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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구 전체가 커다란 게임판" 대담한 발상… 증강현실 신세계 열다

good해월 2016. 7. 29. 12:05

[Weekly BIZ]

  • 도쿄=박정현 기자

  •  


    입력 : 2016.07.23 03:05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앤틱 CEO 존 행키

    게임과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문이 열렸다. 각각 다른 공간 속에 존재하던 게임과 현실이 하나가 돼 게임이 현실로, 현실이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지구 전체가 마치 커다란 게임판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만들어낸 신세계다.

    이달 4일 스마트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가 출시된 후 전 세계적 신드롬이 일고 있다. 증강현실이란 실제 사물을 볼 때 그 위에 가상 이미지가 함께 보이는 기술이다. 포켓몬 고 게임을 통해 거리를 보면 이곳 저곳 귀여운 괴물이 살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괴물을 잡는 것이 게임의 출발이다.

    미국에선 출시 일주일 만에 1일 이용자 수가 2100만명을 기록하며 최대 모바일 게임이 됐다. 휴대폰을 보고 게임하면서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제한 구역에 들어가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발생했다. 국내에선 출시 이전인데도, 게임이 작동한다는 속초시로 향하는 버스가 매진될 정도로 포켓몬 고 열풍이 불고 있다.

    '피카츄' 등 괴물 캐릭터들을 잡아 훈련하는 내용의 게임인 '포켓몬스터'는 일본 닌텐도가 1996년에 출시해 대히트한 게임이다. 닌텐도가 처음 포켓몬 게임을 선보인 지 20년을 맞이하는 올해, 미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둔 게임 회사 나이앤틱(Niantic)은 닌텐도 자회사와 손잡고 스마트폰용 '포켓몬 고' 게임을 개발했다.

    지난 16일 도쿄에서 포켓몬 고의 뿌리가 되는 또 다른 증강현실 게임 '잉그레스(Ingress)'의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 중이던 존 행키(Hanke·49) 나이앤틱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행키 CEO는 이른바 '연쇄 창업가'로 구글의 지도 이미지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성공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10대 때부터 코딩(프로그램 짜기)을 좋아했던 그는 게임 회사를 두 번 창업한 후, 세 번째로 위치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 회사 '키홀(Keyhole)'을 세웠다. 키홀이 2004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어스의 전신이 됐다. 구글에 입사한 행키는 구글어스, 구글맵스, 구글스트리트뷰 등 지도 관련 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하다가 "다시 코딩하고 싶다"며 사내 벤처를 설립했다. 이 사내 벤처가 작년 구글에서 분사한 나이앤틱이다. 분사 이후 나이앤틱은 닌텐도, 닌텐도의 자회사 포켓몬컴퍼니, 구글로부터 총 3000만달러(약 340억원)를 투자받았다.

    ―게임 플레이어들을 바깥으로 끌고 나온 점이 특이합니다.

    "나이앤틱이 게임을 만들 때 고민했던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세계가 게임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게임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나이앤틱은 세계 지도 위에 '게임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장소나 그 나라 문화 유산, 종교적 건물, 공공 미술이 설치된 곳 등 장소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곳이 게임 안에서 게이머들이 찾아 가는 장소가 됐습니다. 둘째, 게임을 하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날씨가 화창한 날에도 온종일 집에 앉아 게임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요. 게임 속 인센티브를 활용해서 더 많이 외출하고 운동량을 늘리게 하고 싶었어요. 셋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포켓몬 고는 상급 레벨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해야 합니다. 이것은 의도한 것입니다. 서로 몰랐던 게이머들이 만나서 친해지고 친구가 됩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포켓몬 고는 국내에선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강원 속초와 양양 지역에선 게임이 작동한다. 그 덕분에 강원 속초시는 '포켓몬의 성지(聖地)'가 됐다. 전국에서 속초시로 인파가 몰렸다. 속초시는 와이파이 지도를 내놓고 길거리에 스마트폰 무료 충전대도 개설했다. 전동 스쿠터를 타고 몬스터를 대신 잡아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생겨났고 속초 음식점들은 사냥한 몬스터 개수에 따라 밥값을 할인해주는 이벤트까지 펼쳤다.

    ―한국에선 속초시 근처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여러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하기 위해 지역별로 묶어서 준비를 하다 보니 틈새가 생긴 것 같습니다. 게임을 출시할 때 흔히 발생하는 실수이자 부작용 같은 겁니다. 아직 (한국에서) 시작도 안 했는데 버스가 매진되고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가기 위한 버스 투어까지 생겼다고 들었어요. 한국 팬들의 열성이 대단합니다. 게임 출시를 기다려주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6일 첫 출시 후 현재 35개국에서 서비스됐습니다. 이전에 200여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한국 시장에는 언제쯤 출시할 예정입니까.

    나이앤틱 CEO 존 행키
    "여러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포켓몬 고 게임이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 서비스가 지연되는 것이 '지도 반출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우리 정부는 국내 지도의 정밀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서버에 반출하는 것을 막고 있어 구글 지도에는 도로·건물·지역 이름과 위치를 보여주는 정밀 데이터가 빠져 있다. 이를 놓고 과잉 규제라는 견해와 구글이 서버를 한국에 놓으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구글 측이 국내법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가 부딪친다.

    그러나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작동하듯이 지도가 반출되지 않더라도 서비스에 큰 영향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임 화면에 표시되는 데이터가 적어져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앤틱은 단순 지도 정보를 넘어서는 또 다른 '빅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포켓몬 고의 토대가 된 나이앤틱의 모바일 게임 히트작 '잉그레스(Ingress)'를 통해 얻은 전 세계 명소(名所) 위치 정보다. 이 게임은 사용자들이 유명 장소 등을 사진으로 찍어 등록하면 게임상의 주요 포인트로 만들어준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만 수십개 포인트를 비롯해 국내 방방곡곡, 세계 구석구석의 시시콜콜한 유명 포인트 정보가 나이앤틱의 손안에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정보와 도움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을 사용한 셈이다.

    ―앞서 출시한 게임이 포켓몬 고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포켓몬 고에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장소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를 게임 세계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는 장소들을 '게임 속의 장소(포털)'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잉그레스 사용자들에게 본인들이 사는 동네에서 잘 몰랐던 역사적인 장소, 예술 작품들이 있는 곳이나 건축적 의미가 있는 곳들의 사진을 찍어서 게임 속의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잉그레스 사용자들은 약 1500만건의 장소를 제출했고 이 중 500만건을 승인했죠. 이렇게 제출된 장소 데이터 중 가장 유명한 곳들은 포켓몬 고에서 '체육관(다른 포켓몬과 전투하는 곳)'과 '포케스톱(Pokéstop·게임 아이템을 얻는 곳)'이 됐습니다. 2년 반 정도 잉그레스 사용자들을 통해서 축적한 데이터들이기 때문에 뜬금없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접근 가능한 곳이죠. 이런 장소 데이터 중에선 북극이나 남극도 있어요."

    증강현실과 접목한 게임은 지금까지 여러 건 출시됐었지만 포켓몬 고와 같은 대성공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증강현실 외에도 다수 사용자가 자산을 모으는 크라우드소싱, 스마트폰과 위치정보를 활용한 이동성(mobility), 야외에서 포켓몬스터를 사냥해서 잡는다는 내용의 캐릭터 콘텐츠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사례라고 분석한다. 캐나다 앨버타대의 션 더글러스 교수는 "그간 나온 증강현실 게임들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포켓몬 고와 같은 대단한 '지적재산'과 기술을 결합시킨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나이앤틱은 포켓몬 고 개발사이자 배급사이지만, 포켓몬스터 콘텐츠에 대한 사용권(라이선스)은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가 갖고 있다.

    ―게임의 성공 이유를 '포켓몬스터'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콘텐츠에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포켓몬스터 이외에도 다른 유명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이 나올까요.

    "넓게 보고 대답하자면 '예'이지만, 당장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네요. 우리는 포켓몬 고가 출시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당연히 열광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지금은 포켓몬 고 게임을 여러 국가에 순차적으로 서비스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외에서 몬스터를 잡는 게임을 닌텐도 측에 먼저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글이 2014년 만우절 장난으로 구글 지도에 무작위로 포켓몬스터가 나타나는 깜짝 이벤트를 했었어요.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마침 나이앤틱에서도 잉그레스를 출시한 이후 차기작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원작 게임은 포켓몬스터를 잡아서 훈련시키는 내용이죠. 이걸 모바일로 가져오면 잉그레스처럼 밖에서 뛰어다니면서 포켓몬스터를 잡는 게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나이앤틱으로선 너무 당연했습니다. 게다가 포켓몬컴퍼니 직원 중에서도 잉그레스 사용자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잉그레스를 만든 방식과 비슷하게 포켓몬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습니다."

    행키 CEO는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 실재하는 세상 위에 게임을 얹은 '실세계 게임(Real World Gaming)'이 차세대 모바일 게임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현실은 사용자를 세상과 완전히 단절시키고 실생활과 이어지지 않는 반면, 증강현실은 우리가 느끼는 현실을 더 배가시켜준다는 것이다.

    ―증강현실이 앞으로 우리 삶엔 어떤 식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보십니까.

    "증강현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는 경험들을 좀 더 증가시키는 것이지, 공상(空想)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증강현실은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공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상업적인 것이 됐든 엔터테인먼트가 됐든 간에 현재 스마트폰상에서 즐기는 증강현실에서, 앞으로는 더 발전된 형태로 들어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인간은 전자기기들을 머리에 부착한 채 어두운 방 안에 앉아서 지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게임을 하는 것, 사람의 오감(五感)을 사용해가며 게임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나이앤틱(Niantic)

    -창립: 2010년 구글 사내 벤처 '나이앤틱 랩스(Niantic Labs)'로 출발해 2015년 분사

    -본사: 미 샌프란시스코

    -주요 제품: 잉그레스, 엔드게임, 필드트립, 포켓몬 고

    -창업자: 존 행키

    -직원수: 약 50명

    나이앤틱은 1849년 골드러시 때 샌프란시스코에 온 포경선의 이름이다. 화재로 가라앉아 그 잔해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 속에 남아있다. 행키 CEO는 "바닷가를 지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바다 깊은 곳에 배가 숨어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며 "세상에 숨겨져있는, 잘 몰랐던 것들을 사람들이 찾고 탐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처 : 於田 통신
    글쓴이 : 於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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