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럴림픽> 김지은, '야속한 기록' (베이징=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 수영 100m 자유형 S7 경기에서 5위를 차지한 김지은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jihopark@yna.co.kr |
(베이징=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여자 장애인 수영계의 `얼짱' 김지은(25)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한 대회였기에 성적과 관계없이 웃을 수 있었다.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한 김지은은 한가위이던 14일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50m 자유형 S7(장애 7등급)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됐다. 출발 버저가 울리기 전에 물속에 뛰어들어 남은 선수들을 뒤로 하고 경기장을 나와야했다.
예선에서 출발이 늦었던 탓에 결승에선 스타트를 빨리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 생긴 실수였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실격했지만 김지은은 이번 대회에서 분명히 부쩍 성장했다.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해 100m 자유형 5위, 100m 배영 8위, 400m 자유형 7위를 각각 기록했다.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개 종목은 결승에 진출했지만 나머지 2개 종목은 예선 탈락했다.
더구나 자신의 기록을 적게는 수 초에서 많게는 10초 이상 앞당겼다. 400m 결승에서는 최고기록을 무려 15초나 줄였다.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할 때 기량 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지은은 이번 대회에서 악전고투했다.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대회가 시작되면서부터 어깨에 이상이 생겨 선수촌에서 아침저녁으로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회 내내 어깨 통증은 계속됐다. 언론의 관심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 속 목표'를 이뤘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은 의미가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열심히 잘 싸웠다. 어깨도 아프고 안 좋은 상황이 많았는데 정말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털어놓고 "특히 이번 대회에 오기 전에 세운 전 종목 결승 진출이라는 마음 속 목표를 정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목표를 달성한 김지은은 이제 또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2년 뒤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다관왕이다. 자신이 출전하는 전 종목에서 우승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4년 뒤 런던올림픽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4년 후를 생각하기 보다는 2년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것.
그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년 뒤 아시안 게임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지은은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데 아쉬운 결과를 남겨 죄송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요즘 웃으실 일도 많지 않으실 텐데 오늘 실수는 김지은이 보여준 재미있는 한가위 이벤트였다고 생각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수영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4년 뒤 베이징올림픽에서 `월드 마린보이'로 거듭난 박태환처럼 김지은도 2년 뒤 아시안장애인게임에서, 더 나아가 4년 후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세계의 인어'가 될 지 주목된다.
south@yna.co.kr