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1.25 19:13
이른바 ‘손석희 폭행 사건’, 실시간 검색 1위다. 손석희 JTBC 사장은 올해 예순셋이다. 손 사장에게 맞았다고 고소한 프리랜서 기자 김 모씨는 마흔아홉 살이다. 팩트 위주로 말씀 드리고, 그래도 남는 의혹 몇 가지를 설명 드리겠다.
◆뺑소니?
먼저 뺑소니 논란이다. 때는 2017년 4월16일 일요일이었다. 손석희 사장은 일요일 밤 10시쯤 경기도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운전기사 없이 업무용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다가 후진(後進) 접촉사고를 냈다. 요다음은 손 사장 주장이다.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견인차량과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고 자비로 배상한 적이 있다. 접촉 자체를 모르고 자리를 떠났을 정도로 차에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자신의 차에 닿았다는 견인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쌍방 합의를 한 것이다."
다음은 김 기자 주장이다. "사고 직후 손 대표가 사고 처리를 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달아났고, 피해자들이 쫓아가다 4차로 도로변에서 (손 대표가) 차를 멈추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손 사장은 "접촉 자체를 모르고 자리를 떠났다"는 주장이고, 김 기자는 "사고 처리를 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달아났다"는 뺑소니 주장이다. 손 사장이 타는 업무용 차량이면 고급 차다. 대개 후방 카메라도 있고 그리고 다른 물체에 후진 접근할 때 ‘삐, 삐, 삐’ 소리가 난다. 모르고 떠난 것인지 도망 간 것인지 여러분이 판단하시면 될 것 같다.
양측 주장의 공통점은 있다. 손 사장은 접촉 사고 현장에서 사고 뒷처리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일단 벗어났던 것은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교통사고 관련 법규는 일단 현장에서 뒷수습을 하지 않고 벗어나면 ‘뺑소니’로 규정한다. 왜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비 배상을 했는지 궁금하고, 자비 배상 액수는 얼마였는지, 궁금하다. 손 사장이 음주 상태였다는 의혹 제기는 없다.
◆동승자 의혹?
접촉 사고 장소는 경기도 과천이다. 손 사장의 직장은 서울 상암동이고, 자택은 평창동이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각 과천에 있는 주차장에 차가 있었고 손 사장은 손수 운전을 했는데 옆자리에 동승자가 있었다. 후배 아나운서라는 얘기도 있고, 노모였다는 얘기도 있다.
훗날 손 사장에게 맞았다는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폭행사건 피혐의자 손석희 씨 측이 제가 ‘밀회 관련 기사 철회를 건으로 채용을 요구하며 손 씨를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김 기자는 ‘밀회 관련 기사’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손 사장 측이 내놓은 ‘입장문’에는 동승자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다. 동승자가 누구인지, 아니 동승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취직 제안? 청탁? 협박?
손 사장 입장문은 "K씨가 손 사장에게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손 사장을 협박한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했다. ‘불법 취업 청탁’이 먹히지 않자, "손 사장을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기자는 "JTBC 탐사기획국 기자직 채용은 분명 손 씨가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기자는 작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손 사장으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11건을 공개했다. 11건 내용을 간추리면 손 사장이 김 기자의 이력서를 JTBC 내 탐사기획국장에게 전달했으나 입사가 어렵게 되자 김 기자에게 해명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손 사장의 메시지는 이런 내용이다. "이력서는 내가 좀 어레인지해서 탐사기획국장에게 넘겨놨는데 본인이 아직 답을 못 구한 듯" "당장 자리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그 자리라는 것도 사실 아시는 것처럼 쉽지 않다. 암튼 그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
요점은 이렇다. 김 기자가 손 사장을 ‘뺑소니 운전’으로 협박했다는 것인지, ‘동승자 의혹’으로 협박했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김 기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손 씨는 제가 해당 사실을 타사에 제보할 것이 두려워 저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 한 것이다."
◆폭행? 손으로 툭툭?
이른바 ‘폭행 사건’은 지난 1월10일 밤 11시5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술집에서 벌어진다. 손 사장 측 주장이다. "이번 사안 당일에도 같은 (취업 청탁)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절하자 (김 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했습니다. ‘정신 좀 차려라’고 (내가)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사안의 전부입니다." 손 사장은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고 했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부분까지만 인정하고, 폭행으로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김 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손 사장이 네 차례에 걸쳐 얼굴, 턱, 정강이, 어깨를 가격했고, 이로 인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경찰에 녹음 파일도 제출했다. 김씨가 거듭 폭행을 인정하라고 다그치자 녹음 파일 속에 손 사장으로 보이는 남성은 이렇게 말한다. "아팠냐. 아팠다면 (폭행을) 인정할게. 사과할게." "미안하다. 사과한다."
양측은 지금 경찰에 맞고소 상태다. 김씨는 손 사장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손 사장은 김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