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메기 베드로 시안-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예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 너무 고마워요 - 김성예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아내의 화답시
평생을 시골과
소도시 공주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나태주
시인은
한 때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았었다.
병석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컷기에 그 마음을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기도하는 내용의
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그리고 아내는 그
시에 답장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