 말해 주세요.
(1) 대안
과표 1200만원 이하 세율 6% 현행유지,
과표 1200~4600만원 구간 세율 15% 현행유지,
과표 4600~8800만원 구간 세율 24% 현행유지,
과표 8800~1억 2000만원 구간 세율 35% 현행유지,
과표 1억 2000만원 초과구간에 42% 세율 부과할 때
(2) 세수효과 :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따른 세수 효과는 1.8조 원
※ 과표 3억원 이상 38% 세율 부과효과 / 0.4조원 공제하면 그 효과는 1.4조원

24.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안에 따른 세수효과가 기대보다 적은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1) 최고세율 적용구간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입니다. 최고세율 적용구간이 지나치게 높으면 세수규모가 엄청나게 적게 나타납니다..
* OECD 22개 회원국의 1인당 GDP 대비 최고세율 적용구간 경계선 비율은 2.6배, 우리나라는 4.2배(2010)
(2) 조세감면 규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입니다.

25. 현행 세법 하에서 연봉이 1억원인 근로소득자의 소득세는 어느 정도인가요?
* 소득상위 5%의 평균총급여 : 9778만 원
* 소득상위 5%의 전체 소득공제 : 3753만 원
* 소득상위 5%의 평균과세표준 : 6025만 원

- 과세표준 1구간 : 1200만 원 x 6% = 72만 원
- 과세표준 2구간 : 3400만 원 x 15% = 510만 원
- 과세표준 3구간 : 1425만 원 x 24% = 342만 원

⇨ 산출세액은 924만 원 - 세액공제 50만 원
⇨ 결정세액은 874만 원

26. 세율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1인당 GDP 대비 최고세율 적용구간 경계선 비율을 현재(2010)의 4.17배에서 OECD 평균인 2.65배로 낮춘다면 연봉이 1억원인 근로소득자의 세금은 어떻게 변화하나요?
⇨ 전체 과표구간을 현재보다 63.5% 낮출 경우( 2.65배/4.17배 = 63.5%) 연봉이 1억원인 근로소득자의 세금은 874만원에서 1113만원으로 239만원 늘게 됩니다(증가율은 27%).

27. 최근 조세연구원연구용역보고서에서 소득세 과표구간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1200만원 이하 → 1500만원 이하 ▲4600만원 이하 → 6000만원 이하 ▲8800만원 이하 → 1억3000만원 이하). 이로 인한 감세효과는 어느 정도 되나요?
⇨ 조세연구원 주장에 따른 근로소득세 감세효과는 1조 5113억원, 종합소득세는 1조 4287억 원, 양도소득세는 6011억 원으로 도합 3조 541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28. 법인세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1) 기업들의 조세부담율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액 비율은 4.2%(2008)로 OECD 평균(3.5%)보다 높으나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비율은 2.6%로 OECD 평균(5.4%)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기업부담 사회보장세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나, 이것만 대폭 상향할 경우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므로 법인세 부담률과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부담률을 동시에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기업소득과 개인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므로 대기업 부담을 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 1990년대 기업소득이 연평균 12.7% 증가할 때 개인소득은 13.1% 증가.
* 2000년대에는 기업소득이 연평균 12% 증가할 때 개인소득은 6% 증가하는 데 그침.
(3)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므로 대기업 부담을 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 1980년과 2009년 사이 제조업체들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 비율은 55.1%에서 31.4%로 크게 하락

29.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선진국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인세율 인하가 선진국 재정위기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으므로 이를 모방할 필요는 없습니다.
※ 법인세 감세 등이 유럽 재정위기에 미친 악영향 : 1980~1990년대 회원국들의 조세부담률이 2.0~2.2%포인트 상승할 때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액 비율은 1.3~2% 포인트 상승했음. 그러나 2000년대(2000~2007)에는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액이 0.4%포인트 상승할 때, 조세부담률은 0.1%포인트 하락함.
⇨ 이 지표들은 최근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이 부자감세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30.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안과 그에 따른 세수 효과에 대해 말해 주세요.
(1) 대안
과표 2억원 이하 세율 10% 현행유지,
과표 2억~100억 구간 세율 22% 현행유지,
과표 100~1000억 구간 세율 22% ⇨ 25%
과표 1000억 초과 구간 세율 22% ⇨ 27%
(2) 세수효과 : 법인세 일부 감세철회하고 최고구간을 신설하면 그 효과는 7.3조원

31. 양도소득세 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활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 가능성이 상존하는 바, 양도소득세를 증세하거나 종합부동산세를 부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 수도권 주택의 50% 이상이 거품정점인 2006년 하반기 이후 거래됨.
⇨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정치권의 거친 대응은 대권주자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

32. 하우스푸어와 무주택서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이 있나요?
(1) PIR 현황 : 2000년 서울아파트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8.0배, 2006년은 13.1배, 2012년은 10.0배
(2) 상생방안 : 현 수준에서 아파트 가격이 5년간 동결되고 가계 경상소득이 매년 5% 상승할 경우 2017년 PIR은 7.9배가 될 전망
⇨ 연착륙 가능, 하우스푸어-무주택서민 상생 가능

33. 하우스푸어와 무주택서민이 상생하려면 양자가 어떤 양보를 해야 합니까?
⇨ 하우스푸어들은 주택 실질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하고, 무주택 서민들은 공멸을 피하기 위해 연착륙정책에 협조하면서 4~5년간 기다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상생 효과로, 하우스푸어들은 경착륙을 피하면서 양질의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고, 무주택 서민들은 4~5년간 기다리면 저렴해진 양질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아파트. ⓒ뉴시스

34. 개별소비세 부자감세를 철회하거나 증세할 여지는 있나요?
⇨ 개별소비세는 과거 특별소비세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대부분 고소득층 소비와 관련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목 감세를 철회할 명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소비세 감세액 대부분은 한미FTA 등 FTA를 염두에 두고 감세한 것으로 협정문과의 대조 작업이 필요합니다. 개별소비세 감세분 전액을 철회할 경우 세수는 1조원 내외로 추정됩니다.

35.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증세 여지는 있나요?
환경단체들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유가가 급속하게 폭등하는 상황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증세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 휘발유가격(주유소 평균)
2000.01 - 1220원
2005.01 - 1336원
2010.01 - 1661원
2012.03 - 2030원

36. 교육세 부자감세를 철회한다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 교육세는 개별소비세액의 30%(석유류는 15%), 교통-에너지-환경세액의 15%, 주세액의 10%, 금융-보험업자 수입금액의 0.5%를 세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개별소비세 부자감세분 1조원이 철회될 경우, 그것의 30%인 3000억원의 교육세 감세분도 철회됩니다. 다만 이 중 석유류 세율이 15%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세 감세 철회액은 2500억원 내외입니다.

37. 농어촌특별세 부자감세를 철회한다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 농어촌특별세 세원은 종합부동산세의 20%, 레저세의 20%, 개별소비세의 10%(골프장은 30%), 취득세액의 10%, 증권거래금액의 0.15%, 조세감면액의 20%, 저축감면액의 10%입니다. 이 중 개별소비세 부자감세분 1조원이 철회될 경우, 그것의 10%인 1000억원의 농어촌특별세 감세분도 철회됩니다.

38. 조세감면을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바람직한 감축 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 대부분의 조세재정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조세감면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정부가 이를 적절히 줄여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2010년 GDP 대비 국세감면액 비율은 2.57%였습니다. 그 비율을 2002년 수준인 2.04%로 낮출 경우 6.2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합니다.

39.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토건사업에 지출하는 예산은 어느 정도 되나요?
⇨ 중앙정부의 SOC 예산은 22.6조원(2012)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토건사업 예산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연관표 등으로 추정해 볼 때 중앙정부와 지자체 토건사업 지출액은 55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속에는 중앙정부 각 부처 토건사업 지출액과 지자체 각 부서 토건사업 지출액이 모두 포함됩니다.)

40. 중앙정부와 지자체 토건사업 지출액 55조원 중 어느 정도를 절감하여 복지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나요?
⇨ 공공부문 토건지출액 55조원 중 10%를 절감하면 5.5조원을 복지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토건비중을 10% 이상 절감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대도시 재해예방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대도시 홍수예방을 위한 하수관거 교체 불가피⟸ 30년 빈도 홍수 대비용이 10년 빈도로 추락). 토건비중 축소와 재정개혁으로 10조 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41. 여야 정당 세제개편안 중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참고할 만한 대안을 소개해 주세요.
(1)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 2조 5000억원(민주통합당 추계)
(2)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 2조원(통합진보당 추계)
(3)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 : 1조 2000억원(민주통합당 추계)
(4) 금융상품 종합과세 기준 인하
* 새누리당 : 4000만원 ⇒ 2000만원
* 민주통합당 : 4000만원 ⇒ 3000만원
[세수 효과] 효과 추정이 매우 어려움. 개략적으로 세수를 추정해 보면 새누리당안은 5000억원 내외, 민주당안은 2000억원 내외.

42.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인한 세수효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1) 현행법 : 과표는 세후 영업이익, 지분율 3% 이상의 대주주에게만 과세, 일감 몰아주기 물량 중 30% 공제
(2) 세수효과 : 현행법으로는 500억원 내외, 민주통합당 일부 의원 개정안으로는 1200억원 내외(과표는 영업이익, 30% 공제 폐지)
(3) 쟁점사항: 참여연대안의 과표는 주식가치상승분(세수효과는 2000~3000억원, 필자 추정), 경제개혁연대는 참여연대안에 부정적

43.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마련방안을 종합해서 설명해 주세요.
*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 1.4조원
* 법인세 감세철회 및 최고구간 신설 : 7.3조원
* 기타 세목 감세철회 : 1조원
* 조세감면감축 : 6.2조원
* 토건 지출통제 및 재정개혁 : 10조원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 2.5조원
*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 : 2조원
* 파생상품 증권거래세 : 1조 2000억원
*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인하 : 5000억원
* 일감몰아주기 과세 : 1000억원
⇨ 총계는 32.2조원입니다.

44. 민주당의 간이과세 대상 확대론에 대해 당과 시만단체가 맞서고 있습니다. 쟁점은 무엇입니까?
(1) 간이과세 확대론자들 주장
- 자영업자 과세투명성이 많이 확보되었다.
- 선진국의 간이과세 범위가 넓다.
(2) 참여연대의 간이과세 확대론 비판
-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
- 과세투명성 높은 선진국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
- 간이과세 확대할 경우 조세감면 감축안은 명분상실
※ 조세감면 감축안의 주요 골자는 소득공제 축소
※ 간이과세 확대할 경우 소득공제 축소 명분상실

45.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바람직한 조세지원정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바람직한 조세지원정책은 EITC(근로장려세제)를 자영업자들에게까지 확대하고, 대신 간이과세 대상을 현재보다 축소하는 것입니다. 간이과세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세수확보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간이과세 대상을 축소하면 이들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조세투명성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예컨대 간이과세 대상 축소로 1조원 세수를 확보되고, 근로장려금 확대로 2조원 재정지출이 발생한다 해도 정부는 [간이과세 대상 축소 + 근로장려금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6. 소비세를 인상하자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시기적절한 것인지요?
(1) 소비세 인상론자들의 주장
* 북유럽도 소비세를 인상하고 있다.
* 최근 선진 각국이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있다.
(2) 소비세 인상론 비판
* 북유럽처럼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이 높은 나라(우리나라보다 4배나 더 높은 나라)에서는 소비세 인상이 서민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적습니다. 그러나 복지가 취약한 나라가 소비세부터 올릴 경우 중세시대 조세수탈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47. 담배소비세를 인상하자는 의견과 정크푸드에 비만세를 과세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시기적절한 것인지요?
⇨ 담배와 정크푸드가 국민 건강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담배소비세 인상론과 정크푸드 과세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비세 증세론이 힘을 얻을 경우 부자증세론의 입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담배소비세를 소폭 인상한다 하더라도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의무적으로 게재하게 하는 등의 정부의 사전 노력이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담배소비세는 가장 역진성이 큰 세금).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30억 들여 10년 만에 2조 버는 비결

[대선쟁점 일문일답] <2>재벌 개혁 방안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7-27 오전 9:33:08

 
12월에 대선이 치러집니다. 경제 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주요 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는 <대선쟁점 일문일답> 시리즈를 내고 있습니다. 그 두 번째는 재벌 개혁 방안입니다.

1. 대기업이란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을 말하는 건가요?
⇨ 대기업이란 보통 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을 말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기본법은 산업별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 제조업, 건설업, 보건-복지 서비스업 등→근로자 300인 이상
* 농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금융보험업 등→근로자 200인 이상
* 교육서비스업 등→근로자 100인 이상
* 부동산업 및 임대업→근로자 50인 이상

2. 재벌로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실태는 어떤가요?
⇨ 광업-제조업의 경우 100대 기업의 출하액 비중은 2002년 39%에서 51%로 12%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이 기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매우 심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최근 경실련은 재벌들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으로 나누어서 분석했습니다. 소개해 주세요.
⇨ 경실련에 따르면 2007년과 2010년 사이 전체 상장기업 총자산 중 30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에서 55%로 급증했습니다. 매출액 비중도 60%에서 67%로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 비중도 64%에서 75%로 증가했습니다.

4. 재벌로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된 원인 중 하나로 일감몰아주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란 어떤 것인지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일감 몰아주기란 대기업 집단 내의 계열사들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어 일감을 받은 계열사가 이익을 얻고, 결과적으로는 일감을 받은 계열사의 대주주와 중소주주들이 특별한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재벌들의 편법적인 부와 경영권의 상속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뉴시스
5.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세요.
⇨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지분율을 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일가가 52%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액은 2001년 1985억 원에서 10년 후 5조 8340억 원으로 무려 29배나 증가했습니다. 단기간에 매출액이 급증한 것은 현대차 그룹이 이 회사 매출액의 89%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주었기 때문입니다.

6. 이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어느 정도를 투자했고, 또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었습니까?
⇨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이 이 회사에 출자한 것은 2001년과 2002년 각각 15억 원씩, 총 30억 원을 출자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2004년에 지분을 일부 매각해서 850억 원을 벌었고, 10년 동안 389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조 원에 달합니다. 고작 30억 원을 출자해서 2조 원에 달하는 부를 축적한 것입니다.

7. 재벌 전체로 보면 총수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었습니까?
⇨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9개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192명은 1조 3200억 원을 출자하여 9조 9600억 원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10년간의 수익률은 무려 755%였습니다.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8. 지난해 말 국회가 상속세및증여세법을 개정해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추가로 징수되는 세금은 어느 정도입니까?
⇨ 일부 개벌개혁론자들은 500억 원 미만이라 하고 민주통합당은 5대 그룹에 대한 추가 징수액이 55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합니다.

9. 법 개정을 통해 추가로 징수되는 세금이 왜 이렇게 적은 겁니까?
⇨ 그 이유는 현행법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주식가치 상승분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세후 영업이익을 과세표준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 경우에도 과세표준을 결정하는데 30% 공제를 하고, 또 지분율 3% 이상의 대주주에 대해서만 징수하기 때문입니다.


10.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 계열사가 순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1987년 경제력 집중 억제 대책의 하나로 처음 시행된 이래 규제완화, 폐지, 부활, 다시 규제완화 등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2009년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11. 이 제도가 왜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겁니까?
⇨ 규제 대상인 재벌의 저항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재벌들의 줄기찬 요구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폐지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출총제가 폐지되자마자 13대 재벌들의 계열사 출자규모가 2년 만에 2.6배나 급증(14조 원→37조 원)하여 결국 정부는 2001년 이 제도를 부활시켜야만 했습니다.

12. 지난 10년간에도 출총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지요?
⇨ 2001년 출총제가 부활하자 재벌들은 또다시 규제완화 요구에 나섰고, 결국 2002년, 2004년, 2007년 여러 차례 규제완화를 해서 유명무실화되었다가, 2009년 공식적으로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 4년간 15대 재벌의 전체 계열사 수는 65%(472개사→778개사)나 급증했습니다.

13. 2009년 출총제가 폐지되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투자 사이에는 어떤 관련성이 있습니까?
⇨ 재벌들은 줄기차게 출총제가 투자를 억제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경련이 발표한 대기업 투자 변화추이를 보면 출총제가 투자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출총제가 부활한 2001년 이후 전경련 통계를 보면 2003, 2004년 전체기업의 투자가 연평균 3~4% 감소할 때 600대 기업의 투자는 연평균 12~19%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4년 말 출총제가 완화되자 600대 기업의 투자 증가율이 낮아졌습니다. 2005년에는 13%로 낮아졌고, 2006년에는 10%, 2007년에는 3%로 낮아졌습니다.

14. 최근 경제개혁연구소는 야당이 내놓은 출총제 부활방안에 빈틈이 많아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빈틈이라면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 야당이 내놓은 출총제 부활방안은 계열사 순자산의 30% 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우 현재 출자비율이 8.4%여서 30%로 규제해 보아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대차그룹도 현재 출자비율이 14.5%여서 30%로 규제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개 그룹 중에서 12개 그룹이 야당의 출총제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15. 재벌로 과도하게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출총제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면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완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경제력 집중을 막는 수단으로서 출총제에 빈틈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 순환출자 금지나, ▲ 독일식 기업집단법의 도입, ▲ 이중대표소송제의 도입 등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16. 순환출자의 개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A, B, C라는 세 기업이 있다고 할 때 A가 B에게 출자하고, B가 C에게 출자하고, 다시 C가 A에게 출자해서 다람쥐 쳇바퀴와 같은 출자행태를 보이는 것이 순환출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기업 A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B와 C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A가 B에게 100억 출자하고, B가 C에게 100억 출자하고, 다시 C가 A에게 100억 출자하면 결과적으로 A는 고스란히 100억을 회수하기 때문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게 되는데 여하튼 그가 B와 C에게는 출자를 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17.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를 금지하면서 순환출자는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양자 간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상호출자란 A, B라는 두 기업이 있다고 할 때 A가 B에게 출자하고, B가 A에게 다시 출자하는 것입니다. 이때도 극단적인 경우 기업 A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B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기업이 이런 식으로 가공자본을 형성하면 상호출자가 되는 것이고, 세 기업 이상이면 순환출자가 되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는 규제하면서 순환출자는 허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심각한 입법적 공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18. 상법에서는 상호출자 금지기준을 완화하는 추세인데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이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2001년 전 세계적으로 IT거품이 붕괴하고 코스닥 지수가 1/4토막 나면서 중소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투자 촉진 차원에서 상법의 상호출자 금지기준이 완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대기업들은 당시 중소벤처기업들과는 처지가 전혀 다릅니다. 순환출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공자본을 만들면서 계열사를 확장하고 급기야는 빵집, 자전거 가게, 라면, 순댓집에까지 침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재벌들의 이런 문어발식 확장이 순환출자 규제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19. 순환출자는 외국에도 그 사례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 일본, 독일, 캐나다 일부 기업에서 발견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1945년 패전 직후 재벌이 해체되었고, 또 우리와 달리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잘되어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도 1930년대와 1940년대 나치체제에서는 기업 간 상호소유로 엮인 콘체른의 비중이 컸지만, 1945년 패전 후 콘체른이 해체되고 독점 방지법 등이 제정되었으며 이원적 기업지배구조가 발달해서, 일부 잔존하는 순환출자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안전장치들이 부재하거나 부실하기 때문에 재벌들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 독일의 이원적 기업지배구조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겁니까?
⇨ 독일에서는 대기업들이 이원적 기업지배구조를 갖도록 법률로 강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원적 기업지배구조란 의원내각제식 기업지배구조라 이해하면 됩니다. 즉, 대기업에 이사회와 별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감사회가 있어서 이사의 임명권과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데, 감사회는 주로 주주 대표와 종업원 대표들로 구성됩니다. 이런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가 가공자본을 형성하려 할 경우 종업원 대표나 주주대표들이 반대를 하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없습니다.

21. 미국에서는 순환출자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습니까?
⇨ 미국에서 순환출자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게 하는 다른 법과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배당에 관한 이중과세제도'입니다. 배당을 받는 사람의 지분율이 80% 이상이면 배당에 대한 세율은 35%입니다. 반면 배당을 받는 사람의 지분율이 20% 이하면 세율 35%의 배당세금을 납부하고, 기업도 추가로 10.5%의 배당세금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적은 돈으로 가공자본을 형성하려는 사람들에게 중과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들이 순환출자를 할 엄두를 못 냅니다.

22. 순환출자는 서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 순환출자는 재벌들로 하여금 적은 돈으로 엄청난 가공자본을 형성하게 하여 종국에는 빵집에까지 침투하게 합니다. 즉 공정거래법이 순환출자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벌들이 무차별적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지속적으로 서민경제 영역에 침투하여 동반성장을 저해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재벌이 지속적으로 서민경제 영역을 잠식할 경우 성장과 복지를 모두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23. 출총제 보완대책으로 기업집단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기업집단법의 개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우리나라 경제법은 기업집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개별 기업만을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재벌들은 자신의 이익을 주장할 때는 기업집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때는 개별 기업 차원으로 도피해 버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집단을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법적) '실체'로 인정하고 실질적 의사결정자(총수)와 참모조직(비서실), 그리고 각 계열사 이사회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여, 기업집단이 강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 독일식 기업집단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24. 출총제의 보완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란 또 어떤 겁니까?
⇨ 자회사의 부정행위가 드러났는데도 모회사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때 모회사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직접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이중대표소송제도라 합니다. 현행 상법에서는 비상장 자회사가 위법한 행위를 했어도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건전한 기업경영유도하고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재벌개혁론자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와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이 12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짚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김덕련)

25.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요?
⇨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999년과 2009년 사이 30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는 214만 개에서 165만개로 49만개 감소했습니다. 반면 5~299인 중소기업 일자리는 828만 개에서 1175만개로 347만개 늘어났습니다.

26. 2009년과 2011년 사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과 2011년 사이 전체 일자리는 2351만개에서 2424만개로 2년간 73만개 늘었습니다. 이 중 4인 이하 소기업 일자리는 954만개에서 959만개로 5만개 늘었고, 5~299인 중소기업 일자리는 1199만개에서 1266만개로 67만개 늘었으며, 30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는 198만개에서 199만개로 1만개 늘었습니다.

27.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차이가 나나요?
⇨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인당 생산성(=1인당 부가가치)은 1990년 100대 50에서 2009년 100대 31로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인당 급여도 1990년 100대 66에서 2009년 100대 54로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28.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1)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요지부동 납품단가
(2) 실효성 낮은 중소기업 보호장치
(3) 과도한 수출만능주의
(4) 과도하게 급진적인 개방
(5) 고용 없는 성장 지속
(6) 중소기업 설비투자·인력자원개발 여력 소진
(7) 경제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복지수준
(8) 경쟁력 없는 대학교육

29.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연동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납품단가연동제의 개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납품단가연동제란 원-부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 변경사유가 발생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원-부자재 가격 변동비율만큼 변경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중소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이 5% 이상 증감했을 경우, 납품단가도 이 비율만큼 올리거나 내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0.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연동제를 주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08년과 2010년 사이 원자재 가격은 30.1%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는 8.1%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부품·소재 생산원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가 이에 연동하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의 이익이 크게 줄거나 손실이 늘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연동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1. 중소기업들은 또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협상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게 배경은 무엇입니까?
⇨ 중소기업들은 거래단절과 보복 때문에 대기업에게 납품단가 조정협의를 하는 것은 물론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납품단가 조정신청을 하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개별 중소기업으로부터 대기업과 단가조정 및 협상을 할 권한을 위임 받아 조정협의를 대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입법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32.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2006년까지 시행되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양자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1)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하에서는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었으나, 적합업종제도 하에서는 위반시 처벌 조항이 아예 없습니다.
(2) 고유업종제도 하에서는 규제대상에 중견기업도 포함시켰으나, 적합업종제도 하에서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국한했습니다.
(3) 고유업종제도 하에서는 정부가 보호업종을 선정했지만 적합업종제도 하에서는 민간(동반성장위원회)이 보호업종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33.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대기업 방패로 전락했다고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 현재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반드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가 가능합니다. 이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라 합니다. 이 제도로 인해 중소기업은 아무리 억울한 피해를 겪어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스스로 가해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없고, 또 검찰이 스스로 범법행위를 찾아내도 기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혁론자들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4.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이 제도의 필요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대기업이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위반하여 중소기업에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보다 더 많은 과징금과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제도의 적용 영역이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최근 수십 년 사이에 현저한 증가 경향을 보여 현재는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징벌적 손해배상을 널리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미국에서처럼 '3배 손해배상'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35. 지나친 수출중시정책이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중시정책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 비율을 수출의존도라 합니다. 199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존도는 100개국 중에서 40위(90)~46위(95) 수준이었고, 2000년대 초중반에는 35위(00)~36위(05)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2009년 수출의존도 순위는 100개국 중에서 19위가 되었고 2010년에는 18위가 되었습니다.

36. 수출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나라와 유난히 낮은 나라들은 어디이고, 또 이런 나라들 경제에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 2010년 홍콩과 싱가포르의 수출의존도가 각각 174%, 158%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나라가 선진국이지만 소득불평등지수는 중남미 수준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인구가 적은 나라의 경우 내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수출중시정책을 펴는데 이로 인해 내수희생과 서민희생이 수반됩니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내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내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미국 수출의존도 8.7%, 100개국 중 89위 / 일본 수출의존도 14.1%, 100개국 중 80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가 25번째로 많은 나라이므로 지나치게 수출만을 중시할 경우 내수희생, 중소기업희생, 서민희생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37.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방은 중소기업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1990년대의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고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 도소매업 경제성장기여율은 1980년대에 연평균 9.2%, 1990년대 전반기에 6.9%, 2000년대 8년간에는 3.7%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에서 도소매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8.5%에서 2007년 15.7%로 내려앉았습니다. 1990년대의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이 경제성장과 고용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38.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진출로 지역사회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합니다. 누구 말이 맞나요?
⇨ 2010년의 경우 대형마트 매출액은 전통시장 매출액보다 1.3~1.4배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자리는 대형마트가 6만개, 전통시장이 36만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1개 더 생기면 100~15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나, 전통시장 상인 1000명의 매출이 대형마트로 이전되어 1000명 중 1/3 이상이 폐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나머지 상인들도 심각한 매출액 감소를 경험합니다.

39. 재벌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여 경제효율성을 해치고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 경제효율성을 해치고 경제성장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소비선택권을 지나치게 보호해서 경제가 망가진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근의 남유럽입니다. 관세나 환율 같은 수입억제장치는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의 소비선택권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남유럽의 경우 통화통합 등으로 환율이라는 수입억제장치가 사라진 결과 소비선택권은 최대한 보장받았으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어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도래했습니다.

40. 대형마트와 SSM 확산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 대형마트와 SSM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1) 지역상품 구매량 확대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점. (2) 지역소득 향상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점. (3)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점. 대형유통업체들의 소재지 지역상품 구매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반면 전통상인들의 소재지 지역상품 구매율은 이들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대형유통업체들이 벌어들인 소득 중 상당부분은 본사로 올라가고 대주주 수중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전통시장 소득의 대부분은 소재지에 남고, 이곳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합니다. 아울러 대형유통업체들 1개가 지역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는 100~150개입니다. 그러나 같은 매출에 전통시장은 1000여개의 일자리를 유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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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8-03 오후 3:26:59

 
12월 대선까지 4~5개월 남았습니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는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주요 대선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는 <대선쟁점 일문일답> 시리즈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회는 '민자사업'에 관한 것입니다. 민자사업을 다룬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하반기에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또 일부 학자들이 국민연금을 활용한 민자사업 대체론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민자사업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을까요? 이 자료가 민자사업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1. 최근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논란을 계기로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민자사업은 어떤 사업을 지칭하는 것입니까?
⇨ 민자사업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재정으로 추진하던 도로, 철도, 학교, 하수시설 등 기반시설을 민간자금으로 건설하여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자사업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이듬해인 1995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2. 전통적으로 정부의 재정으로 추진하던 사회기반시설 확충사업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무엇인가요?
⇨ 정부의 재정을 보완하고,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활용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명분입니다.

3. 명분은 그럴듯한데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비등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 국민들이 볼 때, 민간투자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4. 민간투자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나요?
⇨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민자사업들의 협약수익률 내역을 보면 국민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의 경우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7.8%(경상수익률 : 물가상승률을 공제하지 않은 상태의 수익률)였습니다. 그러나 민자사업에 대한 협약수익률은 실질수익률(물가상승률을 공제한 수익률) 기준으로 9.4~9.7%, 경상수익률 기준으로 11.7~12.0%였습니다. 후자가 전자보다 4%포인트 높았습니다.

* 인천공항고속도로(2000년 12월 협약) : 실질수익률 9.7%(경상수익률 12%)
* 대구부산고속도로(2000년 12월 협약) : 실질수익률 9.4%(경상수익률 11.7%)
* 일산퇴계원고속도로(2000년 12월 협약) : 실질수익률 9.5%(경상수익률 11.8%)



5. 노무현 정부 때는 어떠했나요?
⇨ 2003년의 경우 협약수익률(실질 8.5%, 경상 12%)이 국고채 수익률(경상 5.1%)보다 6.9%포인트 높았고, 2004년에도 전자가 후자보다 6.9%포인트 높았으며, 2005년에는 전자가 후자보다 4.8~5.2%포인트 높았습니다.

* 인천대교(2003년 6월 협약) : 실질수익률 8.5%(경상수익률 12%)
* 서울춘천고속도로(2004년 3월 협약) : 실질수익률 8%(경상수익률 11.6%)
* 용인서울고속도로(2005년 1월 협약) : 실질수익률 7%(경상수익률 9.8%)
* 서수원평택고속도로(2005년 1월 협약) : 실질수익률 7.4%(경상수익률 10.2%)

6. 2006년 이후에는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사실인가요?
⇨ 2006년 부산울산고속도로의 경우 국고채 수익률은 5.2%였는데 협약수익률은 6.4%로 격차가 크게 줄었습니다. 2007년에는 전자가 5.4%, 후자가 7.9~8.9%로 그 격차가 줄었습니다. 2008년에는 전자가 5.6%, 후자가 9.7%였습니다.

* 부산울산고속도로(2006년 5월 협약) : 실질수익률 4.2%(경상수익률 6.4%)
* 평택시흥고속도로(2007년 7월 협약) : 실질수익률 6.1%(경상수익률 8.6%)
* 인천김포고속도로(2007년 7월 협약) : 실질수익률 5.7%(경상수익률 7.9%)
* 안양성남고속도로(2007년 7월 협약) : 실질수익률 6.4%(경상수익률 8.9%)
* 광주원주고속도로(2008년 5월 협약) : 실질수익률 5.0%(경상수익률 9.7%)

7. 2000년대 전반기를 보면 국고채 수익률과 협약수익률 사이에 격차가 최대 6.9%포인트까지 나타났으나, 하반기에는 1.2~4.1%포인트로 줄어듭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 2000년대 전반기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부실한 협약을 남발했기 때문이고, 하반기에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협약에 약간의 신중을 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 5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맥쿼리인프라 사무소 앞에서 열린 '서민 주머니 털기 선수 맥쿼리 특혜의혹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국 14개 민자사업에 투자한 맥쿼리한국인프라에 대한 특혜 의혹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8. 민자사업 협약수익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비판에 대해 민자사업 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 대표적인 민자사업 투자자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 이하 '맥쿼리인프라'로 약칭)인데요. 이 회사는 민자사업 협약수익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비판에 대해 인프라 투자는 회수 기간이 수십 년에 이를 정도로 길어서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수익률을 내지 않으면 금융자본으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고채 수익률과 협약수익률 사이의 격차가 최소 1.2%포인트에서 최대 6.9%포인트까지 들쭉날쭉 나타나는 걸 보면, 이런 항변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9. 떠오르는 의문은 민간투자자에게 폭리를 안기면서까지 도로확충이 그렇게 절실하게 필요했느냐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2004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고서에서 조만간 우리나라 도로SOC 충족률이 국제추세선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 경고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 KDI는 2004년 <재정지출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174개국의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제추세선과 비교한 우리나라 도로SOC총족율은 2003년 기준으로 기대치(100)의 84%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하고, 향후 도로부문 투자예산이 당시와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도로SOC 충족률은 국제추세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들의 전망추계에 따르면 향후 도로투자예산이 2003년 수준(GDP 대비 1.3%)을 계속 유지할 경우 10년 후에는 기대치 수준의 12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10. 당시 정부는 이 보고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나요?
⇨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볼 때 당시 정부는 이 보고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 몇 년간 중앙정부의 SOC 예산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토건족 관료들은 민자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SOC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후세대에게 많은 부담을 안기는 민자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11. 대표적인 민자사업 투자자인 맥쿼리인프라의 대주주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 맥쿼리인프라 대주주들의 지분율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인공제회가 11.8%, 신한금융그룹이 11.2%, 대한생명이 7.7%, 맥쿼리그룹이 3.8%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12. 맥쿼리 그룹의 지분율이 의외로 작습니다.
⇨ 맥쿼리 인프라 문제의 본질은 외국 자본 맥쿼리그룹만의 폭리 문제가 아니라, 맥쿼리 인프라의 대주주인 국내외 금융자본의 문제입니다. 대주주인 국내외 금융자본이 한통속이 되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맥쿼리 자체 자금은 펀드 설립자본금으로 투자된 부분으로 3.8%가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증가된 부분이 없습니다.



13. 이들이 맥쿼리인프라를 설립한 계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 이들이 올해 5월 내놓은 회사소개서를 보면 이 회사를 설립한 계기가 2000년과 2003년 사이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14. '매력적인 투자기회'란 어떤 것을 지칭합니까?
⇨ 이들은 회사소개서에서 간략하게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제정으로 "민간투자에 대한 정부지원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라고만 적어 놓았습니다.



15.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자유치촉진법>은 1994년 8월에 제정되었는데 이들이 2002년 12월에 와서야 회사를 설립한 까닭이 무엇인가요?
⇨ 도입 초기에는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그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는 초기 민자사업이 지지부진하자 1998년 12월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자유치촉진법>을 전면 개편하여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을 제정하고 민자사업 투자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 이들의 투자확대를 유도했습니다.



16. 정부는 어떤 방식의 '파격적인 혜택'을 주었습니까?
⇨ 1999년부터 도입된 혜택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입니다. 이것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실시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 또는 지자체가 수익의 일정부분을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17. 맥쿼리인프라는 지금 어느 정도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받고 있나요?
⇨ 맥쿼리인프라가 누리고 있는 통행료수입 보장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2011년 말 기준)

* 백양터널(부산), 수정산터널(부산) : 90%
* 광주제2순환도로 : 85~90%
* 서울지하철9호선 : 70~90%(5년마다 변동)
* 천안논산고속도로 : 82%
*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 80%
* 서울춘천고속도로 : 60~80%(5년마다 변동)
* 대구제4차순환도로 : 79.8%
* 우면산터널(서울) : 79%
* 용인서울고속도로 : 70%




18.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 중 70~90%에 미달한 경우 미달액만큼을 보전해 주는 것인데 어떤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나요?
⇨ 이 제도의 독소는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이라는 구절에 들어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권력자들이 민간투자사업 확대를 독려하고 중하위 공직자들이 실적경쟁에 내몰릴 경우 수요예측은 뻥튀기되기 일쑤였고 이에 따라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도 뻥튀기되었으며, 그 결과 MRG가 민간투자자에게 폭리를 안기는 예산낭비의 주범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19. 수요예측이 뻥튀기되고 이에 따라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도 뻥튀기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04년 10월에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는 수요예측이 얼마나 황당한 수준으로 뻥튀기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수익보장의 근거가 되는 협약교통량은 1일 13만 3438대였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조사된 실제교통량은 5만 5323대에 불과했습니다(2.4배 뻥튀기). 천안논산고속도로의 경우도 협약교통량은 1일 4만 6423대였지만, 실제교통량은 2만 1859대에 불과했습니다(2.1배 뻥튀기).



20. 지자체의 경우는 어떠했나요?
⇨ 감사원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우면산터널의 경우 수익보장의 근거가 되는 협약교통량은 1일 5만 1745대였습니다. 그러나 실제교통량은 1만 1218대에 불과했습니다(4.6배 뻥튀기). 광주제2순환도로의 경우도 협약교통량은 1일 5만 5487대였지만, 실제교통량은 3만 4916대에 불과했습니다(1.6배 뻥튀기).



21. 교통수요예측 뻥튀기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 감사원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수요예측 뻥튀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민자도로의 비싼 통행료로 인해 수요가 감소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확정되지도 않은 주변지역 개발계획이나 연계도로 확충계획이 모두 조기에 준공된 것으로 가정하고 수요예측을 합니다. 셋째,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진 사회경제지표를 이용합니다(인구, 고용인구, 자동차대수 등이 급증할 것이라 가정).



22.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의 문제점이 속출하자 정부는 2006년과 2009년에 걸쳐 이 제도를 폐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RG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MRG가 폐지되었다 해도 그것은 신규 민자사업에 대해 MRG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이전에 협약을 맺은 사업의 MRG는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맥쿼리인프라의 각종 민자사업에 대한 MRG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 2004년 1월 6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면산터널 개통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23.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우면산터널(서울)은 민자사업의 어두운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면산터널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 우면산터널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과 우면동 선암삼거리 사이에 있는 연장 2.96km의 터널입니다. 이 터널은 2003년 12월 31일 완공되었으며, 소유권은 법률과 실시협약에 따라 2004년 1월 6일자로 서울시로 귀속되었습니다. 관리운영권은 협약에 따라 2004년 1월 6일부터 2034년 1월 6일까지 30년간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가 행사합니다.



24.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의 대주주는 어떤 사람들(혹은 법인들)입니까?
⇨ 지난해 말 기준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의 지분율을 보면, 맥쿼리인프라가 36%, SH공사가 25%, 재향군인회가 24%, 교직원공제회가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25. 우면산인프라의 경영행태를 파악하려면 연도별 재무제표를 꼼꼼히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2006년부터 이 회사 재무제표에 나타난 특이동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2006년 이 회사 당기순이익은 139억 원이었습니다. 통행료 수입 등으로 17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고, 2004년 납부한 부가가치세 중 일부인 37억 원을 환급받았으며, 서울시와의 실시협약에 따라 154억 원에 달하는 2004년도분 보조금을 지급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73억 원의 장기차입금 이자비용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기순이익은 139억 원에 그쳤습니다.



26. 그러나 2007년 이 회사 당기순이익은 52억 원으로 급감하게 됩니다. 주요 요인은 무엇입니까?
⇨ 통행료 수입이 늘어 25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MRG 실시협약 변경(90%→85%)에 따라 154억 원에 달했던 보조금이 92억 원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71억 원의 장기차입금 이자비용이 차감되자, 2007년 당기순이익이 52억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27. 2008년 당기순이익은 33억 원으로 감소하는데요. 주요 요인은 무엇입니까?
⇨ 통행료 수입은 늘었지만 통행료 수입과 반대로 움직이는 서울시 보조금이 81억 원으로 줄어든 대신, 물가인상으로 영업비용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76억 원의 이자부담은 여전했습니다.



28. 2009년에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상당히 특이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자비용이 갑자기 76억 원에서 118억 원으로 42억 원이나 늘어났는데요,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난 겁니까?
⇨ 대주주들이 이 회사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자율 20%에 달하는 후순위채로 돈을 빌려주었기 때문입니다(당시 선순위채 이자율은 4.74~7.65%). 대주주들이 회사를 살리는 길을 모색하기보다 '빨대'를 꽂아 회사를 죽이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29. 대주주들이 '빨대'를 꽂아 회사를 죽이는 길을 선택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 순이익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고, 또 최소수입보장제도(MRG)의 특성상 서울시 보조금이 통행료 수입과 정반대로 움직여 이 부분에서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만든 회사에 '빨대'를 꽂는 말도 안 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30. 이들이 회사를 살리지 않고 거꾸로 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요금 인상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하면서 정부나 지자체에 요금인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우면산터널 통행료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31. 회사의 재무상태를 나쁘게 만들어 놓으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의 경우 맥쿼리인프라(지분율 36%), SH공사(25%), 재향군인회(24%), 교직원공제회(15%)라는 4대 대주주가 100% 지분율을 가지고, 그들 스스로 회사를 망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액주주는 없습니다. 이들 대주주들은 회사를 망치는 대신 별다른 이유도 없이 회사에 이자율 20%에 달하는 후순위채로 돈을 빌려주어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32. 맥쿼리인프라는 이와 같은 재무구조 변경에 대해 서울시가 승인을 해주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 맥쿼리인프라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재임기인 2005년 3월 협약변경을 통해 우면산터널 MRG 비율을 90%에서 85%로 낮추는 대신 대주주들의 후순위대출 제안을 승인했다고 합니다. 서울시의회 강희용 의원보도자료에 비추어보면 맥쿼리인프라의 이런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의 재무구조에 나타난 이런 어이없는 사태는 서울시와 대주주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33. 국제적으로 민간투자사업이 크게 늘어난 시기는 언제입니까?
⇨ 1990년대 이후로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이 전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입니다. 1995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관료들도 레이거노믹스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무분별하게 민간투자사업을 확장합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근본적으로 민자에 의존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34. 민자에 의존할 수 없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한계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 민간투자사업은 민간투자자들로 하여금 SOC에 투자하는 대신, 이용자들로부터 사용료를 받으라는 것인데, 이런 시도 자체는 SOC 투자의 성격을 몰이해한 것으로 태생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SOC 사업은 대부분 외부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민간투자자들이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수익보전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35. SOC 사업의 외부효과란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 건설사로부터 신축 토목물을 사들인 정부나 지자체들의 건설투자로 인한 편익이 건설업 부가가치로 잡히지 않고, 토건물을 무상으로 혹은 비용 중 일부를 내고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편익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사회기반시설을 민간투자자에게 맡길 경우 투자자들은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수익보전을 하고자 하는 유혹에 노출됩니다.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 대주주들의 황당한 일탈행위는 이런 편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36.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 민간투자사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두 가지 대안검토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여 인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협약을 변경해서 정부나 지자체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



37.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민간투자자와의 '협약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세요.
⇨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구시와 흥국금융그룹입니다. 이들은 최근 4차순환도로 운영에 대한 보장수익률을 기존의 12.78%에서 6%로 낮추기로 협약을 변경했습니다. 수익보전 방식도 과거의 최소운영수익보전방식에서 금융기관 상환금을 포함한 비용보전방식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또 수익보장의 근거가 되는 기준교통량도 협약교통량(1일 7만 8500대)에서 실제교통량(1일 2만 1400대)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대구시는 이와 같은 협약변경을 통해 향후 재정지원금이 4498억 원에서 2488억 원으로 45%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8. 그러나 협약 변경만으로는 민간투자사업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 최근 상당수 민자사업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들로 하여금 대주주들에게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발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익보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협약 변경만으로 말끔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민간투자사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여 인수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39. 최근 일부 학자들이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주장인가요?
⇨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최근 국고채 수익률은 4%대입니다.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은 연평균 6~7% 이상입니다.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에도 국민연금을 활용하느니 국채를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국채 활용을 꺼리는 이유는 그것이 명시적으로 국가채무로 표시된다는 것인데, 그것을 두려워하여 국민연금 채무부터 늘리자고 하는 것은 꼼수에 불과합니다. 또 국채는 현세대와 후세대가 나누어 갚지만 국민연금 채무는 대부분 후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후자가 훨씬 더 질적으로 나쁜 것입니다.



40. 마지막 질문입니다. 민자사업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민자사업은 세대 간, 지역 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첫째, 국가재정을 투입한 SOC사업은 현세대가 전액 부담하지만, 민자사업은 그 부담을 후세대에게 미루는 것입니다. 이런 사업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착취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대개 SOC사업은 부유한 지역으로부터 소외된 지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유한 지역은 일찍 개발되었다는 이유로 국가재정으로 사회기반시설을 제공받고, 소외지역은 개발이 늦었다는 이유로 민자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을 제공받을 경우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더 심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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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8-13 오후 2:21:54

 
1. 팔당호와 낙동강에 녹조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녹조라는 게 뭡니까?
⇨ 환경부에 따르면, 녹조현상이란 "하천과 호소 등에서 수온이 상승하고 물의 흐름이 완만해지면서 수중의 식물성 플랑크톤(녹조 또는 남조류)이 대량으로 증식하여 수체가 녹색 또는 남색을 띄는 현상"을 말합니다.

2. 녹조가 나타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 환경부가 내놓은 <'08 조류예보제 시행계획>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녹조가 나타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첫째, 질소·인 등 영양염류의 유입, 둘째, 적정수온(25~30도), 햇빛 등 기상조건, 셋째, 호소의 체류기간(30일 이상 체류호소에서 주로 발생)이 그것입니다.

3. 최근 녹조가 급증한 원인에 대해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요?
⇨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 유속이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아니라 폭염과 가뭄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4.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환경단체들은 최근 녹조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 수온, 일조량, 영양염류, 물의 체류시간 등을 지적합니다. 반면 정부는 이번 녹조현상이 물의 체류시간과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양자의 주요 쟁점은 이번 녹조현상이 체류시간과 유관하냐, 무관하냐인데, 체류시간과 무관하다는 환경부 주장은 자신들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背馳)되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습니다.

5. 환경부 주장이 그들의 기존 입장과 배치(背馳)된다는 증거가 있나요?
⇨ 꽤 많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환경부 문건 <'08 조류예보제 시행계획>에 따르면, 녹조현상은 하천과 호소의 "물의 흐름이 완만해지면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또 같은 문건에서 환경부는 녹조가 "30일 이상 체류호소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썼습니다.

6. 녹조가 주로 체류호소에서 발생한다는 증거가 있나요?
⇨ 환경부 문건 <'08 조류예보제 시행계획>에 따르면, 2008년 조류예보가 발령된 호소는 19개였고, 하천은 한강 하류 10개 지점이었습니다. "물의 흐름이 완만"해지는 지역에서 녹조가 나타난다는 환경부의 기존 주장을 스스로 확인한 것입니다.

7. 지난 10년간 조류예보가 가장 빈번하게 발령된 지역은 어느 지역입니까?
⇨ 대청호(대전광역시 인근)에서 가장 많이 발령되었습니다. 조류예보에는 주의보와 경보, 그리고 대발생이 있는데,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대발생 예보를 받은 지역은 대청호가 유일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경보는 7회 발령되었는데, 그중 4회가 대청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대청호는 주의보도 10회나 발령받았습니다.

8. 대청호에서 조류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 국립환경과학원은 2008년에 내놓은 보고서(<2008년도 조류예보제 시행결과보고서>)에서, 대청호의 체류기간이 유난히 길고 대도시 인근이라 영양염류 유입량이 많다는 것을 조류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9. 팔당호는 어떤가요?
⇨ 대청호 다음으로 조류예보를 많이 발령받은 지역이 팔당호입니다.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11년간 7회의 주의보 발령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횟수입니다.

10. 환경부도 과거에 보를 철거해야 수질이 개선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환경부는 2007년에 내놓은 <생태하천만들기 10년 계획>(2006~2015)에서 "현재 전국의 1만8000여 개 보 중에서 매년 50~150개가 폐기되고 있으나 하천에 방치되어 하천생태계 훼손이 심하다"고 진단하고, "용도폐기된 보를 철거하면 생태통로 확보, 수위저감, 수질오염 저감 등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11. 국책연구소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과거에 이와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08년 환경부에 제출한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및 수질개선효과>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보 철거로 수질이 매우 좋아졌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시 곡릉천 곡릉2보의 경우 보 철거 전 3.4~6.1ppm이었던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철거한 지 1년 후 1.6~2.1ppm으로 크게 개선되었고, 한탄강 고탄보의 경우도 보 철거 전 3.6~4.0ppm이었던 BOD가 철거한 지 5개월 후 1.3~1.8ppm으로 개선되었습니다.

12. 울산발전연구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고 합니다.
⇨ 울산발전연구원도 2008년 <태화강 방사보 철거 후 생태·수질환경 영향조사>라는 보고서에서 태화강 보 철거가 태화강의 수질과 생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태화강 태화교의 BOD는 2003년 3.4ppm, 2004년 5.1ppm, 2005년 4.0ppm, 2006년 3.7ppm, 2007년 2.0ppm 등으로 보 철거(2006년) 이후 점차 개선되었으며 그 변동성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2009년 보와 준설사업은 환경 피해가 크므로 그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 당시 <조선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KEI는 "보가 하천 생태계를 단절하고 (하천의) 자연성을 훼손하는 데다, 퇴적물에 의한 수질악화 등, 이득보다는 환경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 "보 설치지역과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14. 정부는 백두산 천지와 소양호를 예로 들면서 물을 가두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반대파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습니다.
⇨ 수질이 좋은 물을 가두면 수질은 장기간 쉽게 악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질이 나쁜 물을 가두면 수질은 단기간에도 급속도로 악화됩니다. 소양호 수질이 쉽게 나빠지지 않은 반면, 시화호 수질이 쉽게 나빠지는 이유입니다. 4대강 보들은 인위적으로 가둘 필요가 없는 물을 중하류에 가두었기 때문에, 과거 시화호와 유사한 운명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낙동강 녹조. ⓒ프레시안(허환주)

15. 4대강 사업에 대한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사업이 홍수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홍수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지방의 군소하천이지 4대강 등 국가하천이 아닙니다. 한국방재협회가 2008년에 내놓은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하천 관련 피해액 중 국가하천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작 3.6%에 불과했습니다. 국토부가 같은 해 발표한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에서도 하천재해예방사업 투자우선지역에 투자되는 사업비 중 국가하천에 투입되는 사업비 비중은 고작 1.2%에 불과했습니다. 하천재해예방사업이 국가하천이 아니라 지방하천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명백하게 나타내 주는 자료들입니다.

16.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연간 4조 원의 재해복구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소방방재청이 내놓은 '재해연보'에 따르면 2000년대 10년간 연평균 재해복구비는 3조2580억 원(이하 2010년 환산가격)이었습니다. 2000년대 전반기에, 1980년대 이후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태풍이 두 차례나 전국을 휩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4년간 재해복구비는 연평균 5555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추세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4대강 사업으로 연간 4조 원의 재해복구비가 절약될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17. 정부는 4대강 중하류에 준설을 해서 지방하천과 지류의 물이 빨리 빠지도록 해야 홍수피해가 줄어든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류로 드러난 구시대적인 생각입니다. 과거 독일정부가 MB정부와 유사한 생각으로 라인강을 직선화해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적이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라인강이 범람을 키운다고 보고 그것을 직선화하자 하류에서 더 큰 범람이 일어난 겁니다. 감사원도 적절히 지적했다시피 홍수부담은 상류, 중류, 하류와 지천이 각각의 능력에 맞게 적절하게 분담해야 하는 겁니다. 과거 독일정부와 현재의 MB정부처럼 지류의 물을 인위적으로 빨리 빼내려 하면 본류에서 더 큰 범람이 일어납니다.

18. 그래도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투입했으니, 홍수예방효과가 약간이라도 있지 않을까요?
⇨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홍수예방효과가 약간이나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4대강 사업의 기회비용이란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혈세를 4대강에 투입함으로써 그 돈을 전국 지방하천이나 지류에 투입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포기한 데 따른 비용입니다.

19. 예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 예를 들어 1조 원을 4대강에 투입하면 매년 100억 원의 홍수피해 예방효과가 있고, 1조 원을 지방하천이나 지류에 투입하면 매년 500억 원의 홍수피해 예방효과가 있다고 가정할 때, 4대강 사업은 100억 원의 편익을 얻고 500억 원의 기회비용을 지불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연간 40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사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앞으로도 해마다 추가적인 준설이 필요하고 교각 보강공사 등 추가비용이 필요하며, 또 역행침식에 따른 추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순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20. 지방하천 문제는 지역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됩니까?
⇨ 4대강 사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국가발주사업과 지방하천 정비사업과 같은 지자체 발주사업은 그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21. 국가발주사업과 지자체 발주사업은 그 효과가 어떻게 다른가요?
⇨ 대한건설협회가 2008년에 내놓은 <건설업 통계연보>를 보면 비수도권 지역의 국가발주 공사액 중 그 시도에 소재한 건설사들이 수주한 것은 단지 25.1%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같은 해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정부 발주 공사액 중 그 시도에 소재한 건설사들이 수주한 것은 74.8%에 달했습니다.

22. 예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 예를 들어 낙동강 수계에서 몇 년에 걸쳐 10조 원의 하천공사를 한다고 할 때 국가가 4대강 사업을 하면 2조5000억 원만 낙동강 인근 지역 건설사가 수주합니다. 반면 지자체가 10조 원을 보조받아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하면 7조5000억 원을 낙동강 인근 건설사가 수주합니다. 4대강 사업과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비교해 볼 때, 전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후자의 1/3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23. 정부는 4대강 사업이 가뭄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전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최근 1~2년 사이 산간오지 등 가뭄취약지역에서 피해가 극심했지만 4대강 사업이 이 지역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은 가뭄해소라는 포장지를 활용했을 뿐, 이것을 현실화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추진목표 중 일부라도 가뭄취약지역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있었다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로부터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계획을 별도로 세웠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24. 정부는 우리나라가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요?
⇨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가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는 엉터리 신화는 과거 건설교통부가 UN 기구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가능량'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1520톤 밖에 안 돼 물부족국가로 분류되었다고 주장하면서부터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PAI는 인구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의 사설연구소일 뿐, 유엔의 기구나 지원을 받는 단체가 아닙니다.

25. PAI도 일개 학자의 분류법을 소개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 PAI가 Falkenmark 박사의 분류법을 소개하면서 이런 엉터리신화가 만들어졌는데요. Falkenmark는 빗물 중 하천으로 흘러들어 오는 양을 인구수로 나눈 값을 '물이용가능량'이라 보고, 이것이 1700톤 이상이면 물 풍요국, 1000~1700톤이면 물부족국, 1000톤 미만이면 물기근국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PAI는 위 분류방법이 Falkenmark의 분류법일 뿐, 다른 수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인류가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의 기준으로 1000톤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26.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강수량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강수량은 전 세계 138개 주요 지역 중에서 32번째로 강수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38개 지역 중 연 강수량이 1250mm 이하인 지역은 98개 지역, 그 이상인 지역은 40개 지역인데, 서울은 40개 지역에 포함됩니다.

27. 건설교통부도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라는 중요한 문건에서 스스로 물부족국가론을 부정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이라는 문건의 174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발표한 지수는 인구증가로 인한 물부족을 경고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지표라고 할 수 있으며, 수자원의 개발과 이용에 관한 일반적인 지표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류에 따라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로 분류하고, 물이 부족하므로 수자원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논리로 비약시키면서 이 지표의 유용성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28.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는 같은 문건에서 최대 가뭄년이 도래할 경우 8억 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 건교부가 2006년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은 1일 1인당 생활용수 기준수요량을 450ℓ로 설정하고 생활용수 공급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므로 우리나라에 8억 톤의 물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1일 1인당 기준수요량 450ℓ라는 수치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습니다. 세계물협회(IWA)가 2008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1일 1인당 물 사용량은 독일이 133ℓ, 영국 146ℓ, 일본 331ℓ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생활용수 기준수요량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한 결과 우리나라 물 수요가 일본에 비해 전체적으로 18억 톤 이상 과다추정되었습니다.

29. 1일 1인당 생활용수 기준수요량 450ℓ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높은 수준이기에 터무니없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 세계물협회(IWA)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1일 1인당 생활용수 사용량 평균은 244ℓ였고, 일본은 331ℓ, 우리나라는 388ℓ였습니다.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1위였고 일본은 5위였습니다(일본은 1990년대 372ℓ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내려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당시 건교부는 우리나라만큼은 그것을 453ℓ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것에 미달하기 때문에 8억 톤의 물이 부족한 나라라고 우겼습니다. OECD 회원국들 중에서 1인당 생활용수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에서 물부족국가라는 엉터리 신화가 형성된 겁니다.

30. 당시 건교부는 왜 이런 억지를 부렸을까요?
⇨ 건교부 예산을 많이 확보해서 댐을 많이 만들려고 그랬겠지요. 일부 토건족 공직자들의 치기어린 목표가 4대강사업이라는 코미디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프레시안(허환주)

31. 경제성 없는 보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의 연간 유지보수비가 1조~2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보는 해체하는 게 좋습니다. 설령 보의 유지관리비가 1년에 1000억~2000억 원에 그친다 하더라도 편익이 그에 못 미친다면 해체하는 게 좋습니다.

32. 4대강 사업에 투입된 22조 원이 아깝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sunk cost,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은 무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실수로 부실기업 주식 1억 원 어치를 샀는데 현재 가치가 2000만 원이라 합시다. 그리고 몇 달 후면 그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시다. 바보가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 주식을 매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게 바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4대강 사업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몰비용에 연연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33. 우리나라 보수언론들도 매몰비용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적이 많다고 합니다.
⇨ <매일경제>는 2010년 4월 14일 기사에서 "매몰비용은 엎질러진 물"이라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매몰비용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도 2007년 1월 31일 기사에서 "매몰비용은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때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그 대신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추가로 들어가야 할 비용만을 비교하면 된다"고 썼습니다. <조선일보>도 2010년 2월 20일 기사에서 "매몰비용의 포기를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워런 버핏(Buffet)의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인용했습니다.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삽질을 그만 멈추는 것이다."

34. 국토연구원이 보고서에서 4대강 사업 시설의 유지관리비가 6000억 원 이상이라 추정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습니다.
⇨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6125억 원은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가 아닌 국가하천 유지관리비입니다. 여기에서 국가하천이란 "국토보전상 또는 국민경제상 중요한 하천으로서 국가가 관리하는 하천"(하천법 제7조)을 말하는데, 전국 국가·지방하천(소하천 제외) 3833개소 중 4대강을 포함하여 61개소가 이에 해당합니다.

35. 정부는 4대강 사업 시설의 연간 유지관리비를 어느 정도로 추정하고 있나요?
⇨ 연간 20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4대강 시설 유지관리비가 1400억 원 정도라 강변했으나, 그 속에는 지방정부 부담분이 빠져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 볼 수 없습니다.

36. 정부와 국토연구원의 추정치가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정부와 국토연구원의 추정치에는 재퇴적과 재준설로 인한 비용이 빠져 있습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4대강 사업이 시행된 여러 지역을 조사한 결과 총준설량 대비 재퇴적량 비율이 50%가 넘는 지역이 많았으며,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그 비율은 25%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박창근 교수가 추정한 재퇴적량 전부를 다시 준설하려면 1년에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입니다.

37. 재퇴적량 비율을 10%로 잡고, 4대강 시설 유지관리비를 추정해 보면 대략 어느 정도 되나요?
⇨ 재퇴적량 비율이 10%라면 이것을 다시 준설하려면 1년에 70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추정하는 4대강 시설 유지관리비 2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고요. 정부가 지자체에 전가한 추가비용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입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4대강 시설 유지관리비는 1년에 최소한 1조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38. 정부가 지자체에 전가한 추가비용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역행침식이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충분한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 몫이 될 것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각종 수변시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정부의 기본입장은 이 시설의 유지관리비는 지자체 몫이라는 것입니다. 향후 지자체가 이런 시설들을 무용지물로 방치하면 모를까 스스로 유지관리비를 부담한다면 그 비용도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39. 선진국들은 환경을 살리기 위해 댐이나 보를 속속 철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허재영 대전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12년부터 최근까지 650개의 보와 댐을, 2007년에만 54개의 댐을 철거했습니다. 처음에는 보나 소형 댐을 철거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대형 댐을 없애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300여 개의 댐을 철거했고 대형 댐 건설 공사도 속속 중단하고 있습니다.

40. 대선주자들이 보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을까요?
⇨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지난 총선과정에서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의 대표자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에 비춰볼 때, 대선주자들이 얼마나 이 운동에 적극성을 보일지는 의문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노무현도, 이명박도 이해 못한 부동산의 비밀

[대선쟁점 일문일답]<5> 부동산정책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8-26 오후 12:25:25

 
1. 부동산정책을 보면 대선주자 능력의 70%는 알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행정학 교과서들에 따르면 좋은 인재가 갖추어야 할 2가지 능력은 '문제해결능력'과 '위기관리능력'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경착륙과 연착륙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대선주자들 중 누가 더 좋은 인재인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 부동산정책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이 정책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 첫째, 국민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국민들은 전 재산의 많은 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냉정해지지 못합니다. 둘째, 국가경제와 가계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셋째, 국민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오해와 오류가 많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3. 정부 관료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선진국의 성공과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거의 얻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 사실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지난 30년간 이웃나라 일본이 엄청난 거품을 키우고 또 그것을 붕괴시켜 큰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 중 이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4. 1980년대 일본에서 엄청나게 부동산 거품이 상승한 원인은 어디에 있었나요?
⇨ 그 시발점에는 금융규제완화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과정에서 엄청나게 부를 축적한 국제 금융자본은, 1980년대에 유가가 떨어지자 눈을 선진국으로 돌려 각국에 금융규제완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금융규제완화를 해서 금융산업을 선진화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습니다. 이들의 이런 논리는 때마침 당시 전 세계를 이데올로기로 장악한 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에 힘입어 전염병처럼 각국으로 퍼져 나갑니다.

5. 그 결과는 어떠했나요?
⇨ 미국, 일본,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 전염병에 희생되었습니다. 이들 선진국들은 1980년대에 거의 예외 없이 금융규제완화를 했고, 또 1990년을 전후하여 거의 예외 없이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과 북유럽의 피해가 컸습니다.

6. 금융규제완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키우게 되나요?
⇨ 금융규제완화가 이루어지면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들어오고, 금융감독이 느슨해지며, 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이들 간에 과열경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과열경쟁은 필연적으로 저금리현상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요 요인이 됩니다.

7. 1980년대 일본에서 저금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나요?
⇨ 일단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들어오면 저금리 기조가 형성됩니다.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축소시키면 국내 금융자본들은 그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저금리 기조가 형성되는 겁니다. 그리고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자금들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향해 달려가게 되어 있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넘치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게 됩니다.

8. 금융기관들이 국민들의 부동산투기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일본의 거품상승 과정을 보면 저금리가 일차적으로 주가를 상승시켰고, 주가상승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금융기관을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대출시장 중 상당부분을 잃은 금융기관들은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서민들의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9. 노무현 정부는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제도를 도입해서 대출이 과도하게 느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DTI 규제는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매우 좋은 제도입니다. 유럽중앙은행도 이 제도를 높이 평가하고, 각국이 이것을 벤치마킹하도록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10. 노무현 정부는 이런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왜 부동산 가격을 제때 잡지 못했을까요?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한 '사대주의적 성향' 때문일 것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금융규제 강화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선진국들보다 과하면 안 된다고 경제관료들이 몇 마디 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11.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융규제 강화론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요?
⇨ 보유세만 강화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보유세 만능론이 만연했습니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큰 불행이었습니다. 자산시장의 생리를 잘 아는 경제통 측근이 한두 명이라도 있었다면, 8.31대책이 시행된 지 3~4개월이 지나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바로 추가대책을 내놓았을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12. 8.31대책은 왜 효과가 적었나요?
⇨ 자산시장은 미래를 먹고사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여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고, 8.31대책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시기에 8.31대책에 모든 것을 걸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적절한 대처법이 아니었습니다.

13. 그럼 당시에 청와대는 어떻게 했어야 했나요?
⇨ 노무현 정부가 8.31대책을 발표할 때 강남 아파트 가격을 20% 내리겠다고 했다면(8.31대책을 발표할 때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강남 아파트 가격을 2003년 9월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강도 높은 부동산정책을 융단폭격식으로 투하해서라도 그 목표를 달성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14. 노무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지나치게 늦게 부활시킨 것도 정말 아쉬운 대목입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1990년대 우리나라 주택가격 안정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1991년과 1997년 사이 가계소득지수가 100에서 197로 상승할 때 서울시 아파트가격지수는 100에서 103으로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되 분양가 상한제라는 안전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이 좋은 제도를 지나치게 늦게 부활시켰습니다.

15. 분양가 상한제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하나요?
⇨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매수 열기입니다. 매수 열기가 살아나면 가격이 오르고, 그것이 위축되면 가격이 내립니다. 1990년대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로 하여금 기존주택을 매수하지 않고 기다리면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주었습니다. 이 기대는 기존주택에 대한 매수열기를 위축시켰고, 결과적으로 1990년대 부동산시장은 크게 안정되었습니다.

ⓒ프레시안

16. 2006년의 가격폭등에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책임도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뉴타운의 문제는 그것이 '대단지 개발'이라는 것입니다. 소규모 개발의 경우에는 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업비가 적게 듭니다. 반면 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개발의 경우에는 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엄청나게 많이 듭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그 차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수언론들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니까 공급을 확대했는데 그것이 부동산 투기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17. 급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은 2007년 1월부터 수그러듭니다. 그 주요 요인은 어디에 있었나요.
⇨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말에 가서야 강력한 3대 부동산정책을 내놓게 됩니다.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급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금융규제 강화였습니다.

18. 당시 분양가 상한제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었나요?
⇨ 1990년대 초중반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들의 이해(利害)보다 무주택자들의 이해를 주로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건설사 부도율이 5년 만에 1%에서 4%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들의 이해보다 건설사들의 이해를 더 많이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 부활 자체가 건설사 부도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무주택 서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언어학자 소쉬르의 개념에 비추어보면 1990년대와 2006년 이후의 분양가 상한제는 시니피앙(signifiant/기표/개념의 외연)은 같았지만 시니피에(signifie/기의/개념의 내포)는 전혀 달랐던 겁니다.

19. 2006-2007년경에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이런 대안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했었고요.
⇨ 당시 청와대가 제대로 본 것입니다. 먼저 환매조건부 주택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그것은 싱가포르라는 특수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신들이 10~20년 전의 가격으로 토지를 공용수용해서 공급한 저가의 양질의 주택이 투기대상이 되면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환매조건부로 공급했습니다. 즉 생애 한 번만 시장에서 주택을 거래하여 차익을 남기되, 나머지 경우는 모두 다 정부기관인 주택청에 되팔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20. 환매조건부 주택은 왜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가요?
⇨ 싱가포르처럼 국토의 80% 이상이 국유화되어 있고, 대부분의 주택이 주택청으로 환매되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환매조건부 주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민간주택시장의 비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애초에 환매조건부 주택은 불가능합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차익이 보장되는 민간주택을 매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1. 토지임대부 주택은 LH공사가 시범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LH공사의 토지임대부 주택 시범사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용적률 1000% 운운하며 자신의 고민을 노출하고 다녔는데, 그의 고민 속에 이 대안의 허점이 들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시가 4억 원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있다고 할 때, 매수자가 건축분 2억 원을 매수하고 토지분 2억 원을 임차한다면 이것은 결코 반값아파트가 아닙니다. 또 토지분 2억 원을 임차하게 되면 그 임대료가 엄청납니다. 연이율 5%만 가정해도 연간 임대료가 1000만 원에 달합니다.

22. 그런 주택을 매수해서 임대료 엄청나게 내면서 사느니, 차라리 그냥 전세주택에서 살겠습니다.
⇨ 그게 정답입니다. LH공사의 토지임대부 주택 시범사업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 전 대표가 용적률 1000% 운운하며 자신의 고민을 노출하고 다닐 때부터 이미 이 사업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판교신도시 연구를 하며 그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지만 말입니다.

23.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보금자리 주택이 공급되었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이 출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보금자리 주택은 2006년과 2007년 사이 대한주택공사가 내놓은 이른바 '주공식 반값 아파트'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후 수용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주택공사는 반값아파트를 내놓을 테니 그 비용(택지 조성에 필요한 도로 등 기간시설비)의 대부분을 혈세로 충당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이때 노무현 정부는 주공의 제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주택공사의 희망대로 주택공사와 건설사 등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24. 보금자리 주택을 '반값 아파트'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 하의 아파트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 1990년대 중반까지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와 보금자리 주택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자는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지 않았는데 후자는 매년 수조 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시행된다는 점. 둘째, 전자는 도심의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았는데 후자는 그것을 훼손하며 시행된다는 점. 셋째, 전자는 국민임대 주택공급을 감소시키지 않았는데 후자는 그것의 희생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25. 경실련의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이 주택에 대해서 아주 높게 평가했는데,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김 본부장은 원래부터 '분양가 상한제'에 애착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공공부문의 부채를 늘리지 않고, 또 국민혈세를 별도로 투입하지 않고도 서민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바로 분양가 상한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가 노무현 정부 때 토건족들에 의해 형해화된 분양가 상한제를 대신할 보금자리 주택이 나타나자 진영논리를 떠나 크게 환영한 것 같습니다.

26. 그러나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과 대선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보금자리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가격급등기에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가격급락의 우려가 있는 시기에는 경착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시기에 보금자리 주택을 100%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 아파트. ⓒ뉴시스

27. 최근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5% 하락했습니다. 이 중 강북(한강 이북 14개구)이 4.4% 하락했고, 강남(한강 이남 11개구)은 5.3%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행 가격변동률 통계가 현실을 20% 정도 적게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은 6.25% 하락했고, 강북은 5.5% 하락했으며, 강남은 6.6% 하락했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28.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일본처럼 경착륙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 앞으로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하면 1990년대 일본식 경착륙은 피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6.25% 하락률이라 하여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바람직한 연착륙은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1%~+1%로 잡아두고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평균 주택가격 하락률이 2~3%를 넘어서면 시장이 살얼음처럼 허약해지기 때문에 일순간 외부충격에 의해 경착륙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9. 일부 학자들은 경착륙도 불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거품을 조기에 붕괴시키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그것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 매우 위험한 주장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스웨덴이 어떤 일을 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스웨덴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정부보증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위기 확산을 조기에 차단했습니다. 1990년대 초 4~5년간의 경착륙의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30. 부동산시장 연착륙 방안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일차적으로 연착륙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0년에는 우리나라에 부동산 거품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00년의 PIR을 일차적인 목표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청과 국민은행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향후 5년간 서울아파트 가격을 현 수준에 동결시킬 경우, PIR이 10.1배에서 8.0배로 낮아져 거품상승 이전인 2000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가계소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서울아파트 PIR 변화 : 2000년 8배, 2006년 13배, 2012년 10배). 이런 수치들에 비추어보면 향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하면 연착륙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31. 연착륙정책이 투기를 유발하고 가격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은 이미 2010년을 기점으로 대세하락기, 혹은 가격안정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1~2년 안에 투기가 재발되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 투기재발, 가격급등이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DTI, LTV 규제강화로 얼마든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투기가 재발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32. 정부가 연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첫째,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연착륙정책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금융규제완화(DTI, LTV 규제완화)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둘째, 청년층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연착륙정책도 좋지 못합니다. 최근 생애최초 주택매수자에 대한 저리대출을 연착륙대책으로 내놓은 사람들도 있으나 적절한 대안이 아닙니다. 셋째, 후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연착륙정책에도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일본과 같이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채무가 급증할 경우 경제전반에 걸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연착륙을 유도할 정책수단이 많지 않으므로, 가계부채와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는 다른 수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33.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어느 정도 되나요?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부채 통계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서 집계되는 가계대출 통계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서 집계되는 가계부채 통계입니다. 이 중에서 전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에 들어 있는 가계부채라 할 수 있는데, 지난 2/4분기 총액은 922조 원이었습니다. 후자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다 포괄한다 할 수 있는데, 지난 1/4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1107조 원이었습니다.

34.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OECD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8%로 OECD 회원국 24개국 중에서 10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같은 시기 우리나라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0%로 OECD 회원국 20개국 중에서 8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그 순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5.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주요 요인은 어디에 있나요?
⇨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주요인은 좀 다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상승이 가계부채를 늘려놓은 반면, 이명박 정부 때는 경기침체, 특히 서민경제 위축이 가계부채를 늘려 놓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정부 때는 중후반 4년간 가계부채가 193조 원 늘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지난 4년간 247조 원이나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때 서민경제 위축으로 생계형 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6.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이 경착륙으로 나아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최악의 시나리오는 1990년대 일본처럼 경착륙하는 겁니다. 그 과정을 보면 몇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1단계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금융기관들이 만기연장을 기피하고 하우스푸어들의 원금상환을 독촉하는 단계입니다. 제2단계는 원금상환 독촉을 받은 하우스푸어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을 내놓아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는 단계입니다. 제3단계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면 금융기관들이 더 강하게 만기연장을 기피하고 원금상환도 더 강하게 독촉하는 단계입니다. 그 이후에는 이 과정이 악순환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부실채권더미에 눌린 금융기관들이 극도로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우량한 기업들까지 자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흑자도산에 빠지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이런 상황을 일본식 복합불황이라 합니다.

37. 그러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1990년대 일본처럼 심각한 경착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 1990년대 일본의 경착륙 과정을 보면 세 가지 요인이 위기를 증폭시켰습니다. 첫째는 100%에 달하는 과도한 LTV(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 둘째는 10여 년 지연된 금융기관 구조조정, 셋째는 정부의 경솔한 거품해소정책(급격한 금리인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첫째, LTV가 5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 둘째, 단기간에 금융기관을 구조조정한 경험이 있다는 점, 셋째 정부가 무리하게 경착륙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 1990년대 일본처럼 심각한 경착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8. 최근 일부 대권주자들은 정부가 빚을 내서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 이것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한쪽에서는 투기가 재발할지 모른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둘 다 틀렸습니다. 단기간에 투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틀렸고, 또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주장도 틀렸습니다.

39. 오세훈 시장이 주도한 장기전세주택(일명 시프트)을 높이 평가하는 일부 학자들도 있습니다.
⇨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고령층이 아닌 중간층에게 시프트를 공급하는 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중간층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으면 이 주택이 절실히 필요한 저소득층, 장애인, 고령층이 그만큼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도 시프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고, SH공사의 부채를 5배나 늘려놓는 등 심각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중간층 무주택자들에게는 금융규제강화,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해 주택가격을 낮춘 후, 값이 싸면서도 질이 좋은 자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40. 또 일부 학자들은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혹은 매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LH공사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그 문제를 풀기는커녕 또 다른 빚을 동원해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혹은 매입)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차기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자 한다면 LH공사의 부채의 내용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과다하게 보유한 토지를 팔게 하고, 그것을 매각한 대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혹은 매입)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이 이 문제는 옆으로 미루고 국민연금으로부터 또 다른 빚을 끌어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것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주4일 근무제는 서민경제의 혁명이다

[대선쟁점 일문일답] <6> 일자리 정책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8-31 오후 4:53:13

 
1. 최근 <서울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과 부패정치 척결을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고 합니다.
⇨ <서울신문>이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다음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정책 과제로 50.8%가 '일자리 창출'(2가지 복수응답)을 꼽았고, 41.7%가 '부패정치 청산'을 들었습니다. 그 외에 복지 정책과 경제민주화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26.9%, 25.1%였고, 부동산 대책과 고령화 대책을 지목한 사람은 각각 18.1%와 17.7%였습니다.

2. 주4일 근무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 최근 노동계에서 주35시간 노동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 제안과 유사한 것입니다. 주5일 35시간(1일 7시간) 노동제도 좋고, 주4일 36시간(1일 9시간) 노동제도 좋은데, 가능하면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제도를 제안한 이유입니다. 다만 주4일 근무제는 근로자들이 원하는 날에 주1일 휴일을 더 갖는다는 것이지, 전국적으로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국가발전과 서민경제 부활의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고, 국민들 개개인에게도 인간다운 삶과 자기계발이 가능한 삶이 보장될 것입니다.

3. 주4일 근무제가 국가발전과 서민경제 부활의 획기적인 계기가 된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우선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완전고용상태(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가 실현되기 때문에 1990년대처럼 구인자의 지위보다 구직자의 지위가 더 높아집니다. 지금의 20대나 30대 초중반 세대들에게는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전에는 구직자들의 지위가 높아서 구인자들이 장사를 못해 먹겠다고 푸념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4. 주4일 근무제는 어떤 정책적 상상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까?
⇨ 잠수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장시간 심해에서 작업을 할 경우 질소가 혈액에 녹아 들어가 있다가 나중에 기포로 변해서 체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무서운 병입니다. 이 병을 예방하려면 잠수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잠수부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서해안 일부 지역 주민들이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스스로 내부규정을 만들어 작업시간을 규율한 것입니다.

5.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 첫째, 장시간의 잠수가 유발하는 잠수병이 사라졌습니다. 둘째, 남획이 줄어들어 오히려 과거보다 소득이 더 많아졌습니다. 셋째, 소득은 많아지고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줄어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인간이 짐승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적절한 절제와 내부 규율을 통해 공공선을 실현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주4일 근무제를 통해 이런 인간의 현명한 지혜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6.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영세자영업들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일단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면, 영세자영업자 문제가 대부분 해소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가 600만 명에 육박하는데, 그중 1/3이 줄어들 수도 있고, 절반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종사자 수가 그만큼 줄어들면 그들의 1인당 소득도 1/3 혹은 절반 이상 오르게 됩니다. 이것은 서민경제에서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7.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중소기업에는 또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중소기업(법인형 중소기업)의 운명은 영세자영업들의 운명과 연동합니다. 영세자영업들이 어려우면 중소기업도 어렵고, 영세자영업들이 활로를 찾으면 중소기업도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세자영업들이 과잉상태에 빠지면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값을 내리면서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반면, 영세자영업들의 과잉상태가 해소되면 중소기업도 값을 과도하게 내릴 필요가 없고, 시장을 과도하게 잠식당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8. 주4일 근무제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1업체당 소득을 높인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하자면 물가상승도 수반될 것 같습니다.
⇨ 복지가 가장 잘되고 있다는 북유럽 국가들의 물가수준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동반성장을 한다는 것은 저소득층에게도 상당한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물가상승은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정책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반성장에 뒤따르는 약간의 물가상승은 거대한 순기능에 뒤따르는 사소한 역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주4일 근무제는 대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줍니까?
⇨ 주4일 근무제는 대기업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영세자영업들의 소득이 오르고, 중소기업의 소득이 오른다는 것은 유효수요가 충만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내수활성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내수가 활성화되면 대기업의 내수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대기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10. 주4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생산성에는 어떤 영향을 줍니까?
⇨ 주4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생산성도 크게 높일 것입니다. 근로자들이 주중 하루를 자기계발에 쓴다면 그것이 가지는 생산성 제고효과는 엄청나게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대학들도 주중 하루를 자기계발에 활용하려는 근로자들을 위해 수많은 실사구시형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생산성 제고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11. 주4일 근무제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은 유도방식입니까.
⇨ 정부가 주4일 근무제를 유도하려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은 기업부담 사회보험료 할인·할증을 통한 유도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도입 첫해에는 35시간 미만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기업부담 사회보험료를 10% 할인하고, 주당 36~40시간에 대해서는 기업부담 사회보험료를 현행보다 10%~2% 할인해 주며, 41~45시간에 대해서는 2%~10% 할증, 45~50시간에 대해서는 13%~25% 할증, 50~55시간에 대해서는 30%~50% 할증, 그 이상에 대해서는 시간당 할증률을 10%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할증률은 국민여론을 고려하여 초기에는 작게 하되,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합니다.

12. 저 정도의 기업부담 사회보험료 할인·할증으로 주4일 근무제가 유도될까요?
⇨ 위에서 말한 예는 도입 첫해의 유도방식입니다. 할증률은 완전고용이 실현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13. 주4일 근무제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 주4일 근무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완전고용상태가 실현되기 때문에 1990년대처럼 구인자의 지위보다 구직자의 지위가 더 높아집니다. 지금처럼 고용불안 때문에 고심할 필요가 없고, 채용과정에서 비정규직을 택할 필요도 없으며, 또 대부분의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또 주4일 근무제 완전 정착 이전에 완전고용상태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14. 주4일 근무제를 유도할 때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이 임금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유도방식이 결정된다면 임금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제도가 들어서면 기업의 수익·비용구조가 달라질 것이고, 그러면 노사 양측은 달라진 기업의 수익·비용구조 속에서 임금협상을 하면 됩니다.

15.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려면 공장도 더 많이 짓고, 기계도 더 많이 사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기계류나 운수장비를 사들이는 행위입니다. 산업은행이 집계하는 설비투자에는 기계류나 운수장비를 사들이는 행위 외에 공장 등을 사들이는 행위까지 포함됩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기업들이 공장을 더 많이 짓고 기계를 더 많이 사들이는 것은 설비투자이기 때문에 나쁘다 볼 수 없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그 고통은 한국경제 암세포 수술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수술비 정도로 인식하면 좋을 것입니다.

16.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인가요?
⇨ 구직자들, 영세자영업자들, 중소기업들, 비정규직 근로자들, 그리고 대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다 혜택을 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혁명적인 수준으로 내수경제가 부활하고 한국경제가 부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 주4일 근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입니까?
⇨ 사대주의에 찌든 일부 경제관료들과 학자들이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주택가격을 잡는 데 실기(失期)한 것도 사대주의에 찌든 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선진국들보다 더 강한 정책을 추진하자고 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 희망자들. ⓒ뉴시스

18. 싱가포르와 대만은 선진국들보다 더 강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싱가포르 리콴유 전 수상(1965~1990년 재임)은 '아시아적 특수성'을 강조한 사람으로 선진국들의 기준 같은 것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가 아시아적 특수성을 강조한 배경에는 자신의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부동산 정책에서 그가 강조한 '아시아적 특수성'은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9. 부동산정책에서 리콴유의 큰 성과는 어떤 것을 두고 한 말입니까?
⇨ 리콴유는 PIR(Price to Income Ratio,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이 2~3배에 불과한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부동산 정책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근접하는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주택정책이 성공한 것은 고도성장하는 도시국가에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경우 그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판단하고, 전국의 토지를 10~20년 전의 가격으로 공용수용하여, 이것을 주택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물적 토대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독재자이면서도 그가 박정희와 다른 점은 '서민지향성'과 '투명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20. 중국의 쑨원도 20세기 초에 리콴유 이상으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 중국의 쑨원은 20세기 초에 매우 흥미로운 말을 남겼습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생겨난 불로소득은 전 국민이 피땀을 쏟은 경제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100%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21. 그 이후 쑨원의 이상은 실현되었나요?
⇨ 대만은 건국헌법에 쑨원의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지를 담았습니다. 다만 차익의 100%를 국고로 환수하려던 쑨원의 이상은 부분적으로만 실현되었습니다. 대만 정부가 건국 직후 쑨원의 이상을 실현하려 하자 국민들 중 그 누구도 토지매입을 하려 하지 않았고 토지개발도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는 이 정책을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수정이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만 정부가 그 이후에도 토지증치세 등을 통해 쑨원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좋았습니다.

22. 싱가포르와 대만의 주택정책 사례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 고도성장하는 개발도상국 혹은 준선진국의 주택정책은 저성장하는 선진국들 주택정책보다 훨씬 더 강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즉 동아시아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정책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민경제 활성화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더 강력한 재벌개혁이 필요하고, 또 선진국보다 더 강력한 노동개혁·고용개혁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주4일 근무제를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23. 주4일 근무제 외에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대기업·중소기업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는 방법, 둘째 중소기업의 인력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 셋째 공공복지 확대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넷째 고령층 등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다섯째 실력 있는 창업기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24. 다섯 가지 중 첫 번째를 빼고 나머지를 역순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력 있는 창업기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주장은 너무 뻔한 것 아닙니까?
⇨ 최근 이명박 정부가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해서 이 항목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른바 중견기업들, 종사자 300인 이상 1000인 미만 기업들은 과거부터 줄기차게 자신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종사자 300인을 기준으로 두부 자르듯 지원 대상을 나누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피하고 300인 미만에서 안주하며 혜택만을 누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중견기업 지원 확대로 푸는 것은 오히려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5. 중견기업 지원 확대가 왜 독이 되나요?
⇨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지원정책 중 가장 효율성이 높은 정책은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입니다. 그런데 어떤 중견기업이 정부에 손을 내밀 정도면 지원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연구결과들은 이런 부실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구조조정 시기를 지연시켜 경제에 독이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들은 기술력에 비해 물적 토대가 취약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산업기술평가원과 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26. 둘 다 지원하면 안 되나요?
⇨ 안됩니다. 부실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경제에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중소기업 지원금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들을 도와야 합니다.

27. 종사자 300인을 기준으로 두부 자르듯 지원 대상을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요?
⇨ 정부가 문턱효과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해야 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 문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추라고 권고합니다. 한정된 재원 하에서 종사자 200~300인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반대로 1~100인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늘리라는 것입니다.

▲ 노인들. ⓒ뉴시스

28. 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세워야 합니까?
⇨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정책은 소득보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영세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보건복지서비스업 종사자 비중(5~6%)이 선진국 평균(10~11%)에 비해 5%포인트 적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선진국들과 달리 노인들의 영세자영업 시장 참여율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선진국들은 연금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노인들의 영세자영업 시장 참여율이 낮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노인 일자리 정책은 영세자영업 시장 참여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즉, 영세자영업 창업이 아닌 방식(소득보전을 해주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29. 노인들은 어떤 일자리를 원하고 있나요?
⇨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노인들의 희망사항은 지극히 소박합니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노인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월수입 20만 원을 보장하는 일자리인데, 그것도 대부분 6개월 일자리여서 아쉬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월 20만 원이라도 좋으니 그 수입이 지속적으로 보장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30. 월 20만 원은 빈곤층 노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0년 빈곤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수급자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87.5만 원인 반면, 비수급 빈곤층은 51.8만 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에서 '비수급 빈곤층'이란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00% 이하이지만, 법률적으로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중 대부분이 노인들입니다. 만약 정부가 이들에게 월 20만 원을 제공한다면 평균경상소득이 71.8만 원이 되어 기초수급자와 격차가 35.7만 원에서 15.7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월 20만 원이 제3자가 보기에는 적은 금액이지만, 받는 노인들에게는 엄청난 의미가 있습니다.

31. 비수급 빈곤층 중 50%에게 월 20만 원씩 소득보전을 해 준다면 예산은 어느 정도 필요하나요?
⇨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비수급 빈곤층은 11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4%에 해당하고, 가구로는 6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8%에 해당합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집계한 소득은 가구소득이기 때문에, 66만 가구의 50%인 33만 가구에 연간 240만 원의 소득보전을 해 준다면 연간 7920억 원이 소요될 것입니다. 빈곤노인 부부 가구의 경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므로, 이 점까지 고려한다면 연간 약 1조 원의 예산이 소요됩니다.

32. 비수급빈곤층 노인들에게 월 20만 원의 소득보전을 해주면 되지 굳이 일자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나요?
⇨ 정부가 그들의 건강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근로능력이 없거나 현저하게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일과 무관하게 소득보전을 해 주고,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과 연계시켜 소득을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들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며, 셋째는 그들이 건강해야 청장년층이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과 건강보험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입니다.

33. 노인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초등학교 급식을 하고 등하굣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학부모들을 강제로 동원하는 학교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런 강제동원은 큰 고통일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노인들이 하게 해야 합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에게 건강한 노인들만큼 큰 위안이 되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노인일자리 정책의 목표는 그들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을 증진하면서 소득보전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찾다보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물론 근로시간은 연령에 따라 하루에 1~4시간으로 제한해야 할 것입니다.

34. 사회적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합니까?
⇨ 사회적 일자리는 복지지출 확대정책과 연동하여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일자리 대책은 의외로 쉽게 세울 수 있습니다. 다만 복지지출 확대정책이 일자리 창출보다 시설확대에 집중될 경우 일자리 창출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복지지출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제도화한 이후 정부와 지자체에서 복지지출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습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선진국에 비해 복지지출액 절대액이 작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지출액 중 많은 부분이 건물과 시설을 늘리는 데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복지와 문화를 가장한 토건예산이 급증하여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35. 중소기업의 경우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겁니까?
⇨ 중소기업 고용에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인업체가 제시하는 임금과 구직자가 희망하는 임금 사이에 격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구인업체의 제시임금은 145.2만 원(평균)이었고 구직자의 희망임금은 168.1만 원(평균)이었습니다. 양자 사이의 격차는 22.9만 원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과 2009년 사이 제조업체들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1인당 급여액 비율은 75.6%에서 53.5%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36. 중소기업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가 어떤 일부터 해야 하나요?
⇨ 중소기업 고용에서 가장 큰 문제가 수급 불균형이기 때문에 정부가 근로자 1인당 25만 원 이상씩 지원하여 구인자 제시임금과 구직자 희망임금 사이의 격차부터 줄여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근로자 1인당 근로장려금을 월 30~50만 원(연 360~600만 원)을 지원한다면 1만 명 추가고용에는 360~600억 원이 필요할 것이고, 10만 명 추가고용에는 3600~6000억 원이 필요하며, 100만 명 추가고용에는 3조 6000억~6조 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37. 공정한 복지를 위해서도 근로장려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0년 빈곤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수급자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87.5만 원인 반면,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00~120% 소득을 버는 계층)은 83.9만 원에 불과합니다. 후자의 경우 하루 10시간, 12시간 이상 뼈 빠지게 일하고 기초수급자보다 소득이 적기 때문에 불만이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장려금 확대는 절실히 필요합니다.

38.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간이과세 범위를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간이과세 범위 축소 + 근로장려금 확대'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양자 사이의 주요 쟁점은 무엇입니까?
⇨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과세투명성이 많이 확보되었고, 선진국들의 간이과세 범위가 넓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과세투명성 높은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합니다. 또 간이과세 범위를 확대할 경우 정치권이 주장하는 조세감면 감축론의 명분이 상실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39. 간이과세 범위를 확대할 경우 조세감면 감축안의 명분이 상실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 과거 정부와 정치권은 근로소득자의 소득은 투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자영업자 소득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자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조세감면을 남발했습니다. 그래서 향후 정부와 정치권이 조세감면 감축을 한다면 불가피하게 우선적으로 근로소득자에 대한 조세감면 감축부터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이 근로소득자에 대한 조세감면 감축을 눈앞에 두고서 간이과세 범위를 확대할 경우, 조세감면 감축개혁은 명분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40.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바람직한 조세지원정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바람직한 조세지원정책은 EITC(근로장려세제)를 자영업자들에게까지 확대하고, 대신 간이과세 대상을 현재보다 축소하는 것입니다. 간이과세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세수확보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간이과세 대상을 축소하면 이들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조세투명성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예컨대 간이과세 대상 축소로 1조 원 세수를 확보되고, 근로장려금 확대로 2~3조 원 재정지출이 발생한다 해도 정부는 '간이과세 대상 축소 + 근로장려금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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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쟁점 일문일답] <7> 장하준 그룹 방안, 보완이 필요하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09 오후 3:02:46

 

     

1. 얼마 전 경제민주화를 두고 장하준 그룹(장하준, 정승일, 이종태)과 연대 그룹(경제민주화시민연대에 참여한 일군의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습니다.
⇨ 논쟁도 좋지만 양 그룹이 대한민국 경제에 끼친 기여도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장하준 그룹의 주장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조업과 금융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00년 중반 보수진영의 상당수 지식인들이 '이제는 제조업 시대가 아니라 금융업 시대'라며 금융규제 완화를 목소리 높여 외칠 때 이들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설파했습니다.

2. 금융업 발전도 중요하지 않나요?
⇨ 금융업 발전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금융업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조업 발전이고 서민경제 발전입니다. UN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00년대 미국과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금융업 부가가치 비율은 북유럽 국가의 2배로 나타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주체들이 금융자본에 많은 돈을 갖다 바쳤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북유럽의 정책이 100%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금융업 발전보다 제조업 발전과 서민경제 발전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3. 북유럽 국가들은 금융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 2000년대 초 <월간중앙>이 북유럽 금융인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북유럽 금융인들은 기본적으로 금융업이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즉 금융업 종사자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제조업과 서민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종국에는 금융업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4. 장하준 그룹의 한미FTA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은행이 분류한 RTA(지역 간 무역협정)를 보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남미식 RTA입니다. 이 RTA는 자신들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이웃 나라의 물품을 저관세율로 사 주고, 석유나 원자재를 저가에 공급해 주며 우의를 다지는 상호호혜적 RTA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식 RTA입니다. 이 RTA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대국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며 추진하는 RTA입니다. 세계은행은 미국식 RTA를 가장 거친 RTA라 표현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유럽식 RTA입니다. 이 RTA는 미국식 RTA에 비해 다소 덜 거치나 본질적으로 미국식에 가까운 RTA입니다. 장 교수는 한미FTA처럼 거친 RTA를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의 이런 주장은 매우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5.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 지난해 미국의 수출은 1조 4804억 달러, 수입은 2조 2654억 달러로 무역적자 규모는 7850억 달러였습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가장 큰 해는 2006년이었습니다. 그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8798억 달러로 당시 우리나라 수출 3255억 달러의 2.7배에 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06년은 한미FTA 협상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6.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 수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수출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도 좋지 못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 비율을 수출의존도라고 하는데, 대다수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과거에 우리나라 수출의존도가 많이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 수출의존도는 100개국에서 40위(1990)~46위(1995) 수준이었고, 2000년대 초중반에도 100개국 중에서 35위(2000)~36위(2005) 수준이었습니다. 전 세계 평균보다는 다소 높지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2009년 수출의존도 순위는 100개국 중에서 19위가 되었고, 2010년에는 18위가 되었습니다.

7. 수출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나라와 유난히 낮은 나라들은 어디이고, 또 이런 나라들 경제에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 2010년 국제통계를 보면 홍콩과 싱가포르의 수출의존도가 각각 174%, 158%로 1위와 2위를 기록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나라가 선진국이지만 소득불평등지수는 중남미 수준이라는 겁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그만큼 내수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나타납니다. 보통 인구가 적은 나라의 경우 내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수출에 주로 의존하는데, 그 대가로 내수희생이 수반됩니다. 반면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인구가 많은 나라는 내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내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8. 홍콩과 싱가포르의 소득불평등지수는 어느 정도 수준이고, 우리나라 인구는 또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홍콩의 지니계수는 0.533(2007)으로 137개 국가 중에서 13번째로 빈부격차가 컸고, 싱가포르의 지니계수는 0.478(2009)로 29번째로 빈부격차가 컸습니다. 지니계수 0.5는 중남미 수준입니다. 이 두 나라는 내수 희생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도시국가들의 어두운 그늘을 보여줍니다. 또 우리나라 인구는 200여 개 국가 중에서 25위 수준입니다.

9. 장 교수의 노동의 유연성에 대한 시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장 교수는 노동의 유연성을 양적 유연성과 질적 유연성으로 나누고 전자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숙련된 근로자를 함부로 자르는 것은 기업을 위해서도 실이 크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는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익히게 해서 멀티플레이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질적 유연성입니다. 참고로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보고서'를 보면 양적 유연성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10. 세계은행의 '기업환경보고서'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 세계은행(World Bank)이 2009년에 발표한 '기업환경보고서'(Doing Business 2004~2008)를 보면, 지난 15년간 우리나라와 슬로베니아, 대만, 핀란드, 그리스, 룩셈부르크 등은 노동유연성 순위는 낮았지만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미국, 덴마크, 스위스, 일본 등은 노동유연성 순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매우 낮았습니다. 이 자료는 양적 유연성과 경제성장률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1. 장 교수는 공기업이 사기업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없음을 밝혀, 정부의 민영화 시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습니다.
⇨ 199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로 국가경제, 특히 서민경제를 파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은 공기업 개혁보다는 알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경제관료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사기업의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는 추측뿐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사기업의 효율성이 높다면 적자가 많은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할 터인데 이들은 알짜 공기업만을 민영화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장 교수는 이런 민영화 맹신론자들에게 시원하게 찬물을 끼얹어 주었습니다.

12. 그러나 경제관료들은 여전히 민영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고, 특히 의료민영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 경제관료들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즉 미국식 의료체제로 개편하는 것은 이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큽니다. 만약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미국식으로 전면 개편된다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건강보험료를 두 배 더 내야 하고, 또 병원에 가서도 본인부담 의료비를 지금보다 3배 더 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GDP 대비 공공의료비 비율이 우리나라의 두 배이고, GDP 대비 개인부담 의료비 비율이 우리나라의 3배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경제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의료민영화의 이런 가공(可恐)할 역기능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13. 경제관료들은 의료민영화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어떤 산업이 폭리를 취하면 일자리가 상당히 창출됩니다. 그곳으로 투자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를 분석할 때는 항상 비용(기회비용 포함)과 편익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다이야기'(도박사업의 일종)의 경우, 일자리 창출에 상당히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것이 퇴출되기를 간절히 소망했고, 정부는 그것들을 퇴출시켰습니다. 그 사업의 국민경제적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입니다. 의료민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14. 그러나 장하준 그룹의 재벌활용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 장하준 그룹은 재벌들이 경영권 상실 위험에 노출될 경우 소신 있는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투자보다 단기적인 이익 추구에 급급한 주주들에게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벌들과 대타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재벌들에게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인정해 주는 대신, 그들로 하여금 세금을 더 내게 해서 사회안전망구축하고 보편적 복지를 이루자는 겁니다.

15. 차등의결권이라는 게 뭡니까?
⇨ 우리나라는 주식 1주에 대해서 1표의 의결권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선진국들은 각 기업이 정관에 따라 주식 1주에 대하여 0.5표에서 1000표에 이르기까지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후자와 같이 특정 주식에 1표 이상 혹은 그 이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차등의결권 제도라 합니다. 참고로 유럽 300대 상장기업 가운데 20%가 다양한 형태의 차등의결권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6. 일부 국가들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실력 있는 기업주가 알짜기업을 키우고도 단지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무능한 기업주나 국내외 투기자본에게 기업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17. 장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 재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 재벌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들이 이 대안에 관심이 있다면 얼마의 세금을 더 내면 차등의결권을 줄 것이냐고 물어올 텐데 미동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18. 재벌들이 장하준 그룹의 대안에 무관심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장하준 그룹은 국제적인 투기자본이 국내 대기업을 집어삼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지만, 당사자들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장하준 그룹의 우려대로 몇 년 안에 일부 대기업들이 투기자본의 손으로 들어간다는 징후가 있다면 그들은 법인세 인상과 차등의결권을 맞바꾸자는 운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벌들은 그런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기 때문에 장하준 그룹의 대안에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 장하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19.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지 않나요?
⇨ 설마가 사람을 잡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가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자동차를 끌고 나옵니다. 자신이 죽을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상 자신들이 국제적인 투기자본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에 장하준 그룹의 대안에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20. 장하준 교수는 재벌개혁 이상으로 복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가 말하는 복지 수준과 내용이 불분명합니다.
⇨ 2007년(가장 최근 자료)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7.6%로 33개 회원국 평균 19.2%보다 11.6%포인트 낮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액이 OECD 평균보다 약 143조 원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2011년 우리나라 GDP는 약 1237조 원). 이런 상황에서는 복지를 하루아침에 OECD 평균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재벌개혁 등 여타 개혁이 매우 중요합니다.

21.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요?
⇨ 최소한 30년은 필요합니다. 30년 동안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을 해마다 0.4%포인트씩 올리면 OECD 평균과의 격차 11.6%포인트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30년 동안 해마다 복지지출을 10% 이상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22.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MB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복지지출액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92조 원, 97.3조 원입니다. 증가분은 5.3조 원, 증가율은 5.7%입니다. 또 2013년 GDP가 1364조 원이라 가정할 때 0.4%포인트는 5.5조 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을 기존 목표에 비해 0.4%포인트 올리게 되면 2013년 복지지출 증가분이 5.3조 원이 아니라 10.8조 원이 되고, 복지지출 증가율도 5.7%가 아니라 11.7%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해마다 복지지출을 11.7% 내외로 늘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겁니다.

23.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려면 30년 이상 걸린다, 그래서 그 이전에는 재벌개혁 등을 통해서 서민경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 그렇습니다.

24.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연간 27조 원의 복지지출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 박 후보가 재원조달방안을 충분히 세워놓고 27조 원의 복지지출 확대를 약속했다면 불행 중 다행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나와 있는 새누리당의 재원조달방안으로는 연간 27조 원의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합니다.

25. 새누리당은 어떤 재원조달방안을 갖고 있나요?
⇨ 4.11 총선 직전에 나온 새누리당의 재원조달방안을 보면 세제개편으로 2.2조 원, 세출구조조정으로 9.8조 원, 건강보험 구조조정으로 2.7조 원, 도합 14.7조 원의 재원을 조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26. 당시 새누리당이 세제개편으로 2.2조 원이 아닌 5.3조 원을 확보한다고 공언하지 않았나요?
⇨ 공약은 그렇게 했는데 그중 3.1조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이미 입법화된 것이기 때문에 미래 약속으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매일경제신문>도 4.11 총선 직전에 사설을 통해 새누리당 공약의 이런 허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27. 현실적인 시각에서 볼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재원조달방안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어느 정도 되나요?
⇨ 두 정당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건강보험 개혁으로 연간 2.7조 원을 확보하고, 지출개혁으로 5조 원을 확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또 두 정당이 약속을 지킨다면 세제개혁으로 새누리당은 2.2조 원, 민주당은 8.7조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을 모두 더해 보면 새누리당의 재원조달방안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모두 9.9조 원이고, 민주당은 16.4조 원입니다.

28. 두 정당의 재원조달방안으로 확보되는 재원이 모두 10~16조 원인데 이들은 27~30조 원의 복지지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제가 한국경제, 특히 서민경제를 부활시키는 데 복지개혁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하려면 연간 140조 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두 정당이 연간 10~16조 원 확보해서 복지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황당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복지개혁은 재벌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대학교육개혁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융단폭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29. 노동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개혁도 중요하고, 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합니다. 최근 노동계에서 주35시간 노동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저도 유사한 관점에서 주4일 노동제를 제안합니다. 주5일 35시간(1일 7시간) 노동제도 좋고 주4일 36시간(1일 9시간) 노동제도 좋은데, 가능하면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주4일 근무제는 근로자들이 원하는 날에 주1일 휴일을 더 갖는다는 것이지, 전국적으로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국가발전과 서민경제 부활의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고, 국민들 개개인에게도 인간다운 삶과 자기계발이 가능한 삶이 보장될 것입니다.

30. 주4일 근무제가 국가발전과 서민경제 부활의 획기적인 계기가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여러 가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첫째,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영세자영업자 문제가 대부분 해소됩니다. 600만 명의 자영업자 중 1/3이 줄어들 수도 있고, 절반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종사자 수가 그만큼 줄어들면 그들의 1인당 소득도 1/3 혹은 절반 이상 오르게 됩니다. 이것은 서민경제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31.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중소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중소기업(법인형 중소기업)의 운명은 영세자영업들의 운명과 연동합니다. 영세자영업들이 어려우면 중소기업도 어렵고, 영세자영업들이 활로를 찾으면 중소기업도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세자영업들이 과잉상태에 빠지면 생존을 위해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반면, 영세자영업들의 과잉상태가 해소되면 중소기업도 시장을 과도하게 잠식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32. 주4일 근무제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은 유도방식입니다.
⇨ 정부가 주4일 근무제를 유도하려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은 기업부담 사회보험료 할인-할증을 통한 유도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도입 첫해에는 35시간 미만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기업부담 사회보험료를 10% 할인하고, 주당 36~40시간에 대해서는 기업부담 사회보험료를 현행보다 10%~2% 할인해 주며, 41~45시간에 대해서는 2%~10% 할증, 45~50시간에 대해서는 13%~25% 할증, 50~55 시간에 대해서는 30%~50% 할증, 그 이상에 대해서는 시간당 할증률을 10%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할증률은 국민여론들을 고려하여 초기에는 작게 하되,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합니다.

33. 주4일 근무제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 주4일 근무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주4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완전고용상태(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가 실현되기 때문에 1990년대처럼 구인자의 지위보다 구직자의 지위가 더 높아집니다. 지금처럼 고용불안 때문에 고심할 필요가 없고, 채용과정에서 비정규직을 택할 필요도 없으며, 또 대부분의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또 주4일 근무제 완전 정착 이전에 완전고용상태는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34. 주4일 근무제를 유도할 때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이 임금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유도방식이 결정된다면 임금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제도가 들어서면 기업의 수익·비용구조가 달라질 것이고, 그러면 노사 양측은 달라진 기업의 수익-비용구조 속에서 임금협상을 하면 됩니다.

▲ 한국의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스펙' 쌓기, 취업난 등 만만찮은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35. 대학교육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 대학들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서 중소기업들에게 연구개발을 할 여력이 없고, 우수인력을 유치하거나 양성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선진국들과 달리 직업교육기관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고, 그 기관들의 교육의 질도 낮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대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고, 교육내용도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가 큽니다. 최근 직업능력개발원이 대졸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편이라는 응답(64.0%)이 그런 편이라는 응답(30.4%)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학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36. 국제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IMD도 최근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부합도가 58개국 중에 46위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평가지표를 절대화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괴리도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이 주장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OECD가 바람직한 대학교육의 모델로 제시한 핀란드의 대학교육은 50%의 연구중심대학과 50%의 직업중심대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부분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합니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실학을 거부하고 주자학에 안주하고자 했던 18~19세기를 연상시킵니다.

37. 상당수 대학 교수들은 산학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대기업들이 대학을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대학들이 중소기업과 산학협력을 하는 데 무관심하고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에 그 빈틈을 대기업이 노리고 들어가는 겁니다. 핀란드와 싱가포르, 일본의 성공사례를 참고하여 제대로 된 대학개혁을 해야 합니다.

38. 과도한 산학협력이 인문학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인문학을 살리고 대학개혁도 하고 싶으면 정부 대표, 대학 구성원, 각계전문가, 시민단체들의 대표로 구성된 30~40명의 대학개혁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들로 하여금 대학개혁을 주도하게 해야 합니다. 대학개혁위원회는 ▲ 선진국들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대학개혁 목표를 세우고, ▲ 이를 토대로 새로운 대학평가 기준을 만들고, ▲ 이 기준을 토대로 현재의 대학지원금과 교수지원금을 전면적으로 재배분하고, ▲ 추가적인 대학 지원금 배분도 주도해야 합니다. 그 속에는 북유럽과 같이 별도의 인문학 보호정책, 지원정책이 들어갑니다. 대학개혁위원회가 대학에 대한 평가기준, 지원 기준을 바꾸면 얼마든지 인문학은 보호될 수 있습니다.

39. 선진국에서는 대학개혁 과정에서 공익형 이사제를 주로 활용했습니다.
⇨ 1960년대 68혁명 이후 유럽각국은 대학으로 하여금 다수의 공익형 이사를 선출하도록 하여 대학의 부정, 비리, 퇴행을 차단했지만 사학법에 대한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기득권층의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학개혁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해서 개혁을 주도하게 해야 합니다.

40. 마무리합니다. 장하준 그룹과 연대그룹은 매우 중요한 보완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 복지개혁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재벌개혁은 방어적 개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개혁은 노동개혁, 대학교육개혁과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융단폭격식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장하준 그룹과 연대그룹, 그리고 노동개혁가들과 대학교육개혁가들은 매우 중요한 보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은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융단폭격식으로 동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기(失機)했습니다. 최근의 복지개혁과 재벌개혁도 다른 개혁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실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안철수, 소득차등화 보편복지 내세워야

[대선쟁점 일문일답] <8> 안철수가 보완해야 할 전략과 정책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23 오후 1:53:39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선출마에 대해 "고맙고, 안쓰럽다"고 표현했습니다. 후발주자 역할을 해본 사람의 동병상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도 유시민 전 대표와 유사한 시선에서 쓰였습니다.

1. 안철수 대선후보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멘토로 영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그가 민주당과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당보다는 더 중도를 포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이헌재 전 부총리를 영입한 것은 아마도 그의 중도 포용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2.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헌재 전 부총리 영입을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 사회에는 부동산 경착륙 유도론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보수 쪽에서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있고, 진보 쪽에서도 일부 학자들이 그런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가 이런 사람들의 주장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이헌재 전 부총리를 영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일부 학자들의 견해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은 부작용이 이헌재 전 부총리 영입 논란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3. 안 후보는 어떤 식으로든지 이헌재 전 부총리 영입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신중하기로 소문난 안 후보가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보수적 성향을 이유로 자신이 영입한 인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헌재 전 부총리 스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안 후보를 돕고 싶다면 그런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그게 어렵다면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대선캠프는 단결이 생명인데, 자칫 이헌재 논란이 세력다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총대를 메게 된다면, 안 후보는 그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단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4. 안 후보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부드럽기 때문에 그런 결단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 안 후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인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결단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산토끼에 욕심을 내다 집토끼까지 잃는 실수'인데 안 후보가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도를 포용하며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다수의 집토끼들을 잃을 수 있습니다.

5. 안 후보가 쌍용차 문제에도 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안 후보는 중도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행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정동영 전 대표처럼 쌍용차 노조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쌍용차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명분과 대안이 뚜렷하기 때문에 안 후보에게는 실보다 득이 훨씬 더 큽니다.

6. 며칠 전 쌍용차 국회청문회에서 새누리당은 이 문제의 책임이 참여정부에 있다고 했고, 민주당은 MB정부에 있다고 했습니다.
⇨ 부분적으로 양쪽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 후보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면 실보다 득이 크다고 하는 것입니다.

7. 쌍용차, 쌍용차 하는데 지난 십여 년간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 이 회사는 1988년 쌍용그룹에 인수된 이후 10여 년간 과감하게 투자를 늘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일 벤츠기술제휴를 하여 무쏘, 코란도, 체어맨 등을 출시한 것이 바로 이때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대우자동차에 인수되었고, 1999년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되었으며, 2000년에는 대우에서 분리되어 채권단 관리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8. 채권단 관리 하에서 쌍용차의 경영상태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들었습니다.
⇨ 채권단 관리 하의 쌍용차는 2002년에 320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2003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59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경영정상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2004년 10월 채권단이 쌍용차를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차에 넘기면서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상하이차가 노조와 약속했던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돌리고 인력감축에만 주력했기 때문입니다.

9. 2004년 상하이차가 노조와 어떤 약속을 했습니까?
⇨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상하이차가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돌리고 인력감축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상하이차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에게 특별노사합의서를 써 주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4000억 원을 투자하고 30만 대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합의가 지켜지기는커녕 상하이차는 경비절감을 한다며 국내외 영업망과 A/S 센터를 대폭 축소했고, 생산량도 15만 대(2003년)에서 8만 대(2008년)로 줄였습니다.

10. 결국 쌍용차는 2009년 1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5월에 2646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상하이차 지배 하에서 기술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해 경영위기가 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유가 급등으로 주력 차종인 SUV 차량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이 회사는 2009년 1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정 관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법정관리인들이 경영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해고했다는 것입니다.

11. 노조 측은 사측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 사실상 회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어떤 근거 하에서 그런 주장들을 하고 있는 건가요?
건물이나 공장설비 등의 시장가치가 급락할 것이 예상될 때 장부에 기록하는 예비손실을 '손상차손'이라 합니다. 2008년 GM 대우가 장부에 기록한 건물, 공장설비 등의 손상차손(예비손실)은 28억 원, 르노삼성은 21억 원, 현대차는 0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이 예비손실액을 5177억으로 부풀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비손실액 뻥튀기 결과로 부채비율이 187%에서 561%로 치솟자 이를 근거로 쌍용차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대량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12. 2009년 5월 2646명이 해고된 직후 파산법원은 쌍용차와는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 2646명이 해고된 직후인 2009년 5월 파산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쌍용차의 건물, 공장설비 등의 자산가치는 회사평가액보다 2배 가까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쌍용차가 건물, 공장설비 등의 예비손실액을 5000억 가까이 부풀려 이것의 시장가치가 5252억 원에 그친다고 평가한 반면, 파산법원은 그것이 1조 1억 원이라고 평가한 겁니다. 노조 측은, 이것은 사측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 사실상 회계를 조작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3.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정황을 토대로 판단해 볼 때,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한 것도 잘못되었고, 또 근로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한 것도 잘못되었습니다. 참여정부와 MB정부 모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이 문제는 두 정부에 모두 일정 정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안 후보 진영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14. 쌍용차가 상하이차로 매각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재임시기와 겹칩니다.
⇨ 안 후보 캠프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이헌재 전 부총리에게 누가 되고 결과적으로 안 후보에게 누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면, 그 캠프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누군가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모든 정치행보에 득과 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모르면 정치를 해서도 안 됩니다.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안 후보에게 실보다 득이 더 크기 때문에 권하는 것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15. 박 후보나 문 후보는 선발주자이기 때문에 선점한 의제들이 꽤 있는데, 안 후보에게는 그런 것이 별로 없습니다.
⇨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적 복지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대표작품으로 구체화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16.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 즉 OECD 평균의 복지를 하려면 연간 140조 원 이상의 복지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겨우 연평균 10~16조 원 정도의 복지재원조달방안을 만들어 놓고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하겠다는 안 후보 주장이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7.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확보한 연평균 10~16조 원의 복지재원으로는 어떤 복지를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을까요?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민주당 대선후보라면 대학개혁과 등록금 지원에 3조 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원에 3조 원, 의료복지에 3조 원, 보육복지에 2조 원, 차상위계층 지원에 2조 원, 주거복지에 2조 원, 기타부문에 1조 원을 투입하겠습니다. 연평균 16조 원의 복지재원으로는 확대할 복지가 많지 않습니다.

18. 더 적극적인 조세재정개혁을 통해 연평균 30조 원의 재원이 확보된다면 어떤 복지를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을까요?
⇨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대선후보라면 30조 원 중에서 대학개혁과 등록금 지원에 5조 원, 일자리 창출과 근로장려금 지원에 5조 원, 의료복지에 5조 원, 보육복지에 3조 원, 차상위계층 지원에 4조 원, 주거복지에 3조 원, 기타부문에 5조 원을 투입하겠습니다. 연평균 30조 원의 복지재원으로도 확대할 복지가 많지 않습니다.

19. 담뱃값을 현재보다 1000원 정도 인상하면 상당한 세수가 확보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우리나라 1년 담배소비량은 900억 개비(45억 갑)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현행 1갑당 354원인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을 1354원으로 인상할 경우 약 4조 5000억 원의 재원이 확보됩니다. 만약 담배가격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이 800억 개비(40억 갑)로 줄어든다면, 이를 통해 확보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 수입은 4조 원이 될 것입니다.

20. 여러 가지 세목 중에서 담배에 붙는 세금의 역진성이 가장 커서 이를 인상할 경우 저소득층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담뱃값을 인상하기 전에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라면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1년 이상 붙이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둘째, 정부가 우선적으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부자증세를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셋째, 담뱃값 인상분 전액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으로 채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만 줄 수 있습니다.

21.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만 준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담뱃값이 100원만 올라도 국내 담배회사 대기업의 순이익이 14% 이상 오른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더라도 그 인상분 전액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으로 채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만 줄 수 있습니다.

22. 보육복지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공약이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박 후보가 집토끼보다 산토끼를 사냥하는 데 재미를 붙여 지속적으로 민주당 흉내 내기를 하다 수렁에 빠진 것이 바로 '0~5세 무상보육공약'입니다. 이 공약은 민주당 공약보다 더 무상복지에 근접한 것인데요.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공약입니다. 결국 이 공약은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을 불러오고야 말았습니다. 안 후보는 이 황당한 사태를 합리적으로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자신만의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23. 보육복지와 관련해서 안 후보가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할 공약은 어떤 것입니까?
⇨ 예산이 적게 들면서도 그 효과가 매우 큰 것부터 공약화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 보육복지 전문가들은 공공보육시설 비중을 30%로 올리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5년간 약 5조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이 공약은 해마다 1조 원씩만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박 후보의 무차별적인 보육복지공약에 비해서 현실성이 매우 높습니다.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24. 공공보육시설 비중을 30%로 올리는 데 5년간 매년 1조 원씩만 투입하면 된다는 근거가 있나요?
⇨ 최근 우리나라 공공보육시설은 모두 2000여 개이고, 그 비중은 5% 정도입니다. 이것을 30%로 올리려면 1만 2000개의 보육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1만 개만 더 늘리면 됩니다. 공공보육시설 1개 건설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치들이 나오고 있으나, 평균적으로 5억 원이면 충분합니다.

25. 박 후보의 무리한 공약이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을 불러왔는데, 거기다 매년 1조 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하면 재정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요?
⇨ 박 후보가 집권한다 해도 5년 안에 0~5세 무상보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재원조달방안이 없습니다. 또 복지정책에 보육복지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나중에 그 누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박 후보식 보육복지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26. 박 후보의 보육복지공약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요?
⇨ 보육시설이 있는 지역 영유아에 대해서는 1인당 연간 400~500만 원씩 지원하고, 보육시설이 없는 지역 영유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이런 엉터리 시스템이 옳다고 전제하고, 이런 엉터리 시스템에 연간 1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입니다.

27. 어쩌다 보육복지 시스템이 이런 엉터리가 되었나요?
⇨ 민간보육시설 운영자들의 저항이 낳은 촌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민간보육시설 운영자들은 공공보육시설 확대를 적극적으로 저지해 왔습니다. 공공보육시설이 확대될 경우 영세한 자신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보육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상보육을 무리하게 추진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28. 현명한 정부였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 제가 정부 책임자라면 민간보육시설과 빅딜(Big Deal)을 했을 겁니다. 보육료 지원 확대와 공공보육시설 확대를 맞바꾸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막무가내로 무상보육 확대부터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29.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이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 박 후보의 무리한 공약이 낳은 촌극입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폭증하면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이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이 폭등하면 공공보육료와 별도로 내야 하는 민간보육료가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30.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일단 먼저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 폭등 사태부터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고소득층의 수요억제로 가능하며, 고소득층 수요억제는 소득차등형 보편복지로 가능합니다.

31. 소득차등형 보편복지란 어떤 것인가요?
⇨ 보편복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 계층에 100% 전액 지원하는 무상복지이고, 다른 하나는 전 계층에 지원하되 소득과 무관하게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복지이며, 나머지 하나는 전 계층에 지원하되 소득에 따라 지원액을 차등화하는 복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가 확대되는 초기단계로 복지재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 중에서 세 번째 개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은 보편적 복지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데서 나타난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32. 보육복지에서 소득차등형 보편복지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나요?
⇨ 최근 인구추세를 보면 0~5세 인구는 270만 명(연령별로 대략 45만 명)으로 이들에게 매년 평균 450만 원씩 현물급여나 현금급여를 제공할 경우, 연간 12조 1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중 중상위 50% 계층에 대해서만 소득차등화를 한다면 12조 원의 1/4인 3조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보육수급대란문제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절약된 예산 중 매년 1조 원만 활용해도 5년 안에 공공보육시설 비중 30% 목표 달성은 무난합니다.

33.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소득계층 10개 분위 중 중하위 50%에 대해서는 1인당 450만 원씩 총 6억 원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그 위의 계층인 6분위에 대해서는 80%를 지원하고, 7분위에 대해서는 60%, 8분위는 40%, 9분위는 20%, 10분위는 10%를 지원합니다. 이와 같이 소득차등화를 할 경우, 전원 무상보육을 할 때와 비교해서 6분위에서는 2430억 원, 7분위에서는 4860억 원, 8분위에서는 7290억 원, 9분위에서는 9720억 원, 10분위에서는 1조 935억 원, 도합 3조 5235억 원의 예산이 절감됩니다.

34. 극소수지만 일부 학자들은 소득차등화를 할 경우 막대한 행정비용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 노무현 정부 때 소득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지원하는 차등보육료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등보육료 정책을 시행하면서 많은 행정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포함하여 역대 정부가 무수히 많은 저소득층 정책을 시행했지만 그들을 선별하기 위해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35. 현재 정부의 보육료 지원예산은 유아교육비 지원액까지 합쳐서 모두 6조 원 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그리고 지자체들이 부담하는 보육료 지원예산을 모두 합하면 6조 원 정도 됩니다. 이것을 완전무상보육으로 전환하게 되면 소요예산이 12조 원이 되므로 6조원 정도가 더 소요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자체도 지금은 2조 5000억 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완전무상보육이 될 경우 그 부담액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늘어날 것입니다.

36. 지자체들이 부자감세와 경기침체 때문에 재정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연간 2조 5000억 원의 보육료 부담을 5조 원 이상으로 올릴 경우 엄청나게 저항할 것 같습니다.
⇨ 그래서 박 후보의 0~5세 무상보육 공약이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지자체의 경우 부동산 취득세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취득세 수입이 급감하자, 여기저기서 재정이 어렵다고 난리들입니다. 박 후보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무상보육 지자체 부담액을 연간 2조 5000억 원에서 5조 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7. 학교급식은 전액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보육복지는 소득차등화로 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무상급식은 한 달에 1인당 5만 원 지원하는 겁니다. 이 정도 액수를 가지고 감수성 예민한 초중고생들의 가슴상처를 내면서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좀스럽고 유치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무상보육은 그 규모가 무상급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무상급식은 1인당 연간 50만 원 지원하는 것이지만 무상보육은 500만 원 가까이 지원하는 겁니다. 그 액수가 무상급식에 비해 10배에 육박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무상보육은 무상급식과는 다른 방식, 즉 전 계층에 지원하되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겁니다.

38. 선진국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보육복지는 소득차등화로 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가구 평균 소득의 3%를 보육료 상한선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저의 대안보다도 더 강한 소득차등화입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도 소득 및 근로 유무, 자녀수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하거나, 보편적 지원이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별도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39.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동수당을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선진국들의 아동 수당은 대부분 1인당 월 10~20만 원입니다. 우리나라와 1인당 GDP 차이 고려하면 5~10만 원 수준입니다. 이렇게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동수당을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지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가 소득과 무관하게 월 40만 원 내외의 보육료를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40. 마무리합니다. 안 후보가 대선 경쟁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첫째, 후발주자인만큼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정치력과 인재 영입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물색하고, 그와 더불어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승리는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정치권을 보면 의외로 소외된 인재들이 많습니다. 안 후보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지 않는 정치적 수완이 필요합니다. 만약 안 후보가 소득차등화 보편복지를 자신의 대표상품으로 내세울 경우, 집토끼와 산토끼에게 모두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를 지향했으므로 집토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소득차등화로 중도보수의 우려를 불식시켰으므로 산토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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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28 오후 3:24:22

 
1. 최근 <서울신문>(9월 26일)은 안철수 대선후보의 캠프를 일컬어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 그 기사 내용이 안 캠프 현실과 100%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50%만 일치한다 해도 안 캠프가 아슬아슬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2. 이 기사에 따르면 안 후보가 조직 내 '라인 형성'을 극도로 경계해 안 캠프에는 학연·지연·혈연을 고리로 한 연줄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고를 기반으로 한 실세도 없고 역설적으로 '연줄의 힘'을 통해 만들어지는 조직력도 없다 합니다. 라인, 실세, 조직이 전무한 '3무(無)' 캠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정치란 사회적 자원 배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고, 권력은 곧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치과정에서 어느 캠프가 라인, 실세, 조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최고권력자의 영향력만을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 후보는 왜 동서고금의 행정학자들이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균형 있게 인정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안 후보는 2인자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내치는 행동을 보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 2인자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도 좋지 못합니다. 이상적인 정치지도자와 2인자의 관계는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전자에게는 덕(德)이 있어야 하고, 후자에게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 후보는 자신에게 덕(德)과 통찰력이 모두 있기 때문에 2인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지나친 '자기확신'입니다.

4. 역대 대통령들이 2인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크게 낭패를 보았기 때문에 안 후보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닐까요?
⇨ 2인자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선후보가 2~3명 이상의 2인자 그룹을 인정하고 이들을 서로 경쟁시키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경쟁시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은 용인술은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겨냥해야 하는 대선주자로서는 적절한 것입니다. 2인자 그룹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안 후보 용인술보다는 낫다는 뜻입니다.

5. 박 후보에 대해서도 '독재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 이상적인 정치 지도자는 1시간의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할 때 참모들에게 50분 동안 충분히 논쟁하도록 하고, 마지막 5~10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민주성과 효율성이 최대화됩니다. 물론 1시간 내내 논쟁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소규모 조직에서나 효율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박 후보는 1시간 내내 듣기만 하고, 결정은 토론 결과와 무관하게 혼자 한다고 합니다. 독재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6. 또 이 신문에 따르면, 안 캠프는 논쟁 자체를 해본 적이 없고, 대부분의 회의는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주재하며, 중요한 결정은 안 후보 혼자서 한다고 합니다.
⇨ 안 후보가 선호하는 이런 의사결정 구조는 거대한 행정조직이나 정치조직을 운용하는 데는 득보다 실이 큽니다. 정치조직과 행정조직은 그 특성상 연구조직, 기업조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7. 또 이 신문에 따르면, 안 캠프는 모든 구성원이 수평적 관계에 놓인 가운데 안 후보 홀로 정점에 서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후보가 어느 순간 독선적 결정을 내리려 할 때 개방성이 순식간에 폐쇄성으로 변질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어느 경우든 극단은 좋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나치게 수직적인 조직들이 많기 때문에 조직을 수평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대안이 극단적으로 수평화된 조직이 될 수는 없습니다.

8. 정책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안 후보는 대선출마 직후부터 '혁신경제'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이 무엇입니까?
⇨ 안철수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9월 26일)에 출연해 발언한 바에 따르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견기업, 창의적 기업 주도로,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경제산업으로 발전하는 궤도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것의 키워드를 혁신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9.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라는 구호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최근 거버넌스(協治)와 관련된 진보진영의 고민은 관치와 시장맹신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입니다. 정부 주도니 민간 주도니 하는 논란은 10년, 20년 전에 있었던 식상한 논란 아닌가요?
⇨ '민간 주도로'라는 구호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구호입니다. 관치도 문제지만 시장맹신주의도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예컨대 공기업 개혁 문제, 관치로 풀어야 합니까, 민영화로 풀어야 합니까? 정답은 관치도 아니고 민영화도 아닙니다. 거버넌스 개혁으로 풀어야 합니다. 대학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치로 풀어야 합니까, 사학재단 자율로 풀어야 합니까? 거버넌스 개혁으로 풀어야 합니다.

10.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게 뭡니까?
⇨ 거버넌스는 일방적인 통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치권력과 국민들(혹은 시민들)이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공적기구를 운용해 가는 공적기구 운용원리를 말합니다. 즉 행정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아래로부터 주민 통제가 발전하여, 주민들이 공적기구의 공적 의사결정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거버넌스 개혁에 가깝습니다.

11.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하며 예산을 통과시키고 그것을 집행했다면 그것은 조례와 같은 효과를 가집니다. 이때 일반 시민들은 이 의사결정구조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위임된 권력에 의해 일방적 통치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주민들이 이 의사결정구조에 상당부분 참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것은 일방적 통치에서 쌍방향 협치로 일정 부분 나아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 박 시장의 거버넌스 개혁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 박 시장은 고위직 비서진과 고위직 공무원이 만나 공동기획을 하게 하고, 이들이 기획한 것을 고위직 혹은 중간관리직 공무원들이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조율을 하며 그 내용을 채우게 하고, 또 그 내용들에 대해 현장 실무자들과 시민들이 의견을 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중첩적인 소통을 통해 전문성과 현실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물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적 의사결정구조의 개혁방향은 그쪽으로 가야 합니다. 특히 공기업 개혁이나 대학 개혁은 거버넌스 개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13. 안 후보는 혁신경제를 핵심구호로 내세우면서 '민간자율'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또 민주당의 재벌개혁론에 대해서는 근본주의적인 접근이라 비판했습니다.
⇨ 근본주의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은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인데, 민주당의 재벌개혁론이 근본주의적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극단적인지는 의문입니다. 민주당의 재벌개혁론은 강도가 세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모델 내에서 재벌개혁을 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근본주의적인 게 아니라 점진적입니다. 일부 이해관계자자본주의적 요소가 가미되기도 하지만 그 부분은 극히 적습니다.

14.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어떻게 다른가요?
⇨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모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주주자본주의모델(미국식)과 이해관계자자본주의 모델(독일식)이 그것입니다. 전자는 기업을 주주들의 재산으로 보고 기업경영의 목표 역시 주주들의 이익극대화에 둡니다. 반면 후자는 기업을 사회적 공기(公器)로 보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부의 창출을 강조하며 주주, 경영자, 채권자, 근로자, 소비자, 지역단체 등의 공동이익을 중시합니다.

15. 두 가지의 기업지배구조 모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주주자본주의모델은 이사회 중심의 일원적 기업지배구조를 갖는 반면, 이해관계자자본주의 모델은 이사회와 감사회로 구성되는 이원적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감사회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감사회는 회사의 장기전략 또는 주요 결정에 대한 사전승인 또는 사후보고를 받으며 이사의 임면에 개입하고 기업의 경영진을 감독, 견제합니다. 독일의 경우 감사회는 종업원 대표와 주주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종업원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감사들은 주주총회에서 선출합니다.

16. 지금 민주당은 이해관계자자본주의 기업지배구조모델(독일식)을 지향하지 않고, 단지 주주자본주의 모델(미국식)을 견지하면서 점진적인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안 후보가 이를 두고 근본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17.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진보진영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 안 후보는 민주당의 법인세 감세 철회론과 통합진보당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우선 감면제도를 손질해서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 다음에 구간 조정을 검토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단계론적 접근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법인세 감세 철회 및 인상과 조세감면 감축은 병행과제이지 단계론적 과제가 아닙니다.

18. 단계론적 접근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 민주당과 안 후보의 보편적 복지론은 내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것을 현실화하려면 향후 5년간 최소한 30조 원(연평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안 후보처럼 법인세 감세 철회 및 인상과 조세감면 감축을 병행과제로 강도 높게 추진하지 않으면, 확보되는 재원은 몇 조 원에 불과할 것입니다.

19. 안 후보가 대선출마 직후,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수원 못골시장을 방문해서 혁신경제를 언급했는데, 그곳에서 핵심화두를 던진 배경은 뭘까요?
⇨ 지역경제학에서 말하는 '혁신'이란 특정 지역의 성공사례를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하면서 발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다른 지역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 과도해 보일 정도로 열성을 쏟고 있습니다. OO축제, XX축제, 별의별 축제들을 벌이면서 다른 지역 성공사례를 베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가 수원 못골시장에 가서 전국의 전통시장들도 못골시장을 본받아서 열심히 혁신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것은 상당히 생뚱맞다는 느낌입니다.

20. 보수언론들도 농민들이나 소상공인들의 성공사례를 자주 보도합니다.
⇨ 보수언론들은 여타 부분과 비교하여 농민과 소상공인의 성공사례가 극히 적은데도 불구하고 이들 중 극소수 성공사례를 추출하여 노력영웅 만들기에 열중합니다. FTA 파도가 몰아치고 대형 유통업체 파도가 몰아쳐도 성공한 농민과 소상공인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농민들이나 소상공인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집어넣고 나서 '성공이란 사람하기 나름'이라고 외치는 것은 매우 부당한 것입니다.

21. 안 후보의 의도는 보수언론들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 물론 안 후보의 의도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혁신경제라는 구호에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한다면 보수언론의 노력영웅 만들기식 혁신프레임에 갇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2. 안 후보가 방문한 수원의 못골시장은 어떤 곳입니까?
⇨ 원래부터 이 시장은 입지가 매우 좋은 곳입니다. 오랜 기간 수원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화성보호하기 위해서 성 주변에 육교나 고층건물, 고층아파트 건립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원의 아파트들은 수원의 중심부인 화성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건립되었고, 그 결과 화성 내부에는 전통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중고령층 서민들이 주로 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못골시장은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3. 진보진영의 대선후보가 지향해야 할 전통시장 혁신전략은 어떤 겁니까?
⇨ 진보진영 대선후보의 혁신전략은 '저 사람들이 저렇게 잘하고 있으니 당신들도 노력해서 잘해 보세요'라고 접근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대선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전통시장 혁신을 위해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복안에 대해서 말해야 합니다.

24. 전통시장 혁신을 위한 제도개혁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면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한 소상공인들을 컨설턴트로 양성하여, 이들을 혁신의 핵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전수전 다 겪은 소상공인들을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컨설턴트로 양성해서 창업을 시도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실패를 최소화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교육과 교류, 컨설팅을 통한 기술 전수, 노하우 전수를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25. 정부도 소규모지만 중소기업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 컨설팅 사업의 1년 예산은 300억 원도 안 됩니다. 시늉만 내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 네덜란드와 달리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한 소상공인들이 컨설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민간업체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한국적 현실과 괴리된 컨설팅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소상공인들이 창업을 할 경우, 창업 직전 반드시 1주일 이상 무료컨설팅을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26. 2005년 경제관료들이 자영업자 과잉사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자영업 자격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 당시 경제관료들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입니다. 영세자영업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 대기업에서 해고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거나 자영업자가 됩니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가 폐업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경제관료들이 영세자영업자 구조조정을 시도한 겁니다. 전혀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다 창피만 당했습니다.

27.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알려진 이헌재 씨가 2005년 당시 경제 부총리 아니었나요?
⇨ 경제관료들이 자영업 자격증제를 발표한 시기는 2005년 6월이고, 이헌재 경제 부총리가 부동산 투기로 불명예 퇴직한 시기는 3월입니다. 3개월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자영업 자격증제가 여러 연구기관의 연구결과와 동시에 나왔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6개월~1년 이상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8.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주요 정책들을 보면, 매우 위험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 당시에 그가 추진했던 위험한 정책들을 몇 개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그는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정책은 의료민영화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둘째, 최근 맥쿼리인프라 문제로 그 심각성이 노출된 민간투자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셋째, 세제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부자감세를 추진했습니다. 넷째,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한다는 미명 아래 금융자본의 이해를 주로 대변했습니다. 다섯째, 부동산 규제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신중론을 펴 노무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29.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이라는 용어가 좀 낯설게 들립니다.
⇨ 당시 이헌재 경제팀이 내세운 이 정책의 공식명칭은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실질적인 내용은 개방과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화 정책'이었습니다. 그가 불명예 퇴직한 3개월 후, 후배들이 내놓은 자영업 자격증제는 그가 만들어 놓은 구상을 발표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30. 당시 경제관료들은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생산성이 높다며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 그것은 결코 부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큰 것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많기 때문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의료비 비율은 6.9%인 반면, 미국은 17.4%입니다. 미국의 총의료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기 때문에 서비스업 비중이 큰 것입니다.

31.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이라며 우려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 그것은 오해입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각국의 1인당 생산성을 산출하는 공식은 '부가가치 총액/취업자 수'입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1인당 GDP를 산출하는 공식은 '(부가가치 총액+α)/인구 수'입니다. 두 공식에 따르면 두 나라의 총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이 유사하다면, 양국의 1인당 생산성 차이와 1인당 GDP 차이도 유사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32. 그래도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수준에 비해 제조업 생산성이 높다 보니까, 서비스업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겁니다. 둘째,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가 과잉경쟁을 불러 영세서비스업자들의 소득(혹은 부가가치액)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렵습니다. 경제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생산성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또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합니다.

33.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해소하는 데 왜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까?
⇨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해소하려면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첫째는 복지인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보건복지인력 비중은 5~6%, 선진국 평균은 10~11%입니다. 이 비중을 두 배로 늘리게 되면 보건복지인력은 현재의 140만 명에서 280만 명으로 140만 명 정도 늘게 되고, 영세자영업자들은 54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34. 영세자영업자들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하지 않나요?
⇨ 영세자영업자들을 절반 정도로 줄이기 위해서는 보건복지인력을 두 배로 늘림과 동시에 대·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 안철수 후보와 악수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프레시안(최형락)

35. 이헌재 전 부총리는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을 추진했는데, 실적은 어떠했나요?
⇨ 2005년 3월 퇴직했기 때문에 그의 실적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의 후배들은 한미FTA를 통해 이것을 이루려고 시도했습니다.

36. 개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업 미국화 정책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 때 유통업 개방을 통해서 본격화되었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서비스업 정책과 2005년 이헌재 전 부총리의 서비스업 정책은 그 지향점과 내용이 매우 유사했습니다.

37.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의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요?
⇨ 김영삼 정부의 급진적인 유통업 개방 정책은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고, 고용에도 기여하지 못했으며, 서민경제의 파탄만 가져왔습니다. 먼저 도소매업 경제성장기여율을 보면, 1980년대에는 연평균 10.3%였으나, 1990년대에는 8.8%로 떨어졌고, 2000년대에는 5%로 추락했습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이 '추가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38. 고용과 서민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전체 일자리 중에서 도소매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18.5%에서 2011년 15%로 내려앉았습니다. 수많은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입니다. 중소상인들의 불행은 그들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다른 산업의 영세자영업자 시장으로 진출하여 창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통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영세자영업자 시장의 과잉사태는 더욱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됩니다.

39. 매년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 국세청 통계는 1990년대 이후 중소상인과 다른 산업 분야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에 따르면 매년 폐업하는 개인사업자 수는 1995년 33만 명에서 2010년 81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40. 마무리합니다. 지금 이 시기 안철수 대선후보가 시급하게 고쳐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그가 대단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은 개인의 대단한 학습능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인류 경험을 토대로 동서양 행정학자들이 수직적 조직과 수평적 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균형 있게 인식했다면, 안 후보도 이것들을 균형 있게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결코 극단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김종인이 경제민주화 개헌 주도? 진실은…

[대선쟁점 일문일답] <10> 김종인 경제 민주화의 실체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05 오전 10:38:34

 
1. 세간에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987년 헌법에 경제 민주화 조항이 들어가도록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를 자신이 주도했다며 역사의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1986~1987년 개헌 논의가 한창일 때 자신이 직선제 개헌 전문위원이었다고 밝히고,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야당에서 만들어 놓은 (경제 민주화가 포함된) 헌법 초안을 받아들였을 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던 김종인 전 의원이 자기가 경제 민주화 조항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 왜곡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2. 헌법상 경제 민주화 조항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 헌법상 경제 민주화 조항은 헌법 제119조 2항을 말하는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3. 1987년 당시 야당 간사 역할을 했던 박찬종 전 의원도 이 의원과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 박찬종 전 의원도 최근 <신동아>(2012년 9월호)와 한 인터뷰에서 "경제 민주화는 이미 야당의 초안에 담겨 있었다. 여당인 민정당의 반대를 꺾고 관철시켰다. 여당 의원인 김종인이 한 일을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진술입니다.

4. 당시의 신문기사를 보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86~1987년 개헌국면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 과거 신문들을 검색해 보면,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헌법 조항과 관련하여 처음 신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6년 7월 2일 <경향신문>입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는 이날 민정당 헌법개정특위 전체회의에서 "비대해진 경제력의 횡포를 방지하고 자유경제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며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경제에 관한 규제 조항이 삽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24일이 지난 7월 26일에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의 말을 합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 경제에 관한 규제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동아일보> 7월 26일)는 것입니다. 또 그는 며칠 뒤 "헌법에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는 방향만 그릴 것"이라며, "하위법을 대폭 손질하는 편이 낫다"(<경향신문> 7월 29일)고 말했습니다.

▲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5. 당시 여야 정당 지도부는 경제 민주화 헌법 조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습니까?
⇨ <매일경제신문>은 1986년 6월 10일 경제 민주화에 대한 3당 대표의 견해를 기사화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은 "정치적, 사회적 분야의 민주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대적 요청이 바로 경제의 민주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민우 신민당 총재는 "(개정 헌법에) 주식 분산과 종업원 지주제, 종업원의 경영 참여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지금의 헌법 제119조 2항보다 더 적극적인 경제 민주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6.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종업원의 경영 참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나요?
⇨ 당시에 그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근로자의 경영참여권이나 이익균점권을 헌법에 직접 명기한 나라는 없다"(<경향신문>, 2007년 7월 23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7. 어쨌든 김종인 위원장이 당시 민정당의 보수파들과 재벌들을 설득해서 헌법에 경제 민주화 조항이 들어가도록 애쓴 것은 사실 아닐까요?
⇨ 김종인 위원장의 노력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1987년 헌법에서 빠질 뻔한 경제 민주화 조항을 그가 살려놓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6.29선언이 있기 1년 전인 1986년 6월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이 "정치, 사회의 민주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대적 요청이 경제의 민주화"라고 강조할 정도였다면, 김종인 위원장의 노력은 다 차려진 밥상을 방안에 들고 온 정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1987년 6.29선언 이후 개헌 분위기는 훨씬 더 좋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8. 최근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는 야당들의 것과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 경제 민주화의 층위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근로자 경영 참여, 다른 하나는 대기업들의 과도한 중소기업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경제력 남용 방지, 또 다른 하나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기업 조세 부담 확대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두 번째 층위에는 관심이 많으나 첫 번째와 세 번째 층위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9. 세 가지 층위와 관련하여 1987년 7월 민정당과 민주당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요?
⇨ 첫째, 근로자 경영 참여에 대해 1986년 신민당은 관심을 보였으나, 1987년 신민당의 후신인 민주당과 민정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둘째, 경제력 남용 방지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야 정당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셋째, 독과점과 경제력 남용이 가져온 소득 불균형 시정에 대해서는 1987년 민주당이 헌법에 명기하기를 희망했으나, 민정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금도 법인세 등 기업들의 세금 인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10. 김종인 위원장은 "세금을 통해서는 탐욕을 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그 발언은 올해 연초에 민주통합당이 재벌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과 만나 한 말입니다. 그는 이때 "특정 계층에 대한 세금 부과는 있을 수 없다", "세금을 통해서는 탐욕을 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1.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OECD 평균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액 비율은 4.2%(2008)로 OECD 평균(3.5%)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기업들이 법인세만 내는 것이 아닙니다. 선진국들은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2008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비율은 5.4%로 2.6%인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합니다. 두 가지를 합쳐서 이것을 기업 부담 직접세라 부른다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 부담 직접세 비율은 6.8%로 OECD 회원국 평균 8.9%보다 2.1%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부담 사회보장세를 높이는 것이 시급합니다. 다만 이것만 대폭 상향할 경우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므로 법인세 부담률과 기업 부담 사회보장세 부담률을 동시에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12. 김종인 위원장이 추구하는 경제 민주화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 근로자 경영 참여나 대기업들의 세금 인상에 대해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 경제력 남용 방지를 통한 중소기업 보호는 경제 민주화의 필요조건임은 분명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근로자의 경영 참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주주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또 법인세 등 대기업들의 세금 인상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중소기업 보호와 대기업들 세금 인상을 별개의 과제로 인식하거나 선후관계로 인식할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자는 병행과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출처 : 학성산의 행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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