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청소년 방역패스’ 아우성… 접종 불신부터 해소하라‘방역패스’ 적용 범위가 어제부터 대폭 확대됐다. 기존 식당과 카페뿐 아니라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이 포함됐다. ‘청소년 방역패스’도 내년 2월 1일부터 만 12∼18세로 확대 시행된다. 이때부터 학원 등에 가려면 현재 초등학교 6학년(2009년 출생) 이상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거나, 48시간 유효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판정 결과가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백신 접종 강제”, “학습권 침해”라며 반발이 거세다. 연관성이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백신 부작용 사례로 불안해하는 이들의 문제 제기는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은 감염병 주요 지표들이 전례 없이 악화하고, 전파력이 큰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한 탓이다. 청소년 감염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도 주요 배경이다. 최근 4주간 소아·청소년 10만명당 코로나 발생률은 99.7명으로 성인 발생률 76.9명을 웃돈다. 특히 12~17세 접종 완료율은 29.8%로 90%가 넘는 성인에 크게 못 미친다. 그래서 “공동체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거나 “국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조치”라는 정부 입장에 수긍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더라도 방역패스 적용 시기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달 말까지 실시될 기말고사를 감안하면 학생들이 이 시기에 백신을 맞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방역패스 시행 전 청소년 접종 완료 방침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업종 형평성도 논란이다. 방역당국은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 14종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선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이거나, 시설 이용 특성상 적용이 어려운 경우’ 등으로 분류해 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서도 식사를 하는데 식당·카페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래서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불명확한 백신 패스 기준이 오히려 소상공인만 범법자로 내모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확진자 증가가 불 보듯 뻔한데도 백신 접종률만 믿고 일상회복 선언을 했던 정부다. 그러고는 한 달 만에 일상회복 포기 선언을 하지 않았나. 정부의 준비 부족과 늑장 대응이 방역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방역패스 확대 조치까지 무위로 돌아가선 안 될 일이다. 성공하려면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 해소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의적이며 비합리적인 방역패스 적용 범위와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율해야 마땅하다.2021-12-06 23:03:03
- [사설] 李 “코로나 지원 쥐꼬리”, 나라 곳간보다 표가 우선인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소상공인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들과 함께 하는 ‘전 국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 등 국내총생산(GDP) 대비 추가 재정지원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너무 낮다고 지적하면서 “정말 쥐꼬리다. 쥐꼬리”라고 했다. “이번에는 정부의 역할을 좀 더 강화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확대를 주문하는 한편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최대 피해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염병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벼랑 끝에 매달린 처지인 취약계층을 돌보는 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여당 대선 후보가 정부의 지원 확대를 주문하는 것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 당국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온당치 않다.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압적 태도로 정부를 압박하는 건 여당 대선 후보의 프리미엄을 득표 전략에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현재 45.7% 수준인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언급하면서 “100%를 넘었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국가 경제 유지 비용을 가계와 소상공인에게 다 떠넘기고 국가부채 비율은 50% 밑으로 유지하는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더 많은 대상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내년에만 108조원이 늘어나 1064조원에 이르게 된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50%를 넘어선다. 문재인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결과다. 이 후보는 나라 곳간을 활짝 열어서라도 대선에서 표를 더 얻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이 후보가 포퓰리즘 공약으로 집권한다고 해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뿐이다. 이제라도 나라 살림살이에 주름을 깊게 하고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우는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이 후보가 유권자 마음을 얻으려면 대한민국을 밝은 미래로 이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2021-12-06 23:02:39
- [사설] 표 따라 춤추는 부동산세, 이래서야 미친 집값 잡을 수 있나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세제가 춤을 추고 있다. 국회는 이달 초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시행 일자를 확정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재보선 때 1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침을 밝혔는데 반년 넘게 미적대다 갑자기 결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시장소통이 없이 득표에 급급하다 보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 이 개정안을 상정한 뒤 당장 내일부터 시행하고 기준점도 잔금 청산일과 등기일 중 빠른 날로 정한다고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땜질식 처방만 남발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부동산시장은 혼란에 빠진 지 오래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12억원에 산 주택을 20억원에 팔 경우 양도세가 종전 1억2584만원에서 8462만원으로 무려 4000만원 이상 줄어든다. 이러니 법 개정 전 집을 판 매도자들은 잔금 납부연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매수자도 난처하다. 탈세 공범이 될까 납부연기를 기피하거나 전세를 낄 경우 소유권 이전을 정리해달라는 세입자의 요구에 시달리기 일쑤다. 매도인, 매수인, 세입자 간 소모적인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법 개정 전 정부정책에 따라 집을 팔고 비싼 세금을 낸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는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뿐 아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말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나흘 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논의한 바 없고, 추진계획도 없다”고 뒤집었다. 종합부동산세 폭탄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당은 부과 대상을 2% 미만으로 낮추며 과세부담을 덜어줬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고육지책이겠지만 스스로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을 허물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세제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서는 부동산문제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인하, 보유세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져 매물 잠김이 갈수록 심화할 게 뻔하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몰아 징벌적 세금을 물렸는데 외려 ‘미친 집값’을 부채질했다. 세금정책은 조세원칙과 경제논리를 따르는 게 옳다. 세금이 정당성을 잃으면 조세저항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 이제라도 다주택자에게 한시적 양도세 완화로 퇴로를 열어주고 왜곡된 보유세도 정상화하기 바란다.2021-12-06 23:02:21
- [사설] 오미크론 확산 비상, 특단 대처로 위기 넘겨야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했다. 오늘부터 4주간 사적 모임 인원수가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으로 제한되고 식당·카페 등 16종의 다중이용시설 이용 때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뒷북 대응도 문제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발등의 불은 전파력이 최대 5배라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다. 인천교회발 오미크론 감염자가 사흘 사이 12명에 이르고 접촉자도 1000명대에 달한다. 최초 확진자인 인천의 목사 부부에서 시작해 확진자 기준으로 4차, 의심환자 기준으론 6차 전파까지 진행됐다니 걱정이 크다. 대구 신천지 교회발 집단감염 사태를 연상케 한다. 일각에서 오미크론이 전 세계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독성이 약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감기처럼 큰 해악 없이 코로나 종식을 앞당긴다는 것이다. 섣부른 예단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1918년 스페인독감 때 처음에는 증세가 경미한 듯했지만 수개월 후 사망자가 쏟아졌다. 감염이 번지며 또 다른 치명적인 변이가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자고 나면 5000명대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그제는 가장 많은 70명이나 숨졌다. 위중증 환자도 닷새 내리 700명대를 기록했다. 서울·인천의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이 91%에 달했고 비수도권도 병상 대기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붕괴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대책은 한가하다. 성인의 90% 이상이 2차 접종까지 마쳐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은 백신패스 확대는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업시간 제한도, 유흥시설 집합금지도 빠진 느슨한 조치로는 하루 신규확진자가 연말쯤 1만명까지 불어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자영업자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방역 당국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방역의 둑이 허물어지면 일상생활도, 경제회복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은 이번 대책의 효과를 신속히 판단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고강도 추가조치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확산일로인 돌파감염과 집단감염을 막는 게 급선무다. ‘물 백신’ 논란을 빚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서둘러야 한다. 재택치료 확대가 가족감염 등 부작용을 야기하지 않도록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병상과 관련 시설·인력 확충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2021-12-05 23:05:47
- [사설] 국민의힘 내분 겨우 봉합, 이젠 정책과 비전 보여주길국민의힘이 6일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본격 대선체제에 돌입한다. 지난달 5일 대선 후보 선출 이후 한 달 내내 내부 분란을 이어오다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원톱’을 맡고, 이준석·김병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각각 홍보와 정책 분야를 뒷받침하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중도 확장 차원에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선대위에 포함되고,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노재승씨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키로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최근 한 달 동안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이 대표가 제주, 부산, 울산 등으로 잠행하면서 당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대선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하루가 멀다하고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겼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 내분 양상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러고도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나”라는 우려까지 나오겠나. 윤 후보가 대선 후보다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문제다. 그는 당안팎에서 문고리를 지칭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누구냐라는 말까지 나돌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이 당내에 스며들지 못하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향후 쇄신론을 들고 나올 경우 당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윤 후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주말마다 전국을 훑으면서 정책을 쏟아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접전 양상으로 좁혀졌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론에 비해 15%포인트가량 높은데도 이 후보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건 윤 후보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대선은 불과 90여일 남았다. 국민들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지, 국민의힘이 수권정당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4·7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방심하면 언제든지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려면 윤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중도층 확장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부터는 성장 잠재력 확충 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2021-12-05 23:04:12
- [사설] 영장 또 기각, “우린 아마추어”라는 공수처… 이대론 안 돼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3일 또다시 기각됐다. 지난 10월부터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한 번, 구속영장을 두 번 청구했지만 법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기각 사유가 ‘과잉·부실 수사’다. 공수처가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영장이 기각된 날 손 검사에게 고발사주 의혹이 아닌 ‘판사 문건’ 관련 조사를 받으라며 다시 소환 통보했다고 한다. 손 검사에게 세 차례 인신구속 시도도 모자라 ‘화풀이성’ 소환 통보까지 하는 건 도를 넘은 것 아닌가. 손 검사의 신병 확보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수순이다. 손 검사 혐의는 ‘윤석열 대검’ 간부들과 공모해 여권 인사 고발장을 작성하고 이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수처도 수사 의지와 역량을 총동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번에도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결정적 우를 범했다고 한다. 부실수사를 하고도 영장을 쳤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사실상 좌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수처는 그동안 각종 사건에서 압수수색만 하면 ‘위법 논란’에 휘말렸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사해 온 12건의 사건 가운데 4건이 친여성향 시민단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고발한 것이니 그럴 법도 하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유착 논란까지 일어 수사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번 손 검사 영장 재청구도 여당 의원들이 윤 후보 등을 재고발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오죽하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변호사가 “공수처 사건을 담당하는 특검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여 차장은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수사기관이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깎아내렸다니 어이가 없다. 범죄 소명 대신 법원 동정심이라도 구하려 했던 건가. 여 차장은 이에 더해 “대장동은 한낱 경제범죄에 지나지 않지만 고발사주는 대장동보다 훨씬 중요한 범죄”라고 했다고 한다. 무능에 정치편향까지 의심받으니 공수처 폐지론이 제기되는 게 하등 이상하지 않다.2021-12-05 23:03:10
- [사설] 나랏빚 1000조인데 대선 겨냥 ‘슈퍼 예산’ 더 늘린 국회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경항모 예산 등이 포함된 수정예산안을 처리했다. 정부 예산안(604조4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은 전년 본예산(558조원)보다 8.9% 증액한 것이어서 ‘슈퍼 예산’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깎기는커녕 외려 늘리는 역주행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순증이다. 국회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선심성 돈풀기에 나선 결과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살림살이에 주름이 더 깊게 팰 수밖에 없다. 내년도 예산안이 민생 회복과 성장 동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 충격을 고려할 때 재정 지출 확대와 적자재정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예산안의 재정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보면 이런 책임을 방기한 채 ‘대선용 예산’을 너무 늘렸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력하게 요구한 지역화폐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당초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6조원으로 책정하고 2400억원의 예산(지원 비율 4%)을 포함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발행 규모가 30조원으로 5배나 증액됐다. 지역화폐는 국책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차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표(票)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 가관인 건 내년도 예산안에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다수 반영됐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 골몰하며 제 실속만 차린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은 지역구인 경기 수원시병에 수원팔달경찰서를 신축하기 위한 예산으로 100억원을 따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역구인 충남 천안시을의 KTX 천안아산역 지하에 재난 대피를 위한 구난역 설치 예산으로 1100억원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울산 남구을)는 울산 남구 평창현대아파트 앞 공영주차장 조성사업 76억원 등의 지역구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시·청도군)은 당초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던 신규 예산을 대거 확보했다. 국가 재정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랏돈을 끌어다 지역구 예산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몰염치가 도를 넘었다. 나라 곳간 사정은 무리한 재정 확대를 견딜 만한 여력이 없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 600조원대이던 국가채무는 내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재정지출을 해 온 결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에는 50%를 넘고, 2025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돈을 마구 뿌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태다.2021-12-03 23:27:10
- [사설] 한·미 새 ‘작계’, 북핵 고도화에 완벽 대응할 수 있어야한·미 국방장관이 어제 서울에서 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작성키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안보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작전계획(작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서욱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시행과 주한미군 전력 수준 유지, 내년까지 연합사본부 평택 이전을 완료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새 작계 수립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바람직하다. 핵·미사일 운용을 전담하는 북한 전략군은 전술핵 등을 연구·개발 단계에서 벗어나 작전에 운용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을 강조한 이후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 중이고, 영변 핵시설에서 5MW원자로 가동 징후도 포착됐다. 기존 작계 5027은 40년 전에 만들어졌고, 최근 작성된 작계 5012도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보정세 변화에 대비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미의 새 작계 수립은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부르고 북·미 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된 점은 큰 성과다. 양국 장관은 “2022년에 미래연합사의 연합작전 수행능력 평가 가운데 2단계인 FOC 평가를 시행한다”고 시한을 못박았다. 이렇게 되면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기간에 FOC 검증 평가를 거치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있어 걱정이다. 중국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은 어제 북한의 종전선언 동참을 설득하기 위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났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미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이 안 된 채 가게 되면 내년 여름은 굉장히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법한 발언을 했다. 지금은 종전선언에 목맬 때가 아니다. 굳건한 한·미동맹만이 국익을 지켜낼 수 있다.2021-12-02 23:24:30
- [사설] 물가상승 10년 만에 최고치, 정책수단 총동원해 잡길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7%에 달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이 10월(3.2%)에 이어 두 달째 3%대를 기록한 것도 2012년 1월과 2월 이후 처음이다. 기름값과 서비스 가격,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석유류는 35.5% 상승해 2008년 7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는 3.0% 올라 2012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농축수산물도 기온 급락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상승률이 7.6%에 달했다. 서민 체감물가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는 5.2% 올랐다. 2011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서민 장바구니가 더욱 가벼워졌을 것이다. 통계청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2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등으로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차이가 크다. 물가 관리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우려된다. 1∼11월 물가 상승률은 2.3%다. 정부의 ‘연간 2.0% 이내’ 물가 관리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 수준(2.3%)을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제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의 피해는 서민에 크게 나타난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0.7% 감소했다. 물가 상승은 가벼워진 지갑 두께를 더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 도입, 지자체 물가상황실 가동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런 두루뭉술한 조치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서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물가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2021-12-02 23:24:09
- [사설] ‘50억 클럽’ 곽상도 영장 기각, 檢 수사 의지 있긴 한 건가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른바 ‘50억 클럽’ 리스트 가운데 1호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정관계 로비 수사는 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그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증거가 부족하고 수사가 부실했다는 뜻이다. 검찰의 칼날이 너무 무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2015년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이 이탈하려는 것을 곽 전 의원이 막아주는 대가로 아들이 대신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 중 25억원 정도가 불법자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곽 전 의원 영장에 그가 청탁을 한 대상과 일시 및 장소 등 구체적인 정황을 적시하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다. 오죽하면 곽 전 의원이 “입증 책임이랑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건 검찰”이라며 “지금 아무런 내용도 없어서 제가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겠나. 관련자 진술과 일부 자료에만 의존해 단 한 차례 조사만으로 영장을 청구한 건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영장 기각을 의도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50억 클럽 중 관련자 진술과 금품수수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난 곽 전 의원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강 수사를 하더라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영장 재청구도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고 비공개로 소환해 ‘봐주기’ 비판까지 받았다. 로비 의혹 수사가 수렁에 빠지면 윗선 개입 수사는 고려하기도 어렵다. 뒤늦게 출범한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6번 영장을 청구해 3번이나 기각당해 전례 없는 망신을 샀다. 이러니 검찰 수사 의지마저 의심받는 것이다. 검찰의 부실 수사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특검을 약속했던 여야는 정략적인 이유로 허송세월 하고 있다.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한다.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2021-12-02 23: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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