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으로행복

[스크랩]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헝가리 외교관

good해월 2012. 12. 16. 08:34

 

[Why]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헝가리 외교관

  • 강훈 기자
  •  

    입력 : 2012.12.14 14:55

    북한 대사 겸임 렌젤 미클로시 주한 대사
    내 청춘 30년 바친 한반도인데…
    러시아서 한국말 배우며 인연 맺기 시작… 외교관 시작은 北서, 대사로 한국 첫 부임…
    한국 젊은 세대들 통일 잊고살아 안타까워 지역감정·남녀차별도 고쳤으면 좋겠어요
    헝가리랑 언어·문화 많이 비슷 - 헝가리어로 아버지는'어버지'아빠는'어빠'
    못생긴 여자는 한국어와 똑같이 '추녀'라 해… 애국가 들으면 마치 헝가리 음악 듣는 느낌
    난 '한사모' 회원 - 비빔밥·잡채·회까지 즐기는 한식마니아
    한번은 홍어탕 먹고 집에 들어갔더니 딸이 무슨 냄새냐며 난리친적도 있어요
    장거리 로켓 쏜 북한 - 연평도 도발 등 평화 위협… 제재 불가피
    대사 부임후 그동안 세차례 평양 방문… 거리에 상점 느는 등 미세한 변화 조짐

    렌젤 미클로시(52) 주한 헝가리 대사는 '청춘'을 한반도에 바친 외교관이다. 모스크바 유학 시절 한국을 공부한 렌젤 대사는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고, 대사로 처음 부임한 곳이 한국이다. 현재 북한 대사를 겸하는 그는 헝가리 외무부 근무 때도 줄곧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2007년 부임한 렌젤 대사는 6년째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 모임'(한사모)의 회원으로 있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헝가리 대사관저의 현관문을 열어준 그는 우리말로 "참 춥지요?"라고 했다.

    ◇남북한과 30년 인연을 맺다

    ―우리말이 유창합니다.

    "젊었을 때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서 한반도 문제를 전공하면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30년쯤 됐네요. 1986년부터 4년간 평양에서, 1993년부터 97년까지 서울에서 근무한 적도 있답니다."

    ―'한사모' 회원이라고 들었어요.

    "네, 미국(성김)·우즈베키스탄(비탈리 펜)·카자흐스탄(둘라트 바키셰프) 베트남(쩐 쫑 또안) 대사가 회원이에요. 원래 무토 일본 대사까지 여섯 명이었는데 얼마 전 귀국해서 지금은 다섯 명입니다. 원래 '한국어를 사용하는' 대사들의 모임이었는데 '한국을 사랑하는'으로 바꿨습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생각해보세요. 대학생 때 처음 한국에 와 본 이후 지금까지 한국 관련된 일만 해왔습니다. 아이 셋 모두 서울에서 키웠고, 한국인 친구도 많습니다. 수십년 인연을 맺었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친절하고 보고 즐길 게 많은 다이내믹한 나라입니다."

    ―음식도 좋아합니까?

    "비빔밥, 잡채, 만두, 김치 다 즐기고 생선도 잘 먹습니다. 헝가리는 바다가 없지만 한국 와서 '회맛'도 알게 됐어요. 한국 음식 맛있습니다."

    ―입에 맞지 않는 것도 있었을 텐데.

    "한번은 친구인 ㈜일삼의 정우철 회장과 서울에 있는 전라도 음식점에 갔어요. 홍어 튀김과 홍어탕을 시켰는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냄새가 좀 그렇더라고요. 집에 왔더니 딸이 '이게 무슨 냄새냐. 옷을 빨리 태워버려라'고 난리 친 적이 있습니다. 원래 전라도 음식이 구수하잖아요."

    ―지한파(知韓派)로서 한국이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한다면.

    "외교관 신분이라 좀 거북하지만 몇 가지만 할게요. 먼저 지역주의 이거 안됩니다. 백제 신라시대도 아닌데 왜 지금까지 경상도와 전라도가 갈등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세대 차이 문제도 있어요. 나이 많은 분들이 한국의 경제 기적을 만들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어린 세대도 그들 나름의 역할이 있잖아요. 윗세대가 아랫세대를 많이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여성 근로자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적다는 기사를 봤는데 여성 차별도 고칠 점이라고 봅니다."

    ―밤새 지적해도 모자라겠습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봅니까.

    "지금까지 잘해왔고 전망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해요. 한국은 아시아 발전의 엔진입니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경제에 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 나라를 30년간 지켜본 유럽인으로서 한국은 부러운 나라입니다. 한국이 유럽처럼 위기라고 하지만 1년에 GDP 3%는 성장하잖아요, 유럽엔 그런 나라 없어요."

    ―요즘 대통령선거 시즌입니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어땠나요."

    "군부 출신 대통령 시절에 처음 한국에 왔는데 이후 민간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선거나 정치 문화가 많이 성장했다고 봅니다. 사퇴한 안철수씨가 20%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것도 한국 정치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박근혜씨는 특사 자격으로 헝가리에 와서 몇 가지 일을 했는데,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으로 기억합니다."

    남북 겸임대사인 렌젤 미클로시 헝가리대사는 북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대사직도 한국에서 시작했다. 한국과 30년간 인연을 맺어온 그는 “홍엇국 빼고는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한다”며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한국을 사랑하고 부러워한다”고 했다. / 허영한 기자
    ◇아빠를 어빠라고 부르는 나라

    동유럽 한복판에 자리 잡은 헝가리는 인구 1000만명의 작은 국가로 수도는 부다페스트다.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중 최초로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헝가리는 그 해 공화국을 선포하고 공산주의를 포기했다. 헝가리는 우리와 같은 1996년 OECD 회원국이 됐고 현재 1인당 GDP는 1만3000달러 수준이다.

    ―헝가리도 한민족처럼 우랄알타이 어족이라고 들었습니다.

    "헝가리 사람은 스스로를 아시아적인 유럽민족이라고 부릅니다. 조상들이 2000년 전 우랄 근처에서 이동했다고 하지요. 당시 한국 조상과 교류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말이나 문화 면에서 여러 공통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는 겁니까.

    "문장 구조가 닮았습니다. 말의 순서, 성이 먼저 나오고 날짜도 연월일 순서로 쓰잖아요. 다른 나라들은 일월연 순서를 사용하는 반면에."

    ―단어도 유사한 게 있나요.

    "헝가리에서 아버지를 '어버지'라고 합니다. 아빠는 '어빠'라고 해요. 엄마는 '어녀'입니다."

    ―정말 비슷합니다.

    "하하. 못생긴 여자를 한국에서 추녀라고 하지요. 헝가리도 똑같습니다."

    ―또 닮은 게 있다면?

    "여기 와서 놀랐는데, 옛날 한국의 무사(武士) 모습과 헝가리의 무사 모습이 거의 같아요. 전투 자세나 무기, 활의 모양이 유사합니다. 한국처럼 우리 조상도 활을 아주 잘 쐈다고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우랄알타이에서 두 나라 조상이 함께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네요."

    ―음악은 어떻습니까.

    "전통음악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애국가 작곡하신 안익태씨는 헝가리에서 2년 공부했습니다. 유명한 작곡가에게서 사사를 하였고, 헝가리 음악도 연주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애국가를 들었을 때 저희 음악을 듣는 느낌을 받았다니까요."

    ―헝가리에서 K팝 같은 한류가 인기입니까?

    "그럼요. 대장금 같은 한국 드라마가 여러 번 방송됐고, 얼마 전 한국문화센터가 세워졌는데 그곳을 통해서 음악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한류가 전파되고 있습니다. K팝은 단지 한류의 한 부분일 뿐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와 시가 마음에 듭니다. 김기덕 감독이 얼마 전에 큰 상을 받았고, 고은 시인도 꽤 유명하지 않습니까."

    ―헝가리에도 한국 기업들이 진출했지요?

    "삼성과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공장 등 여러 회사가 들어왔습니다. 헝가리는 안전하고 투자 환경이 좋은 나라입니다."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의 배경도 헝가리였지요.

    "맞습니다. 지금 아이리스 후속작도 부다페스트에서 촬영하고 있을 겁니다."

    ―양국 관광 교류는 어떻습니까.

    "한국에 대해 헝가리 국민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한국 관광객도 헝가리를 많이 찾고 있어요. 그런데 체코·폴란드 등을 묶은 동유럽 패키지로 오다 보니 기간이 너무 짧지요. 보통 이틀 일정으로 부다페스트를 찾는데, 헝가리엔 다른 흥미로운 게 많거든요."

    ―헝가리에서 꼭 해볼 만한 게 있다면.

    "온천이 좋아요. 아이슬란드 제외하고 온천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온천 개발을 많이 했나 봐요?

    "석유·가스 찾으려고 땅을 엄청 팠는데 따뜻한 물만 나왔답니다(하하). 온천이 유명하다 보니 여러 나라에서 류머티즘 앓는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2010년 월드컵 당시 한국팀을 응원하는 렌젤 대사 부부. / 주 헝가리 문화홍보관
    ◇북한 냉전 풀고 평화 정착되길

    겸임대사는 대사 한 명이 동시에 두 개 국가 이상의 외교 사절을 맡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스페인·네덜란드·이탈리아·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멕시코 등 18개국 대사가 서울에서 북한 대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헝가리는 1989년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자 평양에 있던 대사관을 철수하고 베이징 주재 중국 대사가 북한 대사를 맡도록 했다. 그러나 렌젤 대사가 한국에 오면서부터 그에게 북한까지 맡겼다.

    ―북한 대사관을 닫고 서울에 대사관을 설치했는데 북측에서 섭섭해하지 않던가요.

    "그런 느낌은 못 받았어요. 유럽의 많은 국가가 우리처럼 합니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려면 경제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교류가 거의 없는 데다 유엔 제재조치까지 더해지다 보니 북한과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사 부임하고 북한에 몇번 가봤나요?

    "세 번. 원래 일 년에 한두 번은 가보려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예산 문제에다가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고…."

    ―북한에도 헝가리 사람이 있을 텐데.

    "외교관은 물론 헝가리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엔 헝가리인이 많이 있습니까.

    "200명 정도 돼요. 기업인, 유학생과 한국에 시집온 여자도 있고. 점점 늘어나지요."

    ―북한 갈 때 어떻게 갑니까.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갑니다. 너무 번거롭지요. 비무장지대 통과해서 육로로 가면 2~3시간이면 될 텐데."

    ―최근 북한을 다녀온 건 언제입니까?

    "작년 11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에요. 그 이후 못 갔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두 번 만났고, 김정일 전 위원장은 직접 만난 적이 없어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역시 아직 못 봤습니다."

    ―북한도 달라지고 있나요.

    "예.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자동차가 늘어나고 레스토랑이나 작은 상점이 많아졌고 옷도 조금씩 화려해지고요. 호텔 같은 건물도 여러 곳에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많이 다녀봤겠습니다.

    "경치가 참 좋아요. 금강산·백두산 등 많은 곳을 둘러봤는데, 묘향산에서 본 사찰이 참 아름답다는 기억이 납니다."

    ―남북통일 문제에 관심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을 잊고 사는 것 같아요.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라 통일되면 발전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반도라고 부르지만 사실 북한에 막혀 있는 섬이지요. 지금 경쟁력에 북한 자원과 노동력이 더해지면 한국은 훨씬 강해질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남북 관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정말 좋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북한은 더 많은 제재를 받을 수밖에요."

    ―연평도 포격 때 놀라지 않았나요?

    "너무너무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남북 전쟁은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어요. 한반도는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중국·러시아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곳입니다. 60년 전에 이미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습니까. 유럽에서 냉전이 끝난 것처럼 한반도에도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출처 : 맹꽁이의 찬양
    글쓴이 : 맹꽁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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